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가속, 북극곰 이어 황제펭귄도 위협

김정수 2014.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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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주변 45곳서 60만마리 서식, 금세기 말까지 19% 감소 전망

바다얼음 감소와 급격한 변화 때문, 연구자들 "멸종위기종 지정해야"

  
pen1.jpg » 웨델해에 접한 남극 드로닝 모드 랜드의 아트카만에 서식하는 황제펭귄 무리의 모습. 온몸이 모두 회색인 펭귄들은 아직 덜 자란 개체들이다. 사진=하네스 그로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점점 작아지는 바다얼음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북극곰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위협을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반대편의 남극 생태계에 가해지는 기후변화의 위협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갈수록 가속화하는 온난화의 위협 앞에 남극 생태계만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북극의 북극곰에 해당하는 남극의 황제펭귄이 머지않아 북극곰과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임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귀 주위에서 짙게 시작돼 목과 가슴까지 엷게 물들인 황금빛 깃털과 평균 키 1.2m·몸무게 35㎏의 당당한 몸체가 특징인 황제펭귄은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자주 소개돼 남극 펭귄 가운데서도 대중한테 가장 친숙한 종이다. 지금까지 위성 관측 결과 황제펭귄은 남극 주변 45곳에서 60만 마리 가량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세계적 해양연구소인 우즈홀해양학연구소의 스테파니 즈누브리에 박사가 이끈 국제 연구팀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100년까지 세계의 45개 황제펭귄 집단에서 모두 개체수가 줄어들고, 이들 집단 가운데 3분의 2가량에서는 현재 개체수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최근 학계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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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기후변화 관련 저명 학술저널인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세계 황제펭귄의 개체수가 향후 30년 동안 10%가량 증가한 뒤 줄어들기 시작해, 이번 세기 말까지 현재 수준에서 최소 19% 감소하리라고 예측했다. 60만 마리에 이르는 황제펭귄 개체수가 2100년이 되면 48만여 마리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펭귄 가운데서도 가장 추운 곳에 서식하는 황제펭귄 집단은 대부분 인간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직접 관찰이 쉽지 않다.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찰해온 황제펭귄은 남극대륙 동남쪽 아델리에 랜드에 서식하는 집단이 유일하다.

 

연구진들은 이 황제펭귄 집단을 대상으로, 과거 50여년간의 관찰 자료와 45개 집단 서식지에 대한 위성 관측 자료,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기후모델 등을 이용한 남극 바다얼음의 변화 전망 등을 바탕으로 이런 분석 결과를 얻어냈다.
 

황제펭귄 집단의 성장은 그들이 번식하고 새끼를 낳아 키우는 바다얼음의 상태에 크게 좌우된다. 각각의 집단이 오랫동안 적응해온 균형 잡힌 바다얼음 상태가 어떤 방향으로든 급격히 변화하는 것은 집단 유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의 감소는 황제펭귄의 서식지 자체를 축소시킬 뿐 아니라 남극 먹이사슬의 기초인 크릴의 서식 조건을 악화시켜 황제펭귄의 먹잇감을 줄어들게 만든다.
 

바다얼음의 증가도 황제펭귄한테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실제 남극의 바다얼음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리라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역에 따라 증가하기도 한다.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이 늘어나면 부모 펭귄은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바다까지 더 먼거리를 뒤뚱거리며 오가야 해 추위와 바람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성체의 생존률과 새끼한테 먹이를 공급하는 빈도를 떨어뜨려 양육 성공률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
 

연구진이 기후변화 모델을 적용해보니, 황제펭귄 서식지 가운데 남극의 동부 웨델해에서부터 서부 인도양 사이에 위치한 황제펭귄 서식지에서 특히 바다얼음이 많이 줄어들고 변동성도 클 것으로 나타났다. 켐프 랜드에서 아델리에 랜드 사이의 북쪽에 있는 황제펭귄 집단은 규모가 50%까지 줄어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고, 남위 70도선에서 적도 방향 쪽 서식지에 근거를 둔 집단은 2100년까지 90% 이상 줄어들 수도 있으리라고 예측됐다.
 

