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 강압 물리치는 암탉의 섹스 전략, 정자 배출
서열 높은 수컷의 수정 가능성 높이도록 교묘하게 조절
영국 진화생물학자 연구 논문, 다른 새, 곤충, 얼룩말도 비슷한 전략 펴
▶몸집이 큰 수탉은 암컷과 강압적으로 짝짓기를 하곤 하지만 암컷에겐 대응책이 있다. 출처=<아메리칸 내쳐럴리스트>
닭은 문란하다. 암탉이든 수탉이든 배우자를 따로 두지 않고 여러 상대와 짝짓기를 한다. 특히 암컷보다 몸집이 두 배쯤 큰 수탉은 비록 서열이 낮더라도 강제로라도 욕심을 채운다. 그렇다면 닭은 어떻게 양질의 유전자를 선택해 진화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암컷의 능력에 있음이 드러났다. 레베카 딘 영국 옥스포드대 진화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미국 학술지 <아메리칸 내쳐럴리스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암컷이 선택적으로 정액을 배출함으로써 생식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강압적인 수컷에 대해 암컷은 짝짓기 직후 생식관에 있는 정액의 80%를 밖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런 행동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생식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실증적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야생 닭을 반 야생 상태에서 기르면서 수컷 서열별로 짝짓기 행태를 촬영하고 정액의 사출량과 배출량을 측정했다.
▶연구 대상인 열대 야생 닭. 기르는 닭에게도 수컷이 충분하면 비슷한 행동을 볼 수 있다. 출처=<아메리칸 내쳐럴리스트>
그 결과 암컷은 짝짓기를 한 최초의 수컷보다 나중에 짝짓기를 한 수컷의 정액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의 짝짓기 기회는 가장 강한 수컷이 차지할 확률이 높으므로 서열이 낮은 수컷의 수정 가능성은 훨씬 낮아지는 것이다.
물론 낮은 서열의 수컷에게는 다른 대응책이 있다. 한 번에 사정하는 정액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암컷은 정액의 양이 많을수록 배출하는 횟수도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책임자인 레베카 딘은 이 학술지에서 "정액 배출은 암컷이 수컷의 수정 성공 확률을 좌우하는 효과적인 방법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야생 상태의 닭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기르는 닭에게도 충분한 수의 수컷이 있다면 암컷이 비슷한 전략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컷이 정액을 배출하는 행동은 울타리 종다리 등 다른 조류는 물론 얼룩말, 곤충 등에서도 나타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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