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융단이 소청도에서 10억년 전 숨을 쉬었다

조홍섭 2009.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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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생명의 땅 ①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애초 지구 산소 첫 원천인 남조세균 흔적 확인
대리석 채취와 문양석 가공공장으로 곳곳 훼손
 
 


 
■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1.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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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태어난 뒤 나이의 절반을 먹을 때까지도 세상은 황량했다. 식물이 없는 바위와 모래 언덕이 끝없이 이어졌고 요동치는 바다는 텅 비어 있었다. 산소가 없는 대기를 뚫고 해로운 자외선이 그대로 내리꽂혔다.
 
약 20억 년 전 중대한 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났다. 얕은 바다 밑바닥을 초록 융단이 뒤덮었고, 거기서 뽀글뽀글 공기 방울이 솟아올랐다. 바로 지구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은 산소다. 초록 융단을 만든 주인공은 최초로 광합성을 한 원시 미생물인 남조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다.
 
다시 10억 년이 지난 원생대 후기, 현재의 인천시 옹진군 대청면 소청도가 될 해변에도 초록 융단이 깔려있었다. 육지엔 아직도 풀 한 포기 없었고 바다에도 껍데기를 가진 몸집 큰 생물은 없었다.
 
남조세균은 여전히 강한 자외선을 막기 위해 점액을 뿜어냈다. 점막층에 주변의 퇴적물이 들러붙었고, 여기에 세균이 배출한 탄산칼슘이 엉겨 시멘트처럼 굳었다. 남조세균은 햇빛을 향해 마치 고층아파트를 올리듯 켜를 이루며 위로 성장했다. 이 건축물을 스트로마톨라이트라 부른다.
 
켜켜이 쌓인 게 스트로마톨라이트…열과 압력 따른 변성 덜 받아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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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이광춘 상지대 교수(지질학)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있는 소청도를 찾았다. 섬으로 접근하자 남동쪽 해안을 따라 하얗게 분칠을 한 것처럼 보이는 분바위가 한 눈에 들어왔다.
 
분바위는 거대한 대리암 암벽이었다. 새하얀 대리암 절벽은 홍합과 굴이 다닥다닥 뒤덮은 흑갈색 해변과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 교수는 “대리암은 바다 밑에 퇴적한 석회암이 변성작용을 받아 생긴 암석”이라며 “대리암 표면이 풍화돼 흰 가루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바위 꼭대기에는 진흙이 굳어 생긴 암석이 종이를 구겨놓은 것처럼 뒤틀린 습곡이 있다. 지각변동의 흔적이다.
 
Untitled-3 copy.jpg하지만 소청도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지난 10억 년 동안 열과 압력에 의한 변성작용을 덜 받은 선캄브리아 시대 지층이 남아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분바위를 돌아 작은 만으로 들어서자 소나무 껍질 같은 무늬를 한 바위들이 눈길을 끌었다. 안에 가느다란 켜가 촘촘히 들어있는 주먹 크기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무언가에 짓눌린 듯 일그러져 빽빽하게 뭉쳐있는 모습이었다.
 
이성주 경북대 교수는 김정률 한국교원대 교수와 이광춘 교수와 함께 이곳 스트로마톨라이트에서 남조세균의 화석을 발견해 2003년 학계에 발표했다.
 
이 원시세균은 나선 형태, 얇고 긴 머리카락 모양, 공 모양 등 다양했는데, 이 가운데는 세포가 두 개로 분열하던 도중 화석으로 굳은 것도 있었다. 연구진은 나선형 화석을 근거로 지층의 연대를 원생대 후기, 약 10억 년 전으로 추정했다.
 
김정률 교수는 “빗방울 자국, 물결무늬와 바닥이 갈라진 흔적이 함께 화석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소청도는 얕고 따뜻한 바닷가 조간대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업 방해될까 천연기념물 반대…세계지질공원 지정 필요
 
소청도와 같은 선캄브리아 시대 지층은 황해도 등 북한으로 이어지고 20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북한에서 보고된 적도 있다. 남한에서는 소청도 이외에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강원도의 약 5억 년 전 고생대 석회암 지층과 경북 등의 약 1억 년 전 중생대 호수 퇴적층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와 분바위는 자연유산 가치를 인정받기 훨씬 전부터 훼손돼 왔다. 일본 강점기 때에는 이곳의 대리암을 대량으로 채굴했고,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무늬를 이용한 문양석 가공공장이 1980년대 초까지 섬에서 가동했다.
 
