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숨긴 미스터리 제주고사리삼 피난처

조홍섭 2010. 10. 13
조회수 24154 추천수 0
한국의 식물원<9> 한라수목원
6천만 년 전 식물이 250만 년 전 생긴 제주에
특산종 위의 특산속, 세계 양치식물학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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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식물과 특산식물이 많은 제주도이지만 식물학자들은 제주도를 대표할 만한 식물로 하나같이 제주고사리삼을  꼽는다. 워낙 희귀한데다 학술적 가치가 높아 2001년 발견되자 세계 양치식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곶자왈에만 드물게 자라…가설만 있을 뿐
 
제주고사리삼은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분포하고 그것도 중산간 지역의 곶자왈에만 드물게 자란다. 이 식물은 특산종보다 한 단계 위 분류단위인 특산속이다. 열대지역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한 양치식물에서 새로운 속이 발견된 것은 40년 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이 종 자체가 미스터리였다.

발견자의 하나인 선병윤 전북대 생물과학부 교수는 “제주고사리삼이 속한 나도고사리삼 과의 식물은 6천만 년 전에 살았던 아주 오랜 식물인데 어떻게 250만 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생긴 제주도에만 출현할 수 있는지가 지사학적인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제주도 곶자왈을 뺀 다른 곳의 제주고사리삼은 모두 멸종했거나, 250만 년 동안 제주도에서 새로운 속이 생겨났다는 가설이 있을 뿐이라고 선 교수는 설명했다.

선 교수는 “골프장 건설로 자생지의 상당부분이 훼손됐지만 제주고사리삼은 자연유산, 지질공원과 함께 제주를 대표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5일 찾은 한라수목원의 희귀식물증식장에는 제주고사리삼 500여 주가 증식되고 있었다. 줄기 끝에서 3~5장의 잎이 갈라져 나오고 그 가운데 포자주머니가 달리는 독특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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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눈에 띄지 않다가 겨울에 파랗게 


증식을 맡고 있는 김대신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 녹지연구사는 “포자를 발아시키려고 3년째 무진 애를 써봤지만 실패했고 대신 뿌리줄기를 잘라 조각마다 성체로 증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근경을 잘라내 증식시키는 방법은 포자를 통한 유성생식이 아니어서 종 다양성을 늘리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제주고사리삼의 생육환경은 매우 까다롭다. 용암이 굳은 지형인 건조한 곶자왈의 습지에서 살아가는데, 여름에는 나무가 빛을 가려주고 겨울엔 해가 잘 비치는 곳에만 자란다. 주변 나무가 너무 우거지거나 나무가 사라져도 자생지는 소멸한다. 여름내 눈에 띄지 않다가 한겨울에 파랗게 자라는 습성도 최근에야 존재가 밝혀지게 된 이유였다.
한라수목원은 우리나라 식물원 가운데는 가장 먼저인 2000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한란, 만년콩, 개가시나무, 황근 등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귀포 계곡에만 자생하는 만년콩은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어 멸종위기 2급에서 1급으로 상향 조정된 식물이다. 콩과의 난대 식물인 만년콩은 꼬투리 없이 짙은 남색의 콩이 열리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곡에 사는데다 자생지가 홍수에 휩쓸려가는 일이 잦아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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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으름난초 국내 첫 증식 성공
 
한라수목원은 조직배양 기법으로 만년콩을 증식하고 있다. 무균 상태의 병 속에서 만년콩이 싹을 트게 한 뒤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생장호르몬 처리를 하면 줄기와 뿌리가 나오게 유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론적으로는 하나의 만년콩 씨앗에서 무한대의 만년콩 개체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얻은 개체는 모두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복제물이란 점이다. 한라수목원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확보해 놓은 여러 자생지의 만년콩으로 유전다양성 유지를 꾀하고 있다.

 
이 수목원에서는 이밖에 멸종위기종인 으름난초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최근 증식하는 데 성공했는가 하면 한라산 백록담 주변에 50개체 미만이 남아 있는 한라솜다리를 증식하기도 했다.
김대신 연구사는 “제주의 멸종위기 식물에는 갯대추, 황근, 박달목서처럼 해안가에 자라거나 삼백초, 물부추, 자주땅귀개 등 습지에 분포하고, 한란 등 사람 손을 타는 난초가 많다”며 “수목원은 사라져가는 이들 식물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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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이 기획은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사업단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마련됐습니다.

도심 속 녹지 한라수목원, 1100종 희귀종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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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수목원의 위치는 1993년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한적한 교외였다. 하지만 지금은 제주시에서 가까운 도심 속 녹지로서 자연을 만끽하려는 탐방객이 몰린다.
특히 제주공항에서 15분 거리이고 입장료가 없어 단체관광객의 빈 시간을 메우는 장소로 애용된다. 지난달 탐방객은 15만명에 이르렀고 대부분은 관광객이다. 하루 평균 찾아오는 관광버스는 평균 87대에 이른다.

김대신 연구사는 “수목원 면적이 20㏊로 크지는 않지만 광이오름을 끼고 있고 제주도 자생식물 790종을 포함해 1100종의 귀한 식물이 있는 곳”이라며 “탐방객들이 운동과 산책뿐 아니라 식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에는 우리나라 난과 식물의 70%인 60여 종의 난이 산다. 한라수목원에선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한란을 비롯해 죽백란, 풍란, 지네발란 등을 볼 수 있다. 한란은 서귀포에 주로 분포하는데, 자생지에서 어린 개체들만이 발견돼 아직도 인위적 간섭이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제주 섭섬에서 자생하다가 멸종한 양치식물인 파초일엽을 복원한 개체도 볼 수 있다.

씨앗이 바닷물에 밀려 다니다가 해안에 정착해 자라는 제주의 희귀식물에는 갯대추, 황근, 박달목서 등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해안개발 때문에 자생지가 사라지고 있다.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자라는 나무로 알려진 갯대추는 제주도 북쪽 바닷가에서 자라는데, 한라수목원에는 현재는 사라진 삼양 지역에 자생하던 갯대추를 기르고 있다.

삼백초는 잎, 꽃, 뿌리 세 부위가 희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는데, 제주 북서쪽 습지에 살던 식물이다. 습지가 논으로 개발되면서 사라진데다 약초로 많이 채취해 멸종위기식물이 됐다. 한라수목원에서는 포기나누기 방식으로 삼백초를 증식하고 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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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한라수목원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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