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비소오염 정화…발암이 발암을 잡아

조홍섭 2014. 10. 17
조회수 41640 추천수 0

중국 연구자들 담뱃재에 산화알루미늄 코팅한 흡착재 개발

담뱃재에 수많은 미세 구멍이 비소 붙잡아, WHO 기준 이내로 정화

 

to7_800px-Papierosa_1_ubt_0069.jpg » 타고 난 담뱃재의 새로운 쓰임새가 발견됐다. 가난한 개도국 주민이 식수에서 발암물질인 비소를 제거하는데 쓸 수 있다. 사진=Papierosa, 위키미디어 코먼스

 

비소는 조선시대 사약의 원료로 썼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낮은 농도에서는 피부 질환을 일으키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비소는 산업공정에서 폐수와 함께 배출되기도 하지만 지질분포에 따라 땅속에 자연적으로 섞여 있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 잘못 지하수를 개발하면 많은 사람이 비소 오염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방글라데시에 지하수를 마시고 나타난 비소 오염의 다양한 증상들. 피부병은 시작이고 점점 심해지면 암으로 이어진다. 사진=SOS-arsenic.net.jpg » 방글라데시에 지하수를 마시고 나타난 비소 오염의 다양한 증상들. 피부병은 시작이고 점점 심해지면 암으로 이어진다.

 

방글라데시에선 수인성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대대적인 관정 보급 운동을 벌였는데 오히려 비소로 오염된 지하수를 마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나라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수질기준 이상의 비소로 오염된 물을 마시는 사람은 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기사: 종기 덮인 손바닥 보이며 “깨끗한 마실 물이 없어요” ).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중국, 칠레, 헝가리,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지질학적인 이유로 지하수가 고농도의 비소로 오염돼 있다. 중부 유럽에서 그 농도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21배에 이르기도 한다.
 

to4_Arsenic_contamination_areas.jpg » 지질학적 이유로 지하수가 비소로 오염된 세계의 지역들.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문제는 자연적으로 비소 농도가 높은 곳의 상당수가 개발도상국이라는 사실이다. 산업폐수로부터 비소를 제거하는 법은 개발돼 있다. 여과, 화학적 침전, 이온 교환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산업적 정화 방법은 전력과 숙련 기술자가 필요한 역삼투막 방식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
 

개도국에서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그 지역에서 구하는 재료로 비소를 정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값싼 천연 소재를 이용해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지하수의 비소를 흡착하는 재료로 바나나껍질, 맥주 발효 찌꺼기, 쌀겨 등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비소 등 오염물질이 재료의 표면에만 들러붙는다는 것이다.

 

to1.jpg » 담뱃재에 산화알루미늄을 입혀 물속 비소 흡착재로 만드는 과정. 그림=첸허 외, <산업 및 공학 화학연구>

 

중국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적정기술을 개발해 미국 화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산업 및 공학 화학연구>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채용한 천연재료는 바로 담뱃재이다.
 

담배는 먹지 않는 작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식물이다. 그러나 암을 일으키는 등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기호품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구진의 시도는 ‘발암물질로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첫 시도가 될 것이다.
 

연구진은 담뱃재에 빈 공간이 많은(다공질) 탄소가 생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담배를 빨아들일 때 공기가 통과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미처 연소하지 못한 담배가 숯의 일종인 활성 탄소가 된다는 것이다.
 

to2.jpg » 전자현미경으로 본 담뱃재 구조(A). 그림 B는 확대한 모습. 알루미늄으로 코팅하면 담뱃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단단해진다(C). 산화알루미늄과 담뱃재를 2대 1 비율로 섞으면 표면에 산화알루미늄이 바늘 모양의 구조를 형성해 표면적이 더욱 커진다(D). 그림=첸허 외, <산업 및 공학 화학연구>

 

전자현미경으로 보았더니 담뱃재에는 평균 지름 20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크기에 불규칙한 형태인 구멍이 많이 뚫려 있다. 연구진은 이 다공 구조에 산화알루미늄을 입혀 형태를 단단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담뱃재 흡착재를 만드는 방법은 대개 이렇다. 먼저 담뱃재를 모아 질산 용액에 넣어 가열해 불순물을 없앤다. 깨끗한 담뱃재를 질산알루미늄 용액에 넣으면 산화알루미늄이 담뱃재 표면에 입혀진다. 이것을 800도에서 2시간 가열해 말려 가루로 만들면 된다.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산화알루미늄-담뱃재 흡착재로 중국 내몽골 톡토흐 지방의 지하수를 대상으로 성능 실험을 했다. 중국의 북부 특히 내몽골자치주의 대부분 지역 지하수가 비소로 오염돼 있다.
 

to3.jpg » 알루미늄 코팅한 담뱃재이 지하수의 비소와 불소 제거하는 성능. 푸른색이 비소, 주황색이 불소 제거율. 그림=첸허 외, <산업 및 공학 화학연구>

 

산화알루미늄과 담뱃재를 2대 1 비율로 섞었을 때 비소 제거 성능이 가장 좋았는데, 지하수 ℓ당 233마이크로그램(1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그램)이던 비소 오염도가 8마이크로그램으로 줄었다. 96%의 제거율을 보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수질기준은 ℓ당 10마이크로그램이다.
 

또 수질정화에 쓴 흡착재를 성능이 거의 떨어지지 않고 6번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공공 흡연장소에서 담뱃재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이런 정화방법이 기술과 인력이 없는 개도국 오염지역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물론 식수를 정화하느라 일부로 담배를 피울 수는 없는 일이어서, 흡연율이 떨어지면 흡착재 원료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이 연구의 장점이자 한계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e Chen, Jiaxing Li, Xilin Wu, and Xiangke Wang, Synthesis of Alumina-Modified Cigarette Soot Carbon As an Adsorbent for Efficient Arsenate Removal, <Ind. Eng. Chem. Res.>, 2014, 53 (41), pp 16051~16060, DOI: 10.1021/ie503057g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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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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