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케이블카 정상 연계, 설악산·지리산 훼손 도미노 되나

김정수 201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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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20m 순식간 올라온 탐방객들, '등산로 폐쇄' 안내판 넘어 고산습지 위협

강원도선 설악산 케이블카 노선 발표.  “수익 앞세운 산악공원 케이블카 환경훼손 불가피”

20141113_140852.jpg » 지난 13일 오후 경남 밀양 얼음골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 내린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자연보호를 위해 폐쇄된 가지산도립공원 천황산 방향 등산로로 들어가려고 하늘정원 전망대 근처 나무데크의 울타리를 넘고 있다.


경남 밀양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020m 산꼭대기에 오르는 데는 9분도 걸리지 않았다. 얼음골 케이블카는 하부 승강장에서 가지산도립공원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가운데 상부 승강장까지 탐방객들을 50명씩 10분 간격으로 부지런히 실어날랐다.
 

상부 승강장을 둘러싼 나무 울타리에는 “자연보호를 위해 등산로를 폐쇄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 안내판은 곧 떼내질 운명이다. 경남도 도립공원위원회가 지난해 5월부터 적용한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과 기존 탐방로 연계 차단 조처를 해제하는 내용이 담긴 공원계획 변경안을 지난 7일 확정한 탓이다.
 

승강장을 빠져나와 천황산 방향으로 나 있는 나무데크 길을 따라 10여분 걸어가면 하늘정원이라 불리는 전망대를 만난다. 가지산(해발 1241m)과 천황산(해발 1189m), 운문산(해발 1188m) 등 이른바 ‘영남알프스’의 주봉들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다.

 

20141113_143150.jpg » 밀양 얼음골케이블카 운행 모습. 탐방객 50명씩을 싣고 상·하부 승강장 사이 1.75㎞ 구간을 10분 간격으로 왕복 운행한다.

 

나무데크 길은 천황산 쪽으로 260m쯤 이어지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전망대에서 끝난다. 케이블카로 올라온 탐방객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거기까지다.
 

나무데크 길이 꺾어지는 모퉁이에 붙어 있는 안내판은 천황산 쪽으로 가는 등산로가 폐쇄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탐방객들 가운데 나무 울타리를 넘어 폐쇄된 등산로로 내려가는 사람을 2~3분 사이에 10명 이상 볼 수 있었다.

 

반대 방향에서 나무 울타리를 넘어 나무데크 길 안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도 비슷했다. 나무 울타리를 넘어 들어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탐방객들은 모두 케이블카로 올라왔던 이들이다. 케이블카 탑승권은 하부 승강장에서 왕복으로만 팔고 상부 승강장에서 하행선 탑승권만 따로 팔지는 않는다.
 

나무 울타리를 넘는 탐방객 행렬에 끼어 천황산 쪽으로 향하는 등산로로 들어섰다. 2~3분쯤 내려가면 펼쳐지기 시작하는 억새밭은 어지럽게 난 길로 조각조각 갈라져 있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쉬기 좋은 곳은 여지없이 억새가 짓밟혀 마치 마당같이 변한 상태였다. 사자평으로 이어지는 임도 주변 억새밭에서는 중년의 단체 탐방객 10여명이 막걸리를 놓고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0141113_134105.jpg » 얼음골케이블카 상부승강장 서남쪽에 있는 억새밭 가운데로 탐방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면서 넓은 길이 만들어져 있다. 케이블카 이용객들의 등산로 진입을 금지한 케이블카 운행 조건이 유명무실해진 결과다.

 

동행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의 임희자 정책실장은 “억새밭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시작하면 길이 된다. 등산로가 공식 폐쇄된 지금도 케이블카 이용객들에 의한 억새밭 훼손이 심각한데, 만약 공식적으로 등산로가 연결되면 사자평의 억새밭은 물론 산들늪까지 훼손이 가속화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재약산 동남쪽 사면에 펼쳐진 산들늪은 국내 최대의 고산습지다. 이곳은 큰방울새난과 복주머니난 등 보호 가치가 높은 동식물이 자생하는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2006년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환경단체들이 자연공원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경남도 도립공원위원회의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과 주변 등산로 연계 허용 결정은 “왕복 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하라”고 규정한 환경부의 ‘자연공원 케이블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여서 등산로 개방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가지산도립공원 얼음골 케이블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국립공원에서 추진되는 케이블카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우려다. 지난 8월 정부가 ‘서비스산업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설악산 국립공원 안 케이블카 건설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을 계기로 설악산은 물론 지리산·계룡산·속리산 등 국립공원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케이블카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원도와 양양군은 지난 9일 설악산 오색에서 끝청봉까지 오르는 3.4㎞ 노선을 확정했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달 30일 평창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대회 준비 상황 보고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설악산 케이블카의 조기 추진을 강조한 데 고무돼 올림픽 개막 전 완공을 목표로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은 “가지산도립공원에서 환경부의 케이블카 가이드라인이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무시되는 사태를 방관하는 태도와 과거 덕유산국립공원 설천봉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주봉인 향적봉으로 오르는 불법 산행으로 만들어진 길을 정식 등산로로 인정한 사례를 보면, 설악산 끝청봉에서도 비슷한 일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짚었다. 케이블카 종점인 끝청봉과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은 능선길로 1.5㎞밖에 안 돼 일단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승강장 울타리를 넘는 불법 산행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처장은 “케이블카가 신체적 약자 배려나 공원 보전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환경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직접 설치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며 “얼음골 케이블카의 사례는 지방자치단체나 수익에 의존하는 민간사업자한테 케이블카 설치·운영을 맡기면 결국 통제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밀양/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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