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린 어미 쇠백로, 부끄러운 사진을 고백합니다

김봉균 201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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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로 고통받는 야생동물 ① 사진 촬영

사진 애호가 자처하며 우르르 몰려가 카메라 마구 들이대
‘좋은 그림’ 위해 둥지와 새끼에 손대고 돌 던져 날리기도

 
ph1.jpg » 쇠백로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러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개인적으론 가장 부끄러운 사진입니다.  
 
여러분도 취미생활을 즐기고 계신가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만큼이나 수많은 취미생활이 있습니다.
 
취미생활을 하면 신체가 발달하고 정서가 안정되며 단체 활동을 통해 감정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마땅한 취미생활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가엽게 여길 정도로 취미생활은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긍정적인 줄로만 알고 무심코 했던 나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취미생활이 야생동물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몇 차례에 나눠 해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사진입니다. 취미생활로 고통받는 야생동물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사진을 첫 번째 주제로 삼은 이유는 필자가 즐기고 있는 취미생활이기에 가장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예전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고, 야생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저의 사진기는 야생동물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쇠백로 번식 둥지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만약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다시 스크롤을 올리고 사진을 봐 주세요. 그리고 느끼도록 노력해 주세요. 이 사진에 담겨있는 쇠백로의 고통을요.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쇠백로 사진은 필자가 취미생활을 하며 찍은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필자가 찍어왔던 모든 사진 중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진이기도 합니다. 사진 속 어미 쇠백로의 눈을 자세히 바라보신 분들은 느끼셨을 겁니다. 얼마나 두려운 눈빛을 하고 있는지를요.
 
당시 저와 쇠백로 둥지 사이의 거리는 20m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둘 사이에는 위장막은커녕 서로를 가려줄 어떠한 장애물도 없었습니다.
 
쇠백로로서는 아주 짧은 거리에 자신이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다가왔지만, 둥지를 틀어 새끼를 기르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려움에 가득 사로잡힌 상황에서라도 도망가지 못한 채 새끼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이때 이 쇠백로 가족이 저로 인해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꼈을지 짐작이 가시나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은 제게 가장 부끄러운 사진인 것입니다.

 

ph2.jpg » 다리에 인식표지를 달고 있는 멸종위기 1급의 세계적 희귀 새인 넓적부리도요의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사진은 이처럼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기록 구실을 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야생동물과 대중을 이어주기도 합니다.
 
성능 좋은 디지털카메라가 대중에게 급속히 보급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고,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피사체를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게 되었고 이 중에는 분명히 야생동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사진을 찍는다는 건 분명히 꽤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음으로써 야생동물의 특성과 서식환경 등의 정보를 저장하고 알 수 있는 기록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사진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없는 야생동물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대중에게 야생동물을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은 야생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요즘 사진의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 말고 부정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쇠백로 가족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것처럼 말이죠.

 

관련기사: 자연 학대 사진은 이제 그만, '1박2일’이 몰랐던 것…탐조의 미학은 ‘추적’ 아닌 ‘기다림'


  
과거에 발생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볼까 합니다.
 
green_v20140314_1834b.jpg » 포란 중인 뿔논병아리를 찍기 위해 모여든 자칭 ‘야생동물 사진가’ 들의 모습입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칩니다. 저들의 광기에, 그리고 제가 저질렀던 잘못이 떠올라서입니다. 사진=SBS 뉴스 촬영  
 
위의 사진은 포란 중인 뿔논병아리를 찍기 위해 모여든 사진가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알을 품고 있는 야생조류들은 종종 둥지를 잠깐씩 비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게 계속해서 둥지 안에 머물게 됩니다.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물며 천적으로부터 지켜내야 하고 체온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시기는 수많은 자칭 ‘야생동물 사진가’ 에게 기회의 시기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주변을 에워싸고 모여들어도 어미 새는 둥지의 알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온전히 내걸고라도 태어날 새 생명을 지키고자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러한 어미 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멋진 사진 외엔 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더 나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욕심에 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결국, 이 뿔논병아리의 알은 끝끝내 부화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2.jpg » 사진작가 김아무개씨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새의 선물’ 연작의 하나. 둥지가 어색하게 노출돼 있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대부분의 새은 둥지를 지을 때 장소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천적으로부터 최대한 둥지를 은폐해야 번식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저들 나름의 철저한 계산과 고민 끝에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곳에 둥지를 틀게 마련입니다.
 
때문에 많은 종의 둥지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둘러싸여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위 사진은 꾀꼬리와 둥지 사진입니다. 언듯 보면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먹여 주는 모정 가득한 아름다운 사진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굉장히 끔찍한 사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편하게 하려고 촬영에 방해가 되는 나뭇가지를 쳐내 정돈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이 사진을 담고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갔겠지만, 남은 꾀꼬리는 새끼를 길러내고 둥지에서 떠나보내기 전까지 둥지가 주변에 훤히 노출된 채 지내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노출된 둥지는 천적에 쉽게 발견될 수밖에 없고, 이는 번식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나무에 둥지를 짓는 새들 외에 다른 장소에 알을 낳는 새들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검은머리갈매기, 흰목물떼새, 쇠제비갈매기 등은 모래나 자갈밭에 알을 낳습니다.
 
