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생태계의 '소 우주' 둠벙을 가다

윤순영 2011. 08. 31
조회수 23388 추천수 1

경기도 김포엔 아직도 둠벙에 기대 농사짓는 곳이 있다.

물벌레, 물고기, 새가 어울린 농촌 생태계의 작은 경이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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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능리 오룡동 마을의 둠벙. 좌, 우로 물골이 있어 오메가 형태를 하고 있다.


농수로가 놓이기 전 둠벙은 농경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지금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성동리, 용강리 일부 농가는 농수로 없이 저수지와 둠벙 물을 이용하고 있다. 농수로가 설치되고 경지정리가 되기 전, 둠벙이 있는 논은 논에서 논으로, 논에서 밭으로 물을 흘려주는 생명의 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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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보구곶리 둠벙. 수심이 2미터 정도이며 지름이 15미터나 되는 비교적 큰 둠벙이다.


우물보다는 크고 깊이는 1m 이상 되는 둠벙을 옛 농부들은 가장자리에 돌이나 흙을 쌓아 필요할 때 농수로로 사용했다. 둠벙은 물웅덩이를 말할 때 ‘웅덩이’의 방언으로 못 따위의 작은 저수지, 즉 물웅덩이를 가리긴다.


둠벙을 대신하고 있는 유 자 모양의 콘크리트 농수로는 생물들이 빠지면 다시 나오지 못한다. 농수로가 발달하고 경지정리가 진행되면서 둠벙 논은 물구덩이 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포에 현존하는 둠벙을 찾아보고 과거 둠벙의 추억과 오늘날 환경적인 가치를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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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 물을 이용하여 키운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벼농사 최적지, 물고기 잡던 추억


산에서 머금은 물이 산 아래로 내려와 솟는 곳이 둠벙이다. 자연히 농경문화는 이런 곳에서 시작됐다. 둠벙이 있는 주변은 구릉 지형의 습지형태를 갖추고 있어 벼농사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농촌마을 곳곳에선 가뭄에 대비해 작은 저수지 형태의 둠벙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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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을 찾아온 어린이들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이라면 농사철이면 물을 공급해 주고, 물고기를 잡던 장소인 둠벙의 추억을 갖고 있다. 경지 정리가 실시되기 이전 다락 논에 수리시설이 없어 물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논 안에서 솟는 물을 저장하고 주변에 있던 물을 저장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작은 연못을 만들어 둠벙으로도 이용했다. 삶을 이어가는 먹거리의 생명줄이었다. 서로 자기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물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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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에서 잡은 개구리를 보며 호기심에 가득찬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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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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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산 개구리와 올챙이들.


생명의 시작과 역사 머금어


둠벙이 보여주는 생태계는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다. 둠벙은 수서곤충과 어류들이 모여드는 곳이며 생명이 탄생하는 소우주이다. 물이 없을 때는 계곡에서 내려온 물을 머금고 있고, 물이 많을 땐 머금고 있던 물을 뱉어내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이 숨을 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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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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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옛 문수초등학교가 있던 월곶면 보구곶리의 둠벙과 대곶면 대능리 오룡동 마을 내 둠벙에선 지금도 개구리밥, 마름, 옥잠화 등 수생식물과 물매미, 물장군, 장구애비,게아재비, 물자라, 잠자리 유충등 곤충류와 붕어, 송사리, 버들붕어, 미꾸라지, 올챙이류 등이 공생하고 있다.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새들도 자주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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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참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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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애비

농수로가 없는 산골 농부에겐 현재도 둠벙이 생명과도 같은 곳이다. 사람과 오랜 공생의 역사를 지닌 둠벙은 습지로서의 가치도 높다. 그러나 개발의 압력에 밀려 소중한 보전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한 채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대표적인 농촌 경관이기도 한 둠벙의 보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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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가 채집한 장구애비를 신기한 듯 들여다 보고 있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관련 기사: 쌀농사는 지렁이과 깔따구가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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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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