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존, 인구 2천만 뭄바이에 표범 21마리 살아

조홍섭 201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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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인구 뭄바이에 표범 21마리 서식…국립공원 밖에도 넘나들어

인가 발견 표범은 떠돌이 아닌 '이웃' 밝혀져, 좁은 영역서 개 주식

 

leopards-india_s.jpg » 저녁 7시22분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의 한 농촌도시에서 무인 카메라에 찍힌 표범. 사진=세계보전협회 인도 지부

 

수십만 명이 사는 도시에 표범이 나타났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게다가 과거에 사람을 죽인 일이 있고, 가축에 피해를 끼쳤다면.
 

서울시내에 길을 잃고 들어와 쫓기다 사살당한 멧돼지의 모습이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과 표범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존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인도 뭄바이다.
 

뭄바이는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약 2000만명이다. 이 도시에는 표범 21마리가 산다.

 

800px-Way_to_Kanheri_Caves.jpg » 인도 뭄바이에 있는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 모습.
 

표범의 주 서식지는 물론 도심이 아니다. 이 도시에는 북한산국립공원보다 조금 큰 104㎢의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이 있다.
 

뭄바이에서 국립공원 울타리의 용도는 야생동물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울타리 주변은 빽빽하게 개발됐고, 국립공원 안에도 54개 불법 정착촌과 2개의 마을이 있어 그곳에서 모두 25만명이 살고 있다.
 

세계보전협회(WCS) 인도지부와 노르웨이, 인도의 연구자들은 처음으로 국립공원 밖에 출몰하는 표범 5마리에 무선추적장치가 달린 목걸이를 채우고 이들의 행동을 지피에스 장치로 추적했다.

 

사본 -journal.pone.0112044.g001.png » 표범 방사 지점과 이동 경로. 그림=아트레야 외, <플로스 원>

 

최근 공개 과학저널 <플로스원>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표범이 인구 밀집지역에서 매우 잘 적응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표범 관리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문제’ 표범을 포획해 멀리 떨어진 안전한 서식지에 이주시키는 이제까지의 대책이 잘못됐음을 밝혔다. 포획한 곳에서 50㎞ 밖에 풀어놓은 표범들은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www.projectwaghoba.in.jpg » 인도 연구진이 포획한 표범에 무선추적 몰걸이를 부착하는 모습. 사진=WCS 인도지부

 

암컷 성체는 5달 뒤 놓아준 곳으로 돌아왔다. 다 자란 수컷 한 마리는 37일 동안 방사한 곳에서 무려 89㎞ 떨어진 곳으로 다시 이동했다.
 

문제는 이들을 숲 속에 풀어놓았는데도 이동 경로는 인구밀도가 높은 산업지역과 도시주변이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런 방식의 이주는 한 곳의 문제를 다른 곳에 떠넘기는 결과를 빚는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자기 영역을 벗어난 표범은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사람 또는 다른 표범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3마리의 표범은 포획한 곳에 그대로 풀어놓았다. 그곳은 관개농업이 활발한 계곡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었다. 낮은 지대에선 관개를 이용해 사탕수수를 재배했고 주변의 메마른 언덕에선 주로 가축을 길렀다.
 

흥미롭게도 이곳에 풀어놓은 표범 3마리는 아주 좁은 영역만을 확보했다. 먼 곳에 이주시킨 표범이 42㎢와 65㎢의 영역을 차지한 데 견줘 이곳에선 어린 수컷이 8㎢, 나머지 암컷은 각각 11㎢와 15㎢를 자기 영역으로 삼았다.
 

연구자의 하나인 비드야 아트레야 세계보전협회 인도지부 전문가는 “이렇게 좁은 영역은 먹이 동물이 매우 풍부한 생산성 높은 보호구역에서나 볼 수 있다”며 “이는 사람 주변의 먹이 자원이 표범을 지탱해 주고 있음을 가리킨다”라고 이 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Gaffar Khan.jpg » 인가의 개를 먹이로 잡은 인도 표범. 사진=가파르 칸

 

사슴 등 발굽동물이 전혀 없는 이곳에서 표범 먹이의 90% 가까이는 개, 쥐, 멧돼지 등이었고 가장 중요한 먹이는 인가 주변의 떠돌이 개였다.(■ 관련기사: 표범 먹잇감, 염소보다 개)
 

이런 결과는 인구 밀집지역에 ‘출현’한 표범이 길을 잃었거나 무리 안의 갈등 때문에 튕겨져나온 문제 개체라는 이제까지의 인식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그곳은 애초 표범의 영역이었고, 그 표범은 ‘문제 표범’이 아니라 그저 익숙한 이웃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위성추적 결과를 보면, 밤 동안 표범들은 인가의 25m 이내로 매우 가까이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먹이인 가축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표범이 다른 대형 고양이과 포식동물보다 사람이 지배하는 경관에 잘 적응하고 자연적인 먹이가 별로 없는 곳에서도 가축 등을 먹으며 잘 버틴다는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이처럼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사람과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는 데 있다.
 

Dharmendra Khandal _Tiger Watch.jpg » 사람과의 충돌은 표범의 최대 위협요인이다. 장거리 이주는 충돌 기회를 높인다. 사진=다르멘드라 칸달, 타이거 워치

 

표범의 최대 위협 요인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보복을 불러 표범은 곧 목숨을 잃게 된다. 1년 동안의 이번 연구에서 표범 5마리가 사람을 공격한 일은 없었고, 사람에게 한 번 목격돼 쫓긴 일 정도였다.
 

그러나 뭄바이 지역 전체로 놓고 볼 때 늘 평화적인 관계가 유지됐던 것은 아니다. 뭄바이 주민 엘리자베스 수미야가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보면, 1991년부터 2013년까지 표범이 사람을 공격한 사고는 모두 176건이었다. 특히 2002~2004년 사이 84건의 충돌이 집중됐고 2004년에만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특정한 시기에 공격이 집중된 것은 포획한 표범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정책이 시행됐을 때라고 수미야는 지적했다. 2006년 이주 정책이 중단되자 공격 횟수는 극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표범이 출몰하는 지역 주민들이 표범의 존재에 대해 놀라운 포용력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의 충돌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보호대책이 시급하다”라고 논문에서 강조했다.

 

leo8.jpg » 1963년 경남 합천 가야산에서 주민이 잡은 표범.
 

한편, 우리나라에도 표범이 1960~1970년대까지 지리산 등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고가의 가죽과 고기를 노린 밀렵꾼의 표적이 되어 절멸했다. (■ 관련기사: 한국 마지막 표범 뱀가게에 팔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Odden M, Athreya V, Rattan S, Linnell JDC (2014) Adaptable Neighbours: Movement Patterns of GPS-Collared Leopards in Human Dominated Landscapes in India. PLoS ONE 9(11): e112044. doi:10.1371/journal.pone.011204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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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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