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 촬영 등쌀에 잠 못 드는 두루미

윤순영 2014. 10. 24
조회수 20161 추천수 1

한탄강의 마지막 잠자리 앞에 콘테이너 탐조대 설치 중

농어촌공사 주민지원 사업으로…두루미 쫓아내고 무슨 지원?

 

YS1_7295[1].jpg »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이들에게 안온한 잠자리는 필수적이다.

 

10월17일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 한탄강 상류 쪽 두루미 잠자리 앞에 컨테이너 탐조대가 들어선다 는 제보를 받았다. 바로 철원으로 향했다.


두루미 잠자리에 가보니 가슴이 무너졌다. 둑을 파헤치고 그 위에 컨테이너 탐조대를 설치하려고 터파기가 끝나 있었다.

 

YSY_7687.jpg » 두루미 잠자리 앞에 컨테이너를 올리기 위해 터 파기를 한 한탄강 둑.

 

YSY_7695.jpg » 콘크리트 기초를 하기 위해 쌓아놓은 패널.

 

이길리는 민통선 지역이어서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이길리 동네 앞 한탄강에는 두루미 잠자리가 있다.

 

그나마 하류 쪽 잠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방해를 피해 옮겨온 한탄강의 마지막 잠자리이다. 그런데 이곳의 잠자리 두 곳을 교란하는 컨테이너 탐조대가 들어서는 것이다.

 

두루미는 다른 동물에 견줘 매우 예민하다. 잠자리는 더욱 조심스럽게 고른다. 잠을 잘 때는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방이 트인 조용한 곳을 고르는 것이다.

 

누군가 잠자리를 엿본다면 두루미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두루미는 사적 영역과 집단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새다. 자기 공간을 간섭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조용히 탐조하더라도 사람의 간섭은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YSY_7697.jpg » 한탄강 상류 이길리 부근에 있는 두루미의 마지막 잠자리.

 

1YSY_7692.jpg » 두루미의 잠자리인 한탄강 양지리 하류.

 

두루미는 잠자리  터를 잡을 때 주변 환경을 이용하여 천적을 피하고 노출를 피할 수 있는 곳을 고른다. 여울을 고르더라도 물의 흐름과 깊이도 세밀하게 신경을 쓴다. 체온 유지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두루미는 가장 안전한 곳에 터 잡고 안전을 위해 무리를 이루어 잠을 잔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기만 해도 잠자리에 돌어오지 않는다. 잠자리를 방해받으면 그곳에 며칠씩 오지 않는 조심성을 보인다. 잠자리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YSY_7678.jpg » 겨울을 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재두루미가 철원 평야에 잠시 머물고 있다.

 

한탄강 상류에 컨테이너 탐조대를 설치하는 주체는 한국농어촌공사이다. 민북 지역인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 대한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다니 환영할 일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두루미를 보호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경제도 도움을 받지 않겠는가.

 

YSY_7430.jpg » 철원평야를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는 재두루미는 영역 다툼이 심하며, 불안정하기도하고 시끄러운 양상을 보인다.

 

10월18일 한국농어촌공사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두루미 잠자리에 탐조대를 만들면 어떡 하느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주민들이 원해서 한다고 했다. 주민과 다시 상의하겠다고 했지만 다시 연락이 없다.

 

이번 일을 보고 이태 전 일이 떠오른다. 2012년 2월12일 두루미,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 철새들의  잠자리이자 쉼터인 철원 토교저수지에 수만명이 참가하는 얼음낚시 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배스를 퇴치한다며 서울낚시연합회에게 행사를 허락했다. 행사는 따가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YSY_7339.jpg

  

3년 전 한탄강 하류 쪽 잠자리 인근에 비닐하우스와를 짓고 컨테이너를 놓고 모이를 주며 사진촬영과 탐조를 하였고 몇 개월 전 아예 철원군에서 탐조 대와 사진촬영을 겸한 반 지하  위장 벙커 탐조대가 설치되었다. 그로인해 잠자리를 상류 쪽으로 옮겨갔는데 이제는 경쟁을 하듯이 두루미의 잠자리를 방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두루미 잠자리 지도.jpg » 1번 잠자리는 이미 탐조대가 설치된 곳이다. 두루미가 새로 옮긴 오른쪽 2번과 3번 잠자리에 현재 탐조대를 설치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지금이라도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두루미와 이길리 주민이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무분별한 공사로 두루미를 쫓아버린다면 지역 주민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공사가 시작된 지금은 재두루미가 오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미 600여 마리가 철원평야를 날고 있다. 그러나 잠자리인 한탄강에 머물지 않고 목을 축이고 목욕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YSY_7547.jpg » 볏짚을 말아놓은 콘포 사일로.

 

철원평야에는 곤포 사일로용으로 모두 걷어가 볏짚은 찾아 볼 수 없고 당연히 낙곡도 사라져 버렸다. 철새가 먹을 것을 찾을 수 없는 평야를 비닐하우스가 뒤덮고 있다.

 

이제 잠자리마저 파괴되면 두루미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두루미는 어디로 가야 하나? 철원에 온 재두루미 가운데 2000여 마리는 일본으로 떠나고 남는 개체는 700여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1YSY_7564.jpg » 일본으로 월동을 위해 떠날 재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_DSC0635[1].jpg » 날아오르는 재두루미 무리.

 

많은 수의 재두루미가 떠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 얼마나 여건이 좋지 않으면 머나먼 일본으로 날아갈까?

이런 현실이 우리나라의 환경을 가늠하는 척도가 아닐까?

 

이길리는 민통선 지역이어서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그나마 안정적으로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는 한탄강의  마지막 잠자리이다. 이곳을 지켜야 철원의 두루미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찾아 올 것이다. 사람과 두루미의 약속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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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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