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의 치명적 독은 잡아먹은 두꺼비의 독

조홍섭 2014. 12. 03
조회수 78918 추천수 0

독 못 만들어...자체 가공해 더 강력한 독으로

암컷은 알에도 독성물질 물려줘 ‘지독’한 모성

 

sn1.jpg » 흔히 유혈목이는 독뱀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두꺼비로부터 얻은 독을 분비한다. 사진=<한국양서 파충류 생태도감>, 국립환경과학원

 

유혈목이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숲이나 초지, 하천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뱀이다. 목덜미 부분에 엇갈려 난 붉은 띠와 검은 띠가 두드러져 화사 또는 꽃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흔히 독 없는 뱀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혈목이는 분명히 독사이다. 이 뱀은 공격을 당하면 목을 활처럼 구부려 목덜미에 있는 두 개의 독샘을 드러내는 자세를 취한다.
 
포식자가 유혈목이의 목을 물려다간 이 독샘에서 분비된 독액 세례를 받게 된다. 점막을 자극하는 이 독은 기도와 심장근육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롭게도 이 뱀의 목덜미에는 독물을 분비하는 세포가 전혀 없다. 이 독물은 어디서 왔을까.

 

sn2.jpg » 금개구리를 잡아먹고 있는 유혈목이. 개구리가 주요 먹이이다. 사진=김태형 기자
 
유혈목이도 다른 뱀처럼 개구리를 즐겨 잡아먹는다. 그런데 유독 이 뱀은 두꺼비를 잘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꺼비는 피부에서 독물을 분비해 웬만한 포식자는 기피한다. 그렇다면 유혈목이의 독은 두꺼비에서 온 것일까.
 
독액은 매우 효과적인 방어 또는 공격 물질이지만 복잡한 화학물질이어서 만드는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따라서 남이 만들어놓은 독을 가져다 자신의 독을 쓰려는 생물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딱정벌레 독충을 먹어 독을 내는 독개구리와 바다의 독성 해파리를 이용해 독을 내는 갯민숭달팽이가 보고돼 있다.
 
유혈목이가 먹이인 두꺼비로부터 독을 얻는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2007년 데보라 허친슨 미국 올드 도미니언대 생물학자 등 연구진에 의해서였다. 연구자들은 일본에 서식하는 유혈목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sn3.jpg » 일본두꺼비. 일본의 고유종이다. 한국 등 유라시아에 분포하는 두꺼비와 마찬가지로 피부에서 독액을 분비한다. 사진=오픈케이지

 

먼저 두꺼비가 있는 곳의 유혈목이는 목덜미 독샘이 있지만 두꺼비가 전혀 없는 섬에 사는 유혈목이에는 그런 분비행동이 없음이 드러났다. 이 섬의 유혈목이한테 두꺼비를 먹였더니 독샘에서 독액이 분비됐다.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유혈목이 새끼를 길렀을 때도 방어 독물을 분비하지 않았지만 두꺼비를 먹인 뒤에는 독이 생겼다. 또 두꺼비의 독을 그대로 보관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처리해 독성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두꺼비 독을 갖느지 여부는 유혈목이의 행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독이 있는 개체는 성격이 대담했지만 독이 없을 때는 슬슬 도망치기 바빴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일본 교토대 연구자들은 최근 유혈목이 24마리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행동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수태한 암컷의 행동이 수컷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혈목이는 5~6월 동안 강변의 초지에서 주로 지내면서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초지를 떠나지 않는 수컷과 달리 수태한 암컷은 종종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발견됐다.

 

800px-Rhabdophis_tigrinus.jpg »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유혈목이. 사진=Komeccho, 위키미디어 코먼스
 
두꺼비는 강변이 아닌 숲속에 산다. 새끼를 가진 암컷 유혈목이가 두꺼비를 찾아 숲속에 들어가는 까닭은 자신의 알에 독성을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늦여름에 알에서 깬 유혈목이 새끼는 입이 작아 두꺼비를 잡아먹을 수 없다. 이런 무방비 상태에 대비하기 위해 암컷이 두꺼비를 넉넉하게 잡아먹으면 낳은 알에도 독성물질을 포함되는 것이다. 이듬해 봄 어린 두꺼비가 태어날 때쯤에는 유혈목이도 자라 스스로 두꺼비를 사냥할 수 있게 된다.
 
유혈목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그러나 일본에 분포하는 두꺼비는 일본 고유종으로 우리 두꺼비와는 다른 종이다. 아직 우리나라 유혈목이와 두꺼비 사이의 관계는 연구된 적이 없지만, 우리 두꺼비에도 독성이 있어 비슷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ojima & Mori. 2014. Active foraging for toxic prey during gestation in a snake with maternal provisioning of sequestered chemical defenc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http://dx.doi.org/10.1098/rspb.2014.2137
 
Deborah A. Hutchinson et. al., Dietary sequestration of defensive steroids in nuchal glands of the Asian snake Rhabdophis tigrinus, PNAS, vol. 104 no. 7,  2265~2270, doi: 10.1073/pnas.061078510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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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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