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동안 땅속서 잠잔 신라 마애불의 비밀

조홍섭 2009. 09. 16
조회수 73706 추천수 0
■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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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땅이 흔들린다


경남·북 일대 단층 30여개 발견, 지진 안전론 ‘쑥’
한반도 동남부, 지각판 충돌하는 지점 가까워
 
 
완벽한 미소를 머금은 채 1300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 지난 2007년 5월 발견된 신라 마애불은 왜 무너졌을까.
 
높이 6.2m 무게 약 70t인 이 거대한 불상은 풍화가 거의 되지 않아, 제작 직후 엄청난 외부 힘에 의해 넘어져 땅에 묻힌 것으로 추정돼 왔다.
 
 

불상은 8세기 양식…역사 기록엔 779년 경주 지진으로 100여 명 사망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학과 교수팀은 <지질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여래입상의 붕괴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마애불과 인근 암반에 나 있는 미세한 균열의 양상을 비교한 결과 마애불을 현 위치에서 약 12m 떨어진 사면 상부 자연암반에 조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마애불이 반시계방향으로 약 20도 회전하면서 넘어진 사실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지진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처럼 큰 자연적인 힘만이 70t짜리 불상을 12m 옮길 수 있다”며 “불상이 8세기 후반 양식이라는 고고미술학계 의견과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역사기록이 맞아떨어져 주목된다”고 말했다.
 
마애불이 있는 경주 남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동성이 높은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 만나는 부근에 위치한다.
 
지각판 경계부에 놓인 일본, 대만 등과 달리 유라시아판 주변부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지진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남·북 일대에서 제4기 최후기의 단층 30여 개가 최근 발견되면서 이런 얘기는 쑥 들어갔다. 1995년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였던 굴업도에서 최근 1만 년 사이에 활동한 4개의 활성단층이 발견돼 터 지정이 취소되면서 본격적인 활성단층 연구가 시작됐다. 학계에서는 최신의 지질시대를 가리키는 제4기(180만 년 전~현재)에 일어난 지각운동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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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암곡동의 산자락에는 사태로 무너져내린 높은 절벽이 있다. 이곳엔 우리나라 4기 단층 가운데 땅이 움직인 거리가 가장 긴 왕산단층이 드러나 있다.
 
절벽에는 지층을 왼쪽 위 45도 각도로 자르는 단층면이 지나고 있다. 단층면 오른쪽 지층은 압축력을 받아 왼쪽 지층에 비해 무려 28m나 미끄러져 올라갔다. 경계면엔 지각운동 당시의 마찰과 열로 생긴 미세한 점토층이 40~50㎝ 두께로 끼어있다. 이곳에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부산까지 흔들린 규슈 지진같은 일이 8번 일어났다면”
 
Untitled-3.jpg2004년 12월26일 인도양에서 일어난 수마트라-안다만 지진은 지진해일을 일으켜 28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지진으로 해저 지층이 1200㎞에 걸쳐 미끄러졌는데, 그 거리는 왕산단층보다 작은 최고 20m였다.
 