화석 산지의 바위에는 쇠말뚝과 굴착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이 교수는 “좋은 화석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보존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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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보존 목소리는 10여 년 전부터 나왔지만 문화재청은 지난달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김태회 대청면 소청출장소장은 “문양석을 캐는 일은 이제 전혀 없다”며 “그러나 주민들은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생업에 방해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춘 교수는 “지질유산이 풍부하고 서로 가까운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묶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을 받아 보존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소청도(인천)/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원시세균이 준 선물, 철광석
호주나 미국 미네소타 등 수백m 두께 수십㎢ 걸친 철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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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든 원시 박테리아는 철광석이란 선물을 우리에게 남겼다.

 
남조세균이 처음 광합성을 시작하던 무렵 지구의 대기와 바닷물엔 산소가 거의 없었지만 철은 풍부했다. 지구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철은 가운데로 모여 핵을 이루었지만 상당량이 지각과 맨틀에 남아있었다. 철은 아직도 지각의 5%를 차지한다.
 
산소가 없는 선캄브리아 시대 바닷물에는 다량의 철이 녹아 있었다. 철은 물과 만나면 쉽게 녹슬지만 이때 산소가 필요하다. 남조세균이 광합성을 시작하면서 산소에 목마른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물에 녹은 철 이온은 가장 먼저 산소를 가로채 산화철 형태로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았다. 황량한 지구를 점령한 남조세균은 전세계 바다에 번창했고, 그 덕분에 산화철의 침전은 무려 7억년 동안 계속됐다. 그 결과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 미네소타 등지에 수백m 두께의 철광층이 수십㎢에 걸쳐 펼쳐진 거대한 철광산을 형성했다.
 
Untitled-2 copy.JPG철광층은 산화철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바닷물 속 산소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철이 퇴적하지만, 그 이하에선 철은 침전하지 않고 대신 점토나 모래가 쌓인다. 결국 철광층과 퇴적층이 교대로 층을 이루는 이른바 호상철광층이란 모습을 띤다.
 
호상철광층에 고정된 산소의 양은 현재 대기 중 산소의 양보다 20배나 많다. 약 26억~19억 년 전 사이에 쌓인 호상철광층은 오늘날 연간 10억t이 채굴되는 철광의 9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철광석의 55%를 차지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필바라 노천 철광도 이런 호상철광층이다. 필바라의 샤크 만에서는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볼 수 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소청도 선착장에 닿는 쾌속선의 철판에는 초창기 지구에 산소를 불어넣었던 원시 박테리아의 숨결이 살아있는 셈이다.  
 
조홍섭  기자
 

 
☞열쇳말;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란
 
Untitled-4 copy.jpg‘양탄자처럼 깔린 암석’을 뜻한다. 남조세균이나 남조류 무리가 층층이 쌓여 굳은 석회암의 하나로서, 생물이 만든 퇴적구조를 갖는 암석이다. 모든 지질시대에 걸쳐 나타나지만 특히, 선캄브리아 시대의 것은 지구 생명 탄생의 비밀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가장 오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필바라에서 발견된 것으로 35억년 전의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한 것은 12억 5천만년 전이고,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들어서면 전성기의 20%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재 염도가 너무 높거나 환경이 나빠 다른 생물은 살지 못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브라질, 멕시코 사막, 바하마 등에서 형성되고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구 생물의 역사 가운데 8분의 7에 해당하는 기간에 산 가장 생명력이 강한 생물이 만들었다. 또 광합성을 하는 이들이 산소를 방출해 인간을 포함해 산소를 호흡하는 생물이 지구에 살 터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미생물이 분비하는 탄산칼슘과 퇴적물이 켜를 이루며 자라 반구형, 돔형, 가지형, 기둥형 등 여러 형태를 이루며, 1m 이상으로 자라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첩층석(疊層石)’으로, 일본에서는 영어발음 그대로 쓴다. 우리나라에서도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어 길지만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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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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