황제펭귄 서식지 가운데 바다얼음의 변화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측된 곳은 로스해 주변의 서식지다. 뉴질랜드 아래쪽에서 남극 대륙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로스해는 지구의 마지막 원시바다로 불릴만큼 남극해 가운데서도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세계 황제펭귄의 26%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 다른 황제펭귄 집단과 달리 로스해 주변에 서식하는 황제펭귄 집단의 개체수는 2100년까지 오히려 증가하며 다른 서식지에서의 개체수 감소를 상당 부분 상쇄해 줄 것이란 것이 연구자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로스해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Samuel Blanc._Emperor_Penguin_Manchot_empereur.jpg » 키가 1.2m에 이르는 황제펭귄. 사진=사무엘 블랭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연구를 이끈 스테파니 즈누브리에 박사는 우즈홀 해양학연구소가 배포한 연구 결과 설명 자료에서 “바다얼음이 아이피시시의 기후모델에서 전망된 것과 같은 비율로 감소한다면 로스해에 있는 가장 남쪽의 서식지들도 21세기 말에는 황제펭귄들의 대피소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황제펭귄을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지만, 황제펭귄이 멸종위기종 지위에 오르는 데는 난점이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은 어떤 생물종이 3세대 안에 30% 감소하리라 예상될 때부터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하는 탓이다.

 

세계 황제펭귄의 개체수는 장기적(2100년)으로 볼 땐 19% 감소하지만, 앞으로 30여년 동안은 다소 증가할 전망이다. 황제펭귄의 1세대가 대략 16년이므로 3세대 안인 2061년까지 황제펭귄 개체수가 적색목록의 멸종위기종 기준에 들어가기는 불가능한 셈이다.
 

연구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적인 응답은 복잡하기 때문에,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개체수 기준은 황제펭귄 집단에서 예측된 것과 같은 장기적 감소 추세에 선행하는 일시적인 증가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황제펭귄을 미래 기후변화에 의해 위협받는 종의 상징적 사례로 삼아 멸종위기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펭귄의 다양한 생태

온대지역, 적도 근처에도 살아

 

pen2.jpg » 남극 스노우 힐 섬에 서식하는 아기 황제펭귄 한 마리가 섬을 찾은 관광객들 곁으로 다가와 마치 말이라도 걸려는 듯 올려다보고 있다. 사진=이안 더피, 위키미디어 코먼스

 

펭귄은 일생의 반을 물속에서 보내는 새다. 가장 큰 종은 성체의 평균 키가 1m가 넘는 황제펭귄이고, 가장 작은 종은 키가 40㎝ 안팎인 블루펭귄이다.
 

이들은 물속에서 활동하기 쉽도록 지느러미와 같은 형태로 진화한 날개로 하늘을 날듯이 물속을 헤엄치며 물고기·오징어·크릴 따위 수중 생물을 잡아먹고 산다. 펭귄이 남극과 같은 극지의 추운 기후에서 생존할 수 있는 건 공기층으로 채워져 보온재 구실을 하는 깃털과 같은 신체 구조뿐만 아니라 군집생활로 서로의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킨 덕분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남극에서 겨울철 찬바람이 몰아칠 때 펭귄들은 종종 바람을 등지고 무리를 지은 뒤 가장 바깥쪽에서 찬 바람을 많이 받는 위치를 조금씩 교대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펭귄 군집은 젠투펭귄에서와 같이 100쌍 정도의 작은 것에서부터 킹펭귄, 친스트랩펭귄과 같이 수십만쌍에 이르는 큰 것도 있다.
 

펭귄은 짝짓기 시즌이 되면 일부일처로 짝을 지어 1~2개의 알을 낳아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며 품어 부화시킨다. 펭귄 가운데 황제펭귄은 예외적으로 암컷이 사냥을 하고 수컷이 알품기를 전담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극지 주변에 사는 펭귄은 바닷속에서는 상어나 범고래, 바다표범 등과 같은 포식자의 위협을 받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특별한 포식자가 없는 상태에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남극을 찾는 탐험가나 관광객들을 두려워하기는커녕 호기심을 드러내며 다가서기도 한다. 연미복을 걸친 듯한 모습과 특유의 우스꽝스런 몸짓,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덕에 사람들과 가장 먼 곳에 있으면서도 가장 친근한 동물의 하나가 됐다.
 

펭귄에 대해 가장 잘못 알려진 사실 가운데 하나는 펭귄이 추운 극지방에만 서식한다는 오해다. 펭귄은 남극 주변뿐 아니라 온대 기후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갈라파고스 펭귄처럼 적도 근처에 서식하는 종도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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