이러한 장소에 알을 낳는 이유는 알이 모래나 자갈밭의 색과 비슷한 일종의 보호색을 띠기 때문에 천적에 노출되는 걸 최소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새들의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새를 찾기 위해 이 새들의 번식지 근처를 돌아다니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알을 밟아 깨뜨리거나 새끼를 밟아 죽이기도 하고, 둥지를 훼손하는 등의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눈에 불을 켜고 알을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데 이러한 새들의 습성을 모르는 비전문가가 이곳을 돌아다니게 된다면 뻔한 일입니다.
 
pa8_쇠제비갈매기알YSJ_7735.jpg » 쇠제비갈매기의 알과 그들이 선택한 번식 환경의 모습입니다. 새들의 이러한 특성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이나 새끼를 밟아 죽이기도 합니다. 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사진을 찍는 이들로 인해 고통받는 건 비단 번식기 때의 동물만이 아닙니다.

ph3.jpg » 검은머리물떼새의 군무를 촬영하기 위해 새들에게 자극을 줘 도망가게끔 다가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멀리 흐릿하게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놀라 서둘러 도망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위 사진은 검은머리물떼새의 군무를 촬영하기 위해 일부러 가깝게 다가가 도망가게 만들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수 많은 새들이 단체로 비행을 선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멋있습니다. 사진 찍는 걸 즐겨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위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사람이 일부러 날리지 않았어도 검은머리물떼새들은 물때에 따라 스스로 이동을 합니다. 먹이활동을 위해서, 휴식을 위해서 자신들에게 알맞은 장소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굳이 새들을 쫓아내는 자극을 주지 않았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새들을 놀라게 하면서, 새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면서까지 자신의 사진을 위해 욕심을 부렸습니다. 
 
새들은 비행을 할 때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자극을 받은 새들은 도망을 가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고 이는 새들의 삶을 굉장히 피곤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새들의 겉모습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외에 새들이 지닌 삶과 습성 자체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그밖에도 역동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 새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질러 쫓기도 하고, 극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 새끼 새를 둥지 에서 마음대로 꺼내거나 적절치 못한 장소로 둥지를 옮기는 등의 몰상식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음  링크로 연결하시면 그 실상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예술작품? 동물학대?…조류 사진전시회 논란 <SBS 뉴스>)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사람이 모두 이러한 잘못을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야생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있고, 최대한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선에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받고 있고, 많은 야생동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분들이 계실까 모르겠습니다. “나는 야생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지만, 사진도 찍고 싶습니다. 그런데 야생동물을 위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야생동물의 사진을 찍을 때 지켜야 할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움직일 때는 최대한 조용히, 천천히 이동한다.
야생동물들은 사람을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천적이라고 인식합니다. 때문에 사람의 움직임은 동물들을 놀라게 하거나 두렵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되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조용히, 천천히 움직이면 야생동물들이 놀라는 걸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2. 야생동물과 ‘임계 거리’ 를 지켜 준다.
임계거리라는 건 쉽게 말해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최소 거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백로 한 마리를 발견했고 백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백로와 사람과의 거리가 약 50m 정도로 좁혀졌더니 날아서 도망갔다면 이 백로의 임계거리는 50m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는 개체마다, 종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동물들의 미세한 움직임으로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이 임계거리를 지켜준다면 동물들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3. 둥지는 절대 손대지 않는다.
둥지는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 입니다. 둥지 근처에서 내가 했던 그 어떠한 행동 하나가 피어나는 생명을 꺾어 버릴 수 있습니다. 둥지나 새끼에게 손을 대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중 하나입니다.
 
4. 둥지 주변의 환경을 임의대로 변화시키지 않는다.
본문에서 다뤘듯 둥지는 천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각 종마다 가장 적절한 위치에 짓는데 둥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둥지 근처의 나무나 풀을 꺾으면 둥지가 밖으로 노출되어 천적에게 발견될 위험이 높아집니다.
 
5. 둥지의 위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발견한 둥지의 위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둥지를 찾게되어 둥지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둥지의 위치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자신만 그 사진을 찍고자 하는 욕심이 아닙니다. 동물을 지켜주고자 하는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ph4.jpg
 
6. 자연환경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거나 위장막을 사용한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을 때에는 자연환경에 녹아들 수 있도록 위장막이나 위장 텐트 등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7. 되도록 적은 수의 인원으로 다닌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면 눈에 띄기 쉬워져 새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경계심을 극대화 시키게 될 수 있습니다.
 
8. 돌을 던지는 등의 직접적인 자극을 주지 않는다.
역동적인 모습을 찍겠다고 돌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하는 건 꼭 돌을 직접적으로 맞는 게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주거나 불필요한 비행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9.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삼간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동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사진을 찍고 떠난 후에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는 또 다른 야생동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0. 촬영하고자 하는 야생동물 종의 습성이나 특징에 대해 공부를 한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취미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이 촬영하고자 하는 야생동물의 습성과 특징을 알고 있으면 그러한 특징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점이 있고 동물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고통받게 하는 경우도 분명히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ph5.jpg » 그들과 나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지켜주었을 때, 그들의 겉모습이 아닌 삶 자체를 들여 봐 줄 때,

 

아는 만큼 지켜줄 수 있는 것 이니까요. 즉 야생동물의 겉모습이 아닌 그들의 삶 자체를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귀찮다면 당신은 야생동물 사진을 찍을 자격이 없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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