지구 410~660㎞ 밑, 바다 3배의 물 있다

조홍섭 2014. 06. 27
조회수 52685 추천수 0

지하 410~660㎞ 맨틀 암석에 수분 1% 함유 밝혀져

바다 탄생이 혜성 충돌 아닌 지구 자체 기원설 뒷받침

 

ma1.jpg » 지구는 3분의 2가 바다로 덮인 물의 행성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은 땅속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나사

 

지구는 푸른 물의 행성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덮고 있다. 그런데 땅속 깊숙한 곳에 지표의 대양보다 큰 ‘지하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물론 그 바다는 지구 표면과 같은 형태는 아니다. 지각과 핵 사이에 있는 맨틀이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압력과 온도가 높은 그곳에서 물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브랜든 슈만트 미국 뉴멕시코대 지진학자 등 연구진은 지난 12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지구 내부에 지표 해양의 3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이 저장돼 있음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ma4.jpg » 지구의 내부 구조. 그림=위키피디아

 

지질학자들은 지진파를 통해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의 경계층인 지하 410~660㎞ 지점의 암석에 다량의 수분이 포함돼 있음을 알고 있었다. 지진파는 젖은 암석을 통과할 때 속도가 늦어진다. 연구진은 미국 전역에서 2000개 이상의 지진계로 측정한 자료를 분석해 북아메리카 지하 맨틀 경계층에 방대한 수분 함유층이 있음을 확인했다.
 

지각의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파고들어 맨틀로 내려가는 섭입 과정에서 다량의 수분을 함유한 암석이 지하로 내려간다. 그러나 2000도 가까운 온도와 엄청난 압력 때문에 수분은 암석 결정 속에 결합된 형태로만 존재한다.

ma2.jpg » 초고압 고온 상태에서 형성되는 광물인 링우다이트. 수분을 풍부하게 함유한다. 사진=스티브 제이콥슨,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레이저와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맨틀 경계층과 비슷한 조건을 만든 뒤 맨틀의 성분인 감람석과 물을 넣었다. 그 결과 ‘링우다이트’라는 푸른빛 광물이 형성됐는데, 그 결정 속에 1% 이상의 물 성분을 함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그래엄 피어슨 캐나다 앨버타 대 지질학자 등 연구진은 지난 3월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브라질의 화산 분출 때 맨틀에 있다가 지상으로 분출된 다이아몬드 속에서 링우다이트 광물을 찾아내고 약 1%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ma3.jpg » 브라질 화산에서 발견된 맨틀에서 온 다이아몬드(a)와 그속에 포함된 링우다이트 광물(b). 사진=피어슨 외, <네이처>

 

이번 연구는 그때 발견된 링우다이트가 일반적으로 분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상부맨틀이 하부맨틀로 이동하다가 경계층 밑바닥에서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고,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가는 맨틀은 수분을 흡수하는 사실을 밝혔다. 경계층의 수분은 안정된 저장소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연구자의 하나인 스티븐 제이콥슨 미국 노스웨스턴대 지구물리학자는 “이로써 우리는 지구 전체의 물순환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 표면의 방대한 액체 물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이 대학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지구 맨틀에 다량의 물이 있고, 이것이 판의 이동에 따라 순환한다는 이번 발견은 바다의 생성과 유지에 관한 오랜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까지 바다의 기원에 관한 정설은 원시지구가 식은 뒤 얼음을 포함한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바다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바다는 혜성의 얼음보다 중수소의 함량이 낮고, 소행성보다는 백금 등 희귀금속의 비율이 낮다는 반론에 부닥친 상태이다.
 

그러나 최근 우주 먼지의 감람석에 결정 형태로 들어있던 수분이 지구 형성 과정에서 수분이 되어 풀려나 바다를 이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지구 자체 기원설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제이콥슨은 이와 관련해 “이번 연구는 지구의 물이 지구 내부에서 기원했다는 좋은 증거가 된다. 또 숨겨진 물은 바다가 수백만년 동안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완충 구실을 했을 수 있다.”라고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andon Schmandt et. al., Dehydration melting at the top of the lower mantle, Science 13 June 2014: 1265-1268. DOI:10.1126/science.1253358
 
D. G. Pearson et. al., Hydrous mantle transition zone indicated by ringwoodite included within diamond, Nature
Volume: 507, Pages: 221~224, doi:10.1038/nature1308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기린은 왜 목이 길까, 끝나지 않는 논쟁기린은 왜 목이 길까, 끝나지 않는 논쟁

    조홍섭 | 2017. 09. 21

    라마르크 용불용설부터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 공방최근 체온조절설 유력…더우면 해바라기 자세로 보완“기린은 왜 목이 길어?” 아이가 동물 그림책을 보기 시작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일 것이다. ‘목이 길면 다른 동물은 닿지 못하는 나무 ...

  • 황오리도 히말라야 넘는다, 6800m 고공비행 밝혀져황오리도 히말라야 넘는다, 6800m 고공비행 밝혀져

    조홍섭 | 2017. 09. 18

    쇠재두루미, 줄기러기 이어 오리계 고산 비행 챔피언산소 절반 이하, 양력 저하 어떻게 극복했나 수수께끼고산 등반에 최대 장애는 희박한 공기다. 보통 사람이 고산증을 느끼는 해발 4000m에 이르면 공기 속 산소 농도는 해수면의 절반으로 떨어진...

  • 알 바꾸고 내는 뻐꾸기 ‘최후의 웃음’의 비밀알 바꾸고 내는 뻐꾸기 ‘최후의 웃음’의 비밀

    조홍섭 | 2017. 09. 08

    암컷 뻐꾸기 탁란 직후 ‘킥-킥-킥∼’개개비는 포식자인 줄 알고 경계 몰두탁란 성공률 높이는 새로운 속임수 이른 여름 숲을 울리는 ‘뻐꾹∼’ 소리는 사람에게는 평화롭게 들리지만 개개비나 뱁새 등 뻐꾸기에 탁란 기생을 당하는 새에게는...

  • 고래상어 고속도로 발견, 멸종위기종 보전 청신호고래상어 고속도로 발견, 멸종위기종 보전 청신호

    조홍섭 | 2017. 09. 04

    열대 동태평양 난류·한류 만나는 전선대 따라 이동플랑크톤 집중 해역이자 체온 상실 피해…개체 수 파악 가능18m까지 자라는 고래상어는 지구에서 가장 큰 물고기이지만 요각류 같은 플랑크톤과 멸치 등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산다. 이 큰 덩치를 ...

  • 새만금에 홍학 출현, 카자흐스탄서 5천㎞ 날아왔나?새만금에 홍학 출현, 카자흐스탄서 5천㎞ 날아왔나?

    조홍섭 | 2017. 08. 28

    원래 아열대 서식…서울동물원 등서 “도망 개체 없다”중국 베이징 등서도 종종 출현, 어린 개체 길 잃었을 가능성열대나 아열대 지방의 염습지에서나 볼 수 있는 홍학이 서해안 새만금 간척지에 나타났다. 사육지에서 탈출한 개체가 아니라면,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