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융단이 소청도에서 10억년 전 숨을 쉬었다
<2부> 생명의 땅 ①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애초 지구 산소 첫 원천인 남조세균 흔적 확인
대리석 채취와 문양석 가공공장으로 곳곳 훼손
지구가 태어난 뒤 나이의 절반을 먹을 때까지도 세상은 황량했다. 식물이 없는 바위와 모래 언덕이 끝없이 이어졌고 요동치는 바다는 텅 비어 있었다. 산소가 없는 대기를 뚫고 해로운 자외선이 그대로 내리꽂혔다.
약 20억 년 전 중대한 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났다. 얕은 바다 밑바닥을 초록 융단이 뒤덮었고, 거기서 뽀글뽀글 공기 방울이 솟아올랐다. 바로 지구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은 산소다. 초록 융단을 만든 주인공은 최초로 광합성을 한 원시 미생물인 남조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다.
다시 10억 년이 지난 원생대 후기, 현재의 인천시 옹진군 대청면 소청도가 될 해변에도 초록 융단이 깔려있었다. 육지엔 아직도 풀 한 포기 없었고 바다에도 껍데기를 가진 몸집 큰 생물은 없었다.
남조세균은 여전히 강한 자외선을 막기 위해 점액을 뿜어냈다. 점막층에 주변의 퇴적물이 들러붙었고, 여기에 세균이 배출한 탄산칼슘이 엉겨 시멘트처럼 굳었다. 남조세균은 햇빛을 향해 마치 고층아파트를 올리듯 켜를 이루며 위로 성장했다. 이 건축물을 스트로마톨라이트라 부른다.
켜켜이 쌓인 게 스트로마톨라이트…열과 압력 따른 변성 덜 받아 보존

지난 22일 이광춘 상지대 교수(지질학)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있는 소청도를 찾았다. 섬으로 접근하자 남동쪽 해안을 따라 하얗게 분칠을 한 것처럼 보이는 분바위가 한 눈에 들어왔다.
분바위는 거대한 대리암 암벽이었다. 새하얀 대리암 절벽은 홍합과 굴이 다닥다닥 뒤덮은 흑갈색 해변과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 교수는 “대리암은 바다 밑에 퇴적한 석회암이 변성작용을 받아 생긴 암석”이라며 “대리암 표면이 풍화돼 흰 가루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바위 꼭대기에는 진흙이 굳어 생긴 암석이 종이를 구겨놓은 것처럼 뒤틀린 습곡이 있다. 지각변동의 흔적이다.
하지만 소청도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지난 10억 년 동안 열과 압력에 의한 변성작용을 덜 받은 선캄브리아 시대 지층이 남아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분바위를 돌아 작은 만으로 들어서자 소나무 껍질 같은 무늬를 한 바위들이 눈길을 끌었다. 안에 가느다란 켜가 촘촘히 들어있는 주먹 크기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무언가에 짓눌린 듯 일그러져 빽빽하게 뭉쳐있는 모습이었다.
이성주 경북대 교수는 김정률 한국교원대 교수와 이광춘 교수와 함께 이곳 스트로마톨라이트에서 남조세균의 화석을 발견해 2003년 학계에 발표했다.
이 원시세균은 나선 형태, 얇고 긴 머리카락 모양, 공 모양 등 다양했는데, 이 가운데는 세포가 두 개로 분열하던 도중 화석으로 굳은 것도 있었다. 연구진은 나선형 화석을 근거로 지층의 연대를 원생대 후기, 약 10억 년 전으로 추정했다.
김정률 교수는 “빗방울 자국, 물결무늬와 바닥이 갈라진 흔적이 함께 화석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소청도는 얕고 따뜻한 바닷가 조간대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업 방해될까 천연기념물 반대…세계지질공원 지정 필요
소청도와 같은 선캄브리아 시대 지층은 황해도 등 북한으로 이어지고 20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북한에서 보고된 적도 있다. 남한에서는 소청도 이외에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강원도의 약 5억 년 전 고생대 석회암 지층과 경북 등의 약 1억 년 전 중생대 호수 퇴적층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와 분바위는 자연유산 가치를 인정받기 훨씬 전부터 훼손돼 왔다. 일본 강점기 때에는 이곳의 대리암을 대량으로 채굴했고,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무늬를 이용한 문양석 가공공장이 1980년대 초까지 섬에서 가동했다.
화석 산지의 바위에는 쇠말뚝과 굴착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이 교수는 “좋은 화석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보존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학계의 보존 목소리는 10여 년 전부터 나왔지만 문화재청은 지난달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김태회 대청면 소청출장소장은 “문양석을 캐는 일은 이제 전혀 없다”며 “그러나 주민들은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생업에 방해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춘 교수는 “지질유산이 풍부하고 서로 가까운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묶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을 받아 보존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소청도(인천)/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애초 지구 산소 첫 원천인 남조세균 흔적 확인
대리석 채취와 문양석 가공공장으로 곳곳 훼손
■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1.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기사로 넘어갑니다. |
약 20억 년 전 중대한 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났다. 얕은 바다 밑바닥을 초록 융단이 뒤덮었고, 거기서 뽀글뽀글 공기 방울이 솟아올랐다. 바로 지구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은 산소다. 초록 융단을 만든 주인공은 최초로 광합성을 한 원시 미생물인 남조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다.
다시 10억 년이 지난 원생대 후기, 현재의 인천시 옹진군 대청면 소청도가 될 해변에도 초록 융단이 깔려있었다. 육지엔 아직도 풀 한 포기 없었고 바다에도 껍데기를 가진 몸집 큰 생물은 없었다.
남조세균은 여전히 강한 자외선을 막기 위해 점액을 뿜어냈다. 점막층에 주변의 퇴적물이 들러붙었고, 여기에 세균이 배출한 탄산칼슘이 엉겨 시멘트처럼 굳었다. 남조세균은 햇빛을 향해 마치 고층아파트를 올리듯 켜를 이루며 위로 성장했다. 이 건축물을 스트로마톨라이트라 부른다.
켜켜이 쌓인 게 스트로마톨라이트…열과 압력 따른 변성 덜 받아 보존

