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낳은 LED, 생태계에는 악영향
황색 나트륨 조명보다 엘이디 백색광에 곤충 48% 더 이끌려
도시와 산업단지 엘이디 채용 따라 생태 교란과 외래종 확산 등 우려
» 야간 조명에 나방 등 곤충이 몰려든 모습. 나트륨 등 대신 엘이디를 쓰면 48% 더 많은 곤충이 이끌린다. 사진=Accassidy, 위키미디어 코먼스
백열등이나 형광등보다 값은 더 비싸지만 효율이 뛰어난 발광다이오드(LED, 엘이디) 조명을 쓰는 곳이 적지 않게 늘어났다. 최근엔 일본 과학자들이 청색 엘이디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쥠으로써 엘이디가 새삼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엘이디는 에너지를 덜 쓰면서, 따라서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면서도 원하는 광도를 얻을 수 있는 유력한 친환경 기술이다. 그러나 이 첨단 조명방식에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약점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다양한 색 온도의 엘이디가 곤충을 유인하는데 차이가 있는 알아보는 실험장면. 사진=포손 외 <생태학 응용>
뉴질랜드 과학자들은 미국생태학회가 발행하는 과학저널 <생태학 응용>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엘이디 조명이 나트륨 조명보다 곤충을 48% 더 많이 불러들인다고 밝혔다. 이런 강화된 유인능력은 여러 측면에서 생태적 영향을 끼친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연구진은 밤에 조명등을 밝힌 스크린에 모여드는 약 2만 마리의 무척추동물을 확인했다. 대부분 나방과 파리 종류였다. 이들은 나트륨의 노란 불빛보다는 엘이디의 백색광에 훨씬 더 이끌렸다.
문제는 대도시나 산업단지에서 조명을 기존 나트륨 등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엘이디로 바꾸는 추세에 있다는 사실이다. 곤충은 조명에 이끌리다가 포식자에 더 잘 잡아먹히고, 먹이를 찾는 능력이 떨어지고, 비행에 장애를 받으며, 밤중에 할 꽃가루받이가 방해를 받는 등 다양한 생태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런 영향은 밤은 물론 낮에 활동하는 곤충에게도 미친다.
연구자들은 이런 영향이 사람에게도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깔따구 등 귀찮은 해충이 사람에게 더 덤벼들도록 이끌 수 있다.
» 산림에 큰 피해를 끼치는 외래종인 매미나방이 알을 낳고 있는 모습. 사진=Lymantria, 위키미디어 코먼스
또 해충의 장거리 이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예를 들어 매미나방은 산림에 해를 끼치는 악명높은 침입종인데, 배에 밝힌 엘이디에 이끌려 선박에 알을 낳는 식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곤충을 유혹하는 파란색 스펙트럼의 방출 강도를 낮추면 곤충의 유인을 억제할 수 있는지 실험해 봤다. 그러나 현재의 엘이디로는 색 온도를 바꾸어도 곤충 유인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엘이디는 낮은 색 온도에서도 많은 청색 광을 방출하는 것 같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도시와 산업시설에서 대규모로 엘이디 조명을 쓸 경우 생태적 영향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장차 필터를 쓰는 등 엘이디 기술을 생태 친화적으로 개선하는데 전기 기술자와 생태학자의 협력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 공원의 조명 개선 모습. 오른쪽은 나트륨 조명이 공중을 비추고 있지만 왼쪽 개선 구역에선 조명이 바닥을 향하도록 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빛 공해의 심각성을 인식해, 환경부가 2018년까지 빛 공해를 절반으로 줄이는 ‘빛 공해 방지 종합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에서 기존 조명을 엘이디로 바꾸는 내용은 들어있어도 이로 인한 생태적 영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04년 추산한 “국내 전체 가로등을 150W 엘이디 가로등으로 교체 시 연간 총 전력사용량의 약 45.8%를 절감 가능하다”는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 M. Pawson and M. K.Bader. LED lighting increases the ecological impact of light pollution irrespective of color temperature
Ecological Applications, 24(7), 2014, pp. 1561~1568, http://www.esajournals.org/doi/pdf/10.1890/14-0468.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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