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뱀장어의 사냥 비밀, 초당 400회 고전압 펄스 발사

조홍섭 2014. 12. 09
조회수 37068 추천수 0

먹이에 600볼트 전기 펄스 쏘아대 전신마비 시킨 뒤 잡아먹어

감전 기다리는 은둔 사냥꾼 아냐, 숨은 먹이 찾을 때도 전기 이용

 

eel0.jpg » 전기 펄스 세례를 받아 전신이 마비된 물고기를 잡아먹으려는 전기뱀장어.

 

아마존의 전기뱀장어는 개울을 건너던 말을 쓰러뜨릴 만큼 강력한 전기를 낸다. 2미터 가까운 몸길이의 80% 이상이 전지 구실을 하는 세포로 이뤄져 있는 이 물고기는 600볼트의 전기를 낼 수 있다. 가정용 전기의 3배에 필적하는 고전압이다.
 

전기뱀장어가 사냥을 하고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데 전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패러데이가 전기의 본질을 밝일 때, 그리고 볼타가 처음 전지를 만들 때 참고한 것이 바로 이 물고기였다.
 

그러나 전기뱀장어가 어떻게 이런 능력을 구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깃줄에 손을 대는 것처럼 뱀장어가 먹이에 접촉하면 감전되는 것일까.
 

eel4.jpg » 수조 속의 전기뱀장어. 서식지인 아마존에서는 탁한 물속에서 밤에만 활동한다.

 

케네스 커타니아 미국 밴더빌트대 생물학 교수는 전기뱀장어로 실험을 거듭하면서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알았다. 탁한 물속에서 밤중에 사냥하는 전기뱀장어는 실수로 자신을 건드리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둔한 매복 사냥꾼이 아니었다. 오히려 헤엄치는 먹이를 매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
 

고속촬영으로 사냥 모습을 살펴본 결과 뱀장어의 공격은 전기충격과 빠른 공격이 결합된 것이었다. 뱀장어는 먹이가 헤엄쳐 접근하면 0.01~0.015초 동안 고압의 전기 펄스를 초당 400회 집중적으로 방출한다. 공격을 받은 물고기는 0.003초 안에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뱀장어는 먹이가 이런 일시적 마비에서 풀려나기 전에 공격한다.
 

 eel1.jpg » 전기뱀장어가 방출하는 전기 펄스(A)와 이를 맞은 먹이 물고기의 반응(B). 붉은 사진은 물고기가 펄스를 맞고 전신 마비된 이후의 상태를 가리킨다. ms는 1000분의 1초이다. 그림과 사진=커타니아, <사이언스>

 

커타니아 교수는 “전기뱀장어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먹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사실이 놀라웠다. 뱀장어가 전기 펄스를 일제히 방출하는 것은 테이저건과 매우 유사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테이저를 맞으면 근육이 멋대로 뒤틀린다.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커타니아 교수의 실험에서도 뱀장어의 전기 펄스는 운동신경을 노렸다. 차이가 있다면, 테이저가 1초에 19번 고압 펄스를 방출한다면 전기뱀장어는 400번을 낸다.

 

eel2.jpg » 전기뱀장어가 두세개로 이뤄진 전기 펄스를 방출해 숨어있는 먹이의 경련을 유도한 뒤 이를 감지해 잡아먹는 모습. 그림과 사진=커타니아, <사이언스>
 

게다가 뱀장어는 숨어 있는 먹이를 찾는 데도 전기 펄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급격한 근육 수축을 일으키는 펄스 두세개를 먹이가 숨어있는 곳에 발사하면 이를 맞은 동물은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데 이런 움직임으로 위치를 파악해 공격하는 것이다.
 

eel3.jpg » 전기뱀장어는 둔한 매복자가 아니라 리모콘을 활용하는 사냥꾼임이 밝혀졌다.

 

결국 전기뱀장어는 둔한 매복자가 아니라 전기를 리모트 콘트롤처럼 이용해 먹이를 찾아 굴복시키는 사냥꾼이었던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5일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enneth Catania,  “The shocking predatory strike of the electric eel”,  Science 5 December 2014, Vol 346 Issue 6214.
doi: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1260807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케네스 커타니아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앵무새는 왜 먹이를 낭비할까앵무새는 왜 먹이를 낭비할까

    조홍섭 | 2019. 11. 14

    나무 밑에 버린 열매·씨앗이 86종 먹여 살려…‘솎아내기’일 수도 ‘자연에 낭비란 없다’고 흔히 말한다. 한 생물의 배설물까지 다른 생물의 유용한 자원이 된다. 그러나 앵무새를 보고도 이런 격언이 맞는다고 느낄까.앵무새는 야생이든 집에...

  • 쥐와 꿀벌 이어 꽃게도 미로학습 통과쥐와 꿀벌 이어 꽃게도 미로학습 통과

    조홍섭 | 2019. 11. 13

    갈림길 5곳 복잡한 미로 통과…2주 뒤에도 기억 유지미로학습에 나선 생쥐는 여러 갈래 길에서 막다른 골목을 피해 목표에 도달하는데, 반복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인다. 척추동물뿐 아니라 꿀벌과 개미 등 곤충도 이런 공간학습 능력을 보인다.뇌가...

  • 추운 곳 새알은 왜 짙은 색일까추운 곳 새알은 왜 짙은 색일까

    조홍섭 | 2019. 11. 12

    짙은 색 알일수록 느리게 식고 빨리 더워져한여름 손에 쥔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아이스크림보다 빨리 녹아내린다. 짙은 색이 열을 더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체온이 환경에 따라 바뀌는 변온동물에게 열을 얼마나 잘 흡수하는지는 생사...

  • 피라냐의 '최강 이빨' 유지 비결은 통째 교체피라냐의 '최강 이빨' 유지 비결은 통째 교체

    조홍섭 | 2019. 11. 11

    2∼4달마다 턱 한쪽 위·아래 한꺼번에 갈아‘식인 물고기’란 별명은 과장이지만, 물고기 포식자인 피라냐는 톱니처럼 날카롭고 강력한 이를 자랑한다. 피라냐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이를 유지하기 위해 턱의 절반씩 무뎌진 이를 통째로 교체하는 사...

  • 쥐 잡는 원숭이, 기름야자 농장 친환경 바꿀까쥐 잡는 원숭이, 기름야자 농장 친환경 바꿀까

    조홍섭 | 2019. 11. 08

    과일보다 쥐 선호, 40마리 무리가 1년에 3천 마리 포식열대우림을 베어내고 들어선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에서는 가공식품 등에 쓰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물성 기름인 팜오일을 생산한다. 서식지를 빼앗긴 원숭이들은 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