지난 22일 이광춘 상지대 교수(지질학)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있는 소청도를 찾았다. 섬으로 접근하자 남동쪽 해안을 따라 하얗게 분칠을 한 것처럼 보이는 분바위가 한 눈에 들어왔다.
분바위는 거대한 대리암 암벽이었다. 새하얀 대리암 절벽은 홍합과 굴이 다닥다닥 뒤덮은 흑갈색 해변과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 교수는 “대리암은 바다 밑에 퇴적한 석회암이 변성작용을 받아 생긴 암석”이라며 “대리암 표면이 풍화돼 흰 가루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바위 꼭대기에는 진흙이 굳어 생긴 암석이 종이를 구겨놓은 것처럼 뒤틀린 습곡이 있다. 지각변동의 흔적이다.

분바위를 돌아 작은 만으로 들어서자 소나무 껍질 같은 무늬를 한 바위들이 눈길을 끌었다. 안에 가느다란 켜가 촘촘히 들어있는 주먹 크기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무언가에 짓눌린 듯 일그러져 빽빽하게 뭉쳐있는 모습이었다.
이성주 경북대 교수는 김정률 한국교원대 교수와 이광춘 교수와 함께 이곳 스트로마톨라이트에서 남조세균의 화석을 발견해 2003년 학계에 발표했다.
이 원시세균은 나선 형태, 얇고 긴 머리카락 모양, 공 모양 등 다양했는데, 이 가운데는 세포가 두 개로 분열하던 도중 화석으로 굳은 것도 있었다. 연구진은 나선형 화석을 근거로 지층의 연대를 원생대 후기, 약 10억 년 전으로 추정했다.
김정률 교수는 “빗방울 자국, 물결무늬와 바닥이 갈라진 흔적이 함께 화석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소청도는 얕고 따뜻한 바닷가 조간대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업 방해될까 천연기념물 반대…세계지질공원 지정 필요
소청도와 같은 선캄브리아 시대 지층은 황해도 등 북한으로 이어지고 20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북한에서 보고된 적도 있다. 남한에서는 소청도 이외에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강원도의 약 5억 년 전 고생대 석회암 지층과 경북 등의 약 1억 년 전 중생대 호수 퇴적층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와 분바위는 자연유산 가치를 인정받기 훨씬 전부터 훼손돼 왔다. 일본 강점기 때에는 이곳의 대리암을 대량으로 채굴했고,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무늬를 이용한 문양석 가공공장이 1980년대 초까지 섬에서 가동했다.
화석 산지의 바위에는 쇠말뚝과 굴착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이 교수는 “좋은 화석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보존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학계의 보존 목소리는 10여 년 전부터 나왔지만 문화재청은 지난달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김태회 대청면 소청출장소장은 “문양석을 캐는 일은 이제 전혀 없다”며 “그러나 주민들은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생업에 방해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춘 교수는 “지질유산이 풍부하고 서로 가까운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묶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을 받아 보존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소청도(인천)/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
관련글
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