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생태관, 설명문 바꿔 달고 잘못 달고

권순호 2014. 10. 20
조회수 61471 추천수 0

북미산 라쿤을 토종 너구리로, 왕잠자리 고니 참붕어 등도 뒤바뀌어

국내 최대 자연늪 걸맞은 엄밀한 전시 필요, 아이들 잘못된 교육 우려

 
생태관의%20가을2.jpg » 우포늪 생태관 전경. 사진=우포늪관리사업소  
 
경남 창녕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큰 자연늪인 우포늪이 있다. 1998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국제적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우포늪의 생태계를 자세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우포늪 생태관을 찾았다. 2008년 개관했고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쳤다고 한다.
 
부모를 동반한 아이들이 많이 찾는 우포늪과 생태관은 박제, 모형, 사진, 영상, 체험 등으로 우포늪을 즐기면서 알 수 있어서 관람객이 좋아하는 곳이다.
 
지난해 11월 말 탐조를 위해 우포늪을 처음 방문했을 때 생태관도 관람했다. 그때 생태관에서 보이는 잘못을 자원봉사 하시는 해설사에게 말씀드렸던 기억이 나서 다시 한번 생태관을 찾았다. 하지만 전시물의 잘못은 고쳐지지 않은 채였다.
 
우선 1층 “우포늪의 가족들” 전시관을 보자. 이곳은 우포늪 생물의 사진과 모형, 박제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끄는 곳이다.
 
w2.jpg » ‘우포의 동식물’ 생태 퍼즐 코너. 가장 위 너구리 사진이 문제였다.

 

‘우포의 동식물’ 생태 퍼즐 코너는 앞면의 사진을 보면서 퍼즐을 뒤집어 생물의 이름을 맞추는 곳이다. 정작 너구리 사진이 우리나라 토종 너구리가 아닌 흔히 라쿤으로 불리는 미국너구리였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장 다른 쪽의 너구리 모형과 너구리 큐브 맞추기도 미국너구리의 형상으로 제작되었다. 제작자가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국너구리의 사진을 참고하여 모형을 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w3-1.jpg » 생태관의 너구리 사진(왼쪽)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오른쪽 미국너구리를 그대로 옮겨 쓴 것처럼 보인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나 롯데월드의 너구리 캐릭터 로티, 로리 등  우리에게 친근한 너구리 이미지들은 거의 미국너구리를 참조한 것이다. 우리나라 너구리는 얼굴이 뾰족하지도 않고, 눈 아래에 커다란 흰 무늬가 있지도 않으며, 발이 하얗지 않다.
 
모형 앞에 있는 너구리 맞추기 큐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너구리 큐브는 꼬리까지 보이는데 꼬리에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도 미국너구리의 특징이다

w5-1.jpg » 너구리 모형(왼쪽)과 설명문. 학명은 분명히 우리나라 토종 너구리의 것이다.

 
우리나라의 토종 너구리는 눈 주위만 검고 콧대는 검지 않다. 또 발도 검다. 그러나 우포늪의 모형은 눈 주위는 물론 콧대까지 검고, 발도 밝은 색을 띤다. 이런 특징은 미국너구리의 것이다.
 

 

우리나라 너구리

미국너구리/아메리카 너구리 (라쿤)

분류

너구리종-너구리속-개과-식육목-포유강-척삭동물문-동물계

아메리카너구리종-아메리카너구리속-아메리카너구리과-식육목-포유강-척삭동물문-동물계

학명

Nyctereutes procyonoides 

Procyon lotor

주서식지

유럽, 러시아, 중국 동북 지방, 길림성, 일본, 한국 등 북반구 전역

북미대륙

특징

얼굴이 비교적 둥근편, 색채는 대체로 흑색에 가깝고 배면의 정중선의 띠, 눈 밑의 반점, 앞다리의 띠는 더욱 검은색이 짙음. 털은 길어서 배면의 긴털은 90mm나 됨. 꼬리의 총상이 현저하고 상면은 현저하게 검은색이고(그렇지 않은 개체도 있음) 하면은 누런색이다. 개과 비슷한 발의 구조로 짧고 뭉툭하여 나무를 못탄다

얼굴이 비교적 뽀족한 편,

색채는 회색에 가깝다.

발가락이 가늘고 길며 펴져서 나무를 잘탄다.

꼬리에 줄무늬를 가지고 있다.


Bastique _800px-Procyon_lotor_(Common_raccoon).jpg » 라쿤(미국너구리). 우리 토종 너구리와는 과가 다르다. 사진=Bastique, 위키미디어 코먼스

 

w0_김봉균 재활사.jpg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수용돼 있는 토종 너구리의 모습. 사진=김봉균 재활사  
 
너구리 사진 아래 전시된 ‘왕잠자리’로 표기된 사진도 문제다. 몸통에 비해 머리가 유난히 작고 몸에 노란색과 검은 무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잠자리는 왕잠자리가 아니라 어리장수잠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왕잠자리는 어리장수잠자리와 몸집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왕잠자리는 연둣빛이 더 강하며 수컷의 경우 허리에 하늘색도 감돈다. 또한 어리장수잠자리처럼 머리가 몸에 비해 작지도 않다.

