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꼬리는 다리, 네 다리 맞먹는 힘
꼬리로 체중 지탱은 물론 몸 들어올리고 추진력도 내, 네 다리 합친 크기
"꼬리를 다리로 사용하는 법 발견한 첫 동물", 조상은 꼬리로 나무 감아
» 캥거루가 뛰지 않고 풀을 뜯기 위해 걸을 때 꼬리는 유력한 제5의 다리로 변한다. 사진=KlausF, 위키미디어 코먼스
포식자에게 쫓기는 캥거루는 커다란 뒷다리를 이용해 우아하고도 강력한 뜀뛰기 실력을 보인다. 이때 굵고 기다란 꼬리는 공중에 뻗어 몸의 균형을 잡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캥거루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동작은 뜀뛰기가 아니라 걷기이다. 초식동물이어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풀을 뜯으려면 오랜 시간을 걸어야 한다.
이제까지 캥거루의 걷는 동작은 ‘5족 보행’으로 알려졌다. 앞발과 뒷발을 내딛는 사이에 꼬리를 구부려 땅에 딛는다.
나 꼬리가 걷는데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는 논란거리였다. 꼬리는 체중을 지탱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도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그런데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등 연구자들이 캥거루 다리와 꼬리가 내는 힘과 동력을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풀밭에서 걸을 때 꼬리는 다리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다른 다리보다 더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3일치에 실린 맥스웰 도널런 사이먼 프레이저 대 교수 등 연구자들의 논문에서 밝혀졌다.
■ 캥거루가 걸을 때 다리와 꼬리를 이용하는 모습 유튜브 동영상(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도널런 교수는 오랫동안 사람의 걸음을 연구했다. 그는 “걸음이 힘들지 않으려면 뒷다리가 제때 밀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런데 캥거루는 뒷다리에 비해 앞다리가 너무 짧아 이처럼 뒤에서 밀어주기를 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꼬리가 그 일을 해 주는지 알아봤다.
사실 꼬리는 다리와 너무 달라 다리 일을 대신 한다고 믿기는 힘들다. 캥거루의 꼬리는 20여개의 척추뼈로 이뤄져 있어 다리뼈 몇 개로 이뤄진 다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 캥거루가 뒷다리를 이용해 뛸 때 꼬리는 균형을 잡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걸을 때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한다.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하지만 캥거루의 꼬리는 다리 구실을 훌륭하게 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걸을 때 사람의 뒷다리가 하는 것처럼 타이밍을 맞춰 몸을 앞으로 밀어냈다. 도널런 교수는 “동물은 꼬리를 아주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우리가 아는 한 캥거루는 꼬리를 다리로 쓰기 시작한 최초의 동물”이라고 말했다.
캥거루의 꼬리는 체중을 지탱하는데도 쓰이지만 몸을 들어 앞으로 가속시키는 기계적 힘도 낸다. 캥거루 꼬리가 내는 추진력은 앞다리와 뒷다리가 내는 힘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캥거루의 5족 보행은 생의학 연구에 새로운 통찰을 줄 것이라고 도널런 교수는 기대했다. 캥거루의 조상은 애초 나무 위에서 생활했다. 당시 꼬리는 나무를 감는데 주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O’Connor SM, Dawson TJ, Kram R, Donelan JM. 2014, The kangaroo’s tail propels and powers pentapedal locomotion. Biol. Lett. 10: 20140381. http://dx.doi.org/10.1098/rsbl.2014.038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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