그러나 경주에서 수마트라보다 큰 지진이 일어난 증거는 없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만 년 동안 여러 차례 일어난 지진의 결과가 누적돼 28m의 변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며 “2005년 부산까지 흔들린 규모 6.6인 규슈 지진의 최고 변위가 3.2m이므로, 그런 지진이 8번 일어났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왕산단층이 대규모 지진의 흔적이라는 데는 다른 견해도 있다. 최성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왕산단층은 좁은 범위에서 큰 규모로 움직인 단층의 하나”라며 “구조적인 이유로 생긴 대규모 지진인지는 더 자세한 연구를 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청하면 유계리에 위치한 유계단층은 한반도에서 가장 최근에 움직였던 활성단층이다. 양산단층대의 북쪽에 자리 잡은 이 단층은 지층이 4.2m를 미끄러졌다. 이 단층을 연구한 김영석 부경대 교수는 “약 2000년 전 규모 7.0~7.3의 지진이 일으킨 흔적이며, 지진으로 생긴 파열대의 길이는 130~28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진의 90%는 한 번 일어난 곳에서 다시 발생한다. 지진은 땅속에 축적된 에너지가 지각의 약한 부분을 통해 갑작스럽게 방출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단층에서 지진이 빈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활성단층이 속속 발견되는 경남·북 지역은 특히 주목의 대상이다. 이 지역에는 핵발전소를 비롯해 각종 산업시설과 대도시, 핵폐기물 처분장까지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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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 지진은 10~15년마다, 6~7 대규모 지진은 수백 년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작은 지진만 일어난다고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속단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김영석 교수는 “큰 지진은 발생하는 주기가 길 뿐”이라며 “다음번 대규모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며, 그것은 내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Untitled-4 copy.jpg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역사기록을 보면 규모 5의 지진은 10~15년마다, 규모 6~7의 대규모 지진은 수백 년마다 일어났다”며 “경주 울산 포항 등은 암석 자체가 최근의 지각변형을 받아 균열이 많은데다 대규모 산업시설이 몰려있어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지질 안정성보다 지역 여론을 먼저 고려하는 정부의 정책에 비판이 쏟아진다.
 
손문 교수는 “지질학적으로 가장 안전한 곳을 선정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단 부지부터 선정하고 취약한 지질을 공법으로 보강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며 “수십만 년 동안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지을 때 이런 절차가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산단층대는 부산~경주~영덕을 잇는 약 200㎞의 단층곡이며, 울산단층대는 경주 동부~울산의 약 50㎞ 구간을 가리킨다. 이 두 단층대는 다시 수많은 작은 단층들로 구성돼 있다.
 
한반도 동남부에 이처럼 단층대가 발달한 것은 지각판이 충돌하는 지점과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해양지각인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은 일본 근해에서 대륙지각인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면서 한반도를 북서쪽으로 밀친다. 약 5000만 년 전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한 인도판의 영향도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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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금정산에서 바라본 양산단층대의 지표 모습. 주변보다 부서진 암석이 빨리 침식돼 경부고속도로 양산 경주 구간과 낙동강 최하류가 단층선 위를 흐른다. 손일 교수 제공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지진에 관한 오해와 진실
 
공포와 재앙을 가져오는 지진은 수많은 신화를 낳았다. 일본인들은 지구 밑바닥 흙탕물 속에 사는 거대한 메기가 꿈틀거릴 때마다 지진이 일어난다고 보았고, 시베리아 원주민은 지구를 끄는 썰매 개가 벼룩이 가려워 긁어대면 땅이 흔들린다고 믿었다. 지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나서도 신화는 끊이지 않는다. 지진에 대한 가장 흔한 잘못된 지식을 간추려 본다.
 
▷지진은 예측 가능하다?
최첨단 장비를 가지고도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한다. 단지 과거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추세를 알 뿐이다.
 
▷동물은 지진을 미리 아나
메기, 닭, 꿀벌, 개 등이 지진이 나기 직전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보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단편적인 증거가 지진과 관련 있다는 일관성 있고 신뢰할 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중국과 일본에서 일부 과학자들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
 
▷지진이 나면 땅이 갈라진다?
지진으로 입을 쩍 벌린 지층 속으로 사람이 빠지는 영화 장면이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지진은 단층선을 따라 땅이 움직이는 것이지 단층선과 수직방향으로 벌어지지 않는다. 지진이 산사태를 일으켜 얕은 협곡이 생길 수는 있다.
 
▷작은 지진이 나면 큰 지진을 예방한다?
작은 지진이 지층에 축적된 에너지를 방출시켜 큰 지진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규모 6의 큰 지진은 규모 4 지진 1천 개, 규모 3 지진 3만 2000개를 합친 에너지를 갖는다. 관측 결과 규모 6짜리 지진이 한 번 일어날 동안 규모 4는 100번, 규모 3 지진은 1천 번 발생한다. 작은 지진으로는 큰 지진 에너지의 극히 일부밖에 줄이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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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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