 

w7.jpg » 왕잠자리로 표기되어 있는 생태관의 사진. 어리장수잠자리로 보인다.

 

Alpsdake _1024px-Sieboldius_albardae_a2.jpg » 어리장수잠자리. 사진=Alpsdake, 위키미디어 코먼스

 

800px-Anax_parthenope_male_and_female.jpg » 왕잠자리.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잘못은 ‘우포늪의 물고기’ 코너의 건조 박제에서도 이어졌다. 납지리와 각시붕어의 이름을 적은 표지판 위치가 뒤바뀌어 있었다.

w9.jpg » 각시붕어와 납지리의 설문문이 뒤바뀌어 있다.

 

물고기 박제 부근에 우포늪을 대표하는 우리 물고기를 소개하는 글과 사진 패널이 있다. 그런데 ‘참붕어’라고 소개되어 있는 사진은 에는 납자루 종류의 물고기 사진이 있었다. 실제 참붕어는 더 길쭉하고 연한 갈색에 가로로 굵은 회색 줄이 희미하게 나 있다.

 

w10.jpg » 참붕어라고 설명문이 붙어있으나 납자루의 일종으로 보인다.   

옆 개구리 모형에도 오류가 있었다. 산개구리와 옴개구리의 모형이었는데 이것 또한 이름표가 뒤바뀌었다.
 
옴개구리는 등은 검은색 바탕에 많은 작은 융기가 있으며, 이 융기가 마치 옴에 걸린 것처럼 생겼다 하여 옴개구리라고 불린다.

 

w11.jpg » 옴개구리로 잘못 표기된 산개구리.

w12.jpg » 산개구리와 잘못 표기된 옴개구리.
 
산개구리의 특징은 등은 황토색으로부터 적갈색까지 다양하다. 수컷의 배면은 우윳빛을 띠고 있으며, 암컷은 연한 노란색에 붉은색을 띠기도 한다. 등에는 브이 (V) 자 무늬가 있는 경우가 많고 검은색의 점무늬가 있기도 하다.
  
w13-1.jpg » 부리 모양으로 볼 때 큰고니인데 고니라고 표기됐다.

 

영상실  옆에 있는 큰고니 모형에도 고니라는 표기가 잘못 붙어 있었다. 고니는 큰고니의 부리에 비해 검은색의 비중이 크고 노란색은 적다. 모형이라 실제와 차이가 날지는 모르겠으나 도감에 나와 있는 사전적 특징으로 보면 큰고니가 맞아 보인다.
 
광릉숲의 국립산림박물관과 네이버 백과사전에 이어 우리나라 대표 늪인 우포늪 생태관마저 오류가 있었다. 사라져가는 우리 자생 생물들이 안타깝고 소중하다면 생물 하나하나에 더 애정을 가지고 정확하게 표현하였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제대로 고쳐진 우포늪 생태관에서 관람객들이 우포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올바른 생태학습을 체험하기를 바란다.

 

w8.jpg » 곳곳에 오류가 있는 생태관 전시물이지만 아이들의 발길이 잦다.
 
작년 겨울에도 느꼈지만 청명한 가을 연휴에 다시 들른 우포늪은 유명 생태관광지처럼 보였다. 휴일인데도 단체 학생 관람객들과 선생님 뒤로 졸졸 따라다니는 유치원생들, 관광버스로 실어나르는 여행동아리 관광객들과 우포생태문화제 행사로 입구에서부터 차들이 넘치고 여행객은 붐볐다.
 
들머리의 자전거 대여소는  자전거가 동날 정도였다. 소란스러웠다. 우포늪 주위는 조용히 거닐 수 있는 탐방로가 아니었다.
 
자전거는 낡아 심하여 비틀거렸다. 내리막길에서 사람들은 이런 자전거를 타고 괴성을 지르며 경적을 울리며 속도감을  즐겼다. 소란스러운 유원지 같았다.
 
현재 텃새들은 이런 소리에도 무덤덤해 보였다. 그렇지만 작년 겨울에는 우리나라 유명 철새 도래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철새 보기가 힘들었다.
 
그 이유가 자전거 소음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철새들은 작은 움직임에도 텃새보다 훨씬 예민하여 자전거 소리와 방문객의 고성으로 철새 보기가 더 힘들었지 않았나 짐작하여 본다.
 
우포의 자연은 지금 이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생태관 안팎으로 다양한 보여줄 거리와 즐길 거리를 더 만들려 하기보다는 틀린 건 고치고 자연으로 들어갈 때 약속을 정해 질서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글·사진  권순호/ 이우중학교 2학년  newsnow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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