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년에 녹색당에 투표한다

이유진 2011. 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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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태 우리라고 다를까, '탈핵' 위해 투표할 곳이 없다

당원이 되어 행복한 정당 하나 만들고 싶다


녹색연합이 스무살이 되었다. 올해로 창립 20돌. 녹색연합에서 활동한 지 어느덧 13년차가 되었다.


지난 20년간의 자료들을 뒤적이면서 이런 질문을 해본다. "발품을 판 것 만큼, 땀 흘린 만큼, 환경이 나아지긴 한 거야?"


지금 벌어지는 상황들을 보면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질 정도로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

 

올해는 정말 굉장하다. 폭설에 폭우에 기상이변은 더욱 난폭해졌고, 황사, 4대강, 골프장, 구제역, 고엽제, 강정마을 해군기지, 일본 핵사고까지…. 환경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모든 환경재난을 일상에서 겪고 있다.

 

토건에, 토건에 의한, 토건을 위한 끊임없는 개발사업

 

2006 년 4월, 새만금 방조제 가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는 장면을 허탈하게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위안하기를 앞으로 이 땅에서 새만금과 같은 거대한 파괴적인 토목공사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참 무식하고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설마 했던 4대강 공사를 강행했고, 오는 10월 완공을 한단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이는 권력의 힘 앞에 힘들게 쌓아온 절차적 민주주의와 제도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투표와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지난 4년은 참 길고 암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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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린다던 강은 어디에? 4대강 공사 현장. 구미시 양호동 한천.

 

끊임없이 파고, 메우고, 건설해야 생존하는 토건세력과 그 세력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 있는 한 지금보다 더한 개발 사업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교훈도 확실히 얻었다. 그들은 이제 무엇이든 '녹색'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기가 막힌 포장술도 갖추고 있다.

 

4대강과 같이 개발과 파괴의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참 고달프다. 지역주민들은 말을 할 것도 없거니와 환경운동가들의 삶의 질도 파괴되는 자연 만큼이나 피폐해져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동강에서, 새만금 갯벌에서, 천성산에서, 부안의 길거리에서 집회를 하고, 밤을 새우고, 단식을 하고, 삼보일배를 하고, 싸웠던 그 힘을 모두 모아 녹색과 생명의 가치를 내건 정당하나 만들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그런 생각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보면서 더욱 더 강해졌다.

 

원자력에 올인한 에너지의 미래

 

후쿠시마 사고로 핵발전소의 ‘안전신화’는 초토화되었고, 일본 사회는 수십 년 이상 핵 전기에 숨어있던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하며,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서의 핵 에너지는 국제사회에서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 되었다.

 

지난 7월31일, 핵발전소 사고 지점으로부터 60킬로미터 떨어진 후쿠시마시에 다녀왔다. 최근 그곳의 방사선량을 측정했을 때 시간당 최대 1.19마이크로시버트(연간 피폭량 10.4밀리시버트)가 나왔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 제시한 연간노출한도 1밀리시버트의 10배를 넘어선 수치이고 인구 1,000명당 1명이 추가로 암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후쿠시마시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정부와 도쿄전력을 규탄하는 현수막 하나 걸려있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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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후쿠시마에서 열린  "방사능 없는 후쿠시마를 돌려 달라! 핵발전소 없는 후쿠시마를 촉구하는 현민 집회"에서 마쯔모토 노리코씨가 아이를 친척이 사는 동경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는 후쿠시마 네트워크> 대표 나카테 세이치씨로 부터 의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 정부가 유치원생과 초·중학생들에 대한 피폭한도를 20밀리시버트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핵 재난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데다가 지역의 지도 그룹들이 피난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후쿠시마현 정부가 사고 후 일주일 후 건광관리 전문가를 초청해 지금의 방사능 오염은 신체에 이상을 줄 정도가 아니니 바깥 활동을 재개해도 좋다는 교육을 했다고 한다. 


공무원은 지역 인구가, 시의원은 유권자가, 기업은 고객과 직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여, 자신들이 보호해야할 이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자신의 지위와 기반을 더 중요시하는 '엘리트 패닉'에 빠져있다고 했다. 인내와 자기희생의 국민성을 자랑하는 일본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일본 핵사고를 걱정하는 이들을 ‘불순·불온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한나라당을 보면서, 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침묵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한국에서 핵 사고가 난다 하더라도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핵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 정치인이 있을까?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일본 못지않게 노후한 데다가 관료주의. 비밀주의, 기술 제일주의 운영방식에 찌들어 있는 상황이라 결코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2030년까지 핵발전소 80개를 수출한다는 허황된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윤리적이지도, 환경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는 핵에너지에 걸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에 다녀와서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는 반핵운동을 넘어 탈핵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독일 사례에서 보듯이 탈핵은 정치적인 윤리적인 결정을 통해서 이룩할 수 있다. 이제 정치로 하여금 핵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 시민들의 핵에너지에 대한 인식은 깊어졌다. 지금은 탈핵을 위해 투표할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이에 제대로 답할 정당이 없는 상황이다.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바로 지금, 한국사회에 녹색당이 필요하다.

 

따뜻하고, 정의롭고, 행복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를 위한 녹색당 하나


녹색당은 생명, 환경, 평화, 평등, 다양성, 탈핵을 지향하는 정당이다. 4대강 사업과 일본 핵발전소 사고를 보면서 녹색당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한국 사회에서 녹색당의 깃발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단지 두가지 목적을 위해 녹색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모든 생명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약자에 대한 배려를, 경쟁보다는 공생을 이야기하는 가치지향적인 정당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혼탁한 정치세계에서 영혼의 안식처가 될 만한 정당 하나 갖고 싶다. "당원이 될 수 있어서 내가 행복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당 하나 만들고 싶다. 그래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 녹색당에 투표한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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