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대나무 부화, 41번째 번식 전략

조홍섭 2014. 11. 04
조회수 33023 추천수 0

인도 희귀 청개구리, 대나무 틈속에 낳은 알이 올챙이 거치지 않고 개구리로

개구리만 180종 이상 사는 생물다양성 보고…둥지 짓는 개구리도 최근 발견

 

fr0_Seshadri K S2.jpg » 수컷이 대나무 마디 속에 암컷의 알을 부화 새끼로 부화시키는 청개구리의 일종. 사진=K. S. Seshadri

 

짝짓기를 한 개구리가 물속에 알을 낳은 뒤 떠나면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가 자라 어린 개구리가 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우리가 아는 개구리의 번식 방법이다. 그러나 모든 개구리가 이렇게 번식하는 건 아니다.
 

어떤 개구리는 땅위에 알을 낳고,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알에서 바로 새끼 개구리가 나오는 종도 1400종이 넘는다.

 

어미 개구리가 올챙이나 새끼 개구리를 등에 지고 다니거나 알을 보호하고 올챙이에게 먹이를 챙겨 먹이는 개구리도 있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번식을 한다. 그 번식전략은 대개 40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41번째 전략이 최근 발견됐다.
 

fr1.jpg » 독특한 번식전략을 지닌 개구리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인도 서고츠 지역 지도. 네모는 대나무 속 번식이 확인된 2종의 개구리 서식 지역. 그림=K. S. Seshadri 외 <린네학회 생물학저널>

 

국립 싱가포르대 연구진은 인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의 하나인 서고츠 지역의 외딴 우림에서 대나무 마디 속에 낳은 알을 수컷이 돌보아 직접 어린 개구리로 깨어나는 새로운 번식 방법을 확인했다.

 

청개구리의 일종(학명 Raorchestes chalazodes)인 이 개구리는 100여년 동안 자취를 감춰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세계적 희귀종이다. 학술지 <린네학회 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진은 3년 동안의 관찰을 통해 이 개구리의 독특한 번식전략을 밝혔다.  

 

fr3_Seshadri K S.jpg » 대나무 표면에 난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청개구리의 일련의 모습. 사진=K. S. Seshadri

 

이 개구리 수컷은 곤충이나 쥐가 낸 흠집이 있는 토종 대나무를 둥지로 골라 틈을 비집고 마디 안으로 들어간다. 마디 속 수컷의 소리에 이끌린 암컷은 대나무 안에 5~8개의 알을 낳는다. 이런 식으로 여러 차례 마디에 알을 모은다.
 

알이 새끼 개구리가 되기까지 수컷은 배를 채우러 외출하는 시간을 빼면 대나무 둥지의 알을 돌본다. 대나무 마디에 물이 들어오면 오히려 새끼가 익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개구리는 애초 마디 맨 아래에 틈이 있는 대나무를 둥지로 고르고 알은 마디 맨 위에 낳는다.
 

fr4.jpg » 개구리의 번식지인 대나무 마디의 모습. A. 개구리 수컷이 알을 지키고 있다. B. 다른 암컷이 낳아 발달 단계가 다른 두 무더기의 알. C. 알에서 새끼 개구리가 깨어난 모습. 사진=K. S. Seshadri

 

fr5.jpg » 알에서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발생하는 과정. 사진=K. S. Seshadri  

 

연구진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육상에 알을 낳는 개구리가 많으며, 덩치가 작은 개구리가 적은 수의 커다란 알을 낳아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새끼로 태어나도록 하는 번식 전략을 많이 채용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개구리는 서고츠의 5곳 이하의 서식지에만 분포하는데 주민이 대나무를 제지원료용으로 채취해 번식지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fr6.jpg » 이번에 대나무에서 번식하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서고츠 지역의 다른 청개구리 일종. 알이 빗물에 빠지지 않도록 마디의 윗부분에 부착한다. 사진=K. S. Seshadri

 

서고츠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개구리와 두꺼비류만도 180여종이 서식하며 이 가운데 54종이 고유종일 만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이곳에서는 둥지를 만드는 개구리 등 독특한 개구리도 최근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daba Shamanna Seshadri, Kotambylu Vasudeva Gururaja and David Patrick Bickford, Breeding in bamboo: a novel anuran reproductive strategy discovered in Rhacophorid frogs of the Western Ghats, India, 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Article first published online : 24 OCT 2014, DOI: 10.1111/bij.1238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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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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