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오르는 뱀도 경제성보다 안전

조홍섭 2014. 08. 25
조회수 37717 추천수 0

나무 사는 보아뱀과 비단뱀, 에너지 소비 '경제성' 보다는 '안전' 중시

기어오르는 동작 흔치 않고 만일 경우 피해 치명적…사람, 도마뱀부치도 마찬가지

 

sn4.jpg » 나무에 매달린 호주갈색나무뱀. 뱀들은 경제성보다 안전을 우선 고려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자연에는 낭비가 없다고 한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쓰는 행동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경제성과 안전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동물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뱀은 안전 쪽이었다.
 

그레그 번스 미국 시에나 대학 박사 등 연구진은 나무에 사는 보아뱀과 비단뱀, 호주갈색나무뱀 등 5종 10마리를 이용해 나무를 기어오를 때 얼마나 많은 힘을 쓰는지 실험했다. 수직 파이프에 압력 감지기를 설치하고 마찰력이 있는 섬유 테이프로 칭칭 감은 뒤 뱀이 기어오르게 하는 방법을 썼다.

sn1.jpg » 뱀이 수직 원통 파이프를 기어오르는 방법과 동작에 따라 미치는 압력 크기(오른쪽). 그림=번스 등, <바이올로지 레터스>  

 

뱀은 수직으로 기어오를 때 또아리를 감은 부위로 체중을 지탱한 뒤 몸을 위로 뻗어 기둥을 감고 몸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쓴다. 이론적으로는 몸이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기둥을 움켜쥐면 된다.
 

실험 결과 미끌어지지 않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힘을 1이라고 한다면 뱀들은 대체로 2.5~5의 힘으로 기둥을 감았다. 뱀은 먹이를 조일 때 20의 힘을 쓴다. 그러니까 수직으로 기어오를 때 뱀들은 최소도 최대도 아닌 중간의 힘을 낸 셈이다.
 

sn2.jpg » 나무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보아뱀.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보아뱀은 먹이 동물의 심장박동까지 감지하며 예민하게 조이는 힘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기사: 보아뱀은 쥐의 마지막 심장박동까지 센다 ). 연구진은 “나무에 사는 뱀들은 떨어질 위험을 고려해 경제성보다는 안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안전을 먼저 고려하는 건 뱀만이 아니다. 사람도 암벽등반 등 수직벽을 오를 때는 체중 지탱에 필요한 힘보다 2~4배의 힘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벽을 자유자재로 기어오르는 도마뱀부치는 발바닥의 강력한 흡반 덕이긴 하지만 체중의 10배 힘으로 벽에 들러붙는다.
 

sn3.jpg » 이 연구에서 측정이 이뤄진 것과 같은 종인 초록나무비단뱀.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이처럼 뱀이 나무를 기어오를 때 과잉의 힘을 내는 첫번째 이유로 비용이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나무에 사는 구렁이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며칠씩 한 곳에 머물기도 한다. 드물게 하는 기어오르는 동작에 에너지 소비가 많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떨어졌을 때의 위험을 고려한다면 필요한 것보다 몇 배 에너지를 쓴다고 해도 아까울 것 없는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워문 정보:

 
Byrnes G, Jayne BC. 2014, Gripping during climbing of arboreal snakes may be safe but not economical. Biol. Lett. 10: 20140434. http://dx.doi.org/10.1098/rsbl.2014.043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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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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