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 지킴이, 원주민일까 자본일까

이유진 2014.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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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림 보호 위한 REDD 사업, 원주민 생존권 위협 논란

환경·원주민 단체, "원주민의 산림이용 기본권 보장돼야"
 
fo2.jpg » 리마 총회에서 플랜테이션까지 인정하는 REDD+에 대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개도국 참가자.
 
지난 4월 <글로벌 위트니스>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10년 동안 환경운동가 908명이 살해되었다. 대부분 토지 강탈, 광산 채굴, 목재 수출에 반대하거나 야생생물보호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것이다.
 
환경운동가가 살해된 곳은 브라질 448명, 온두라스 109명, 페루 58명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광물과 산림자원이 풍부한 중남미 지역이다.
 
지난 9월 8일에도 비극이 일어났다. 불법 벌목을 막기 위해 싸우던 페루의 환경운동가 에드윈 쵸타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그는 열대림 보호 활동가였다.
 
에드윈 쵸타가 살해된 페루에서 12월 3일부터 20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아마존 열대림으로부터 눈 덮인 산맥까지 있는 페루는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는 지역이다.
 
최근 페루 정부는 페루 고산지대에 널려 있는 빙하가 지난 1970년 이후 40% 이상 줄었고, 이로 인해 호수 1000개가 새로 생겼다고 발표했다. 북쪽 해안지역은 홍수가 잦고, 남쪽 칠레와의 접경 아타카마 사막 지역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아마존 산림파괴는 전 세계 교통수단보다 큰 배출원

 

800px-Amazon_Manaus_forest.jpg » 아마존 열대우림.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회의가 남미에서 열리다 보니 지구의 허파, 아마존에 대한 보호 방안이 사이드 이벤트와 민중회의에서 집중해서 열렸다. 남미의 아마존 삼림지역은 750만㎢에 달하며, 이곳에는 지구 생물종의 3분의 1이 산다.
 
페루 안데스 지역에서 시작해 브라질 대서양 연안까지 이어지는 아마존 삼림지역의 강은 6900㎞에 달한다. 아마존 삼림지역 거주 인구는 40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원주민 부족은 385개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의 풍부한 산림은 벌목과 개발로 급격히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가 산림전용과 황폐화로 발생한다. 전 지구의 교통 운송수단에서 화석연료를 태워서 배출되는 양보다 더 많다. 아마존 열대밀림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데, 벌목하고 목초지나 주택지로 개발하게 되면 그만큼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많아진다.
그러나 열대밀림 개발을 통해 원목을 수출하는 것이 주요 경제수단인 곳에서는 개발을 멈출 수도 없는 처지이다. 이에 열대밀림이 위치한 국가에서는 밀림을 보호하는 대신 그에 따른 경제적 대가를 지급할 것을 국제사회에 요구해 왔다.
 
그렇게 마련된 제도가 REDD(개발도상국의 삼림 감소와 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의 감축)이다. 개도국이 산림파괴와 산림전용을 막고 숲을 지켜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것에 대해 선진국이 그에 합당한 투자와 지원을 보상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계산해 흡수한 만큼을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재 UN-REDD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및 북미권의 46개국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산림전용 및 황폐화 방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활동, 즉 REDD 활동을 통하여 확보한 탄소 잠재량은 국제 기준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자발적 탄소시장에 등록하면 공식적인 탄소배출권 확보 사업으로 인정된다.
 
등록 후, REDD 이행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보고해 탄소 잠재량을 인정받으면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되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실적으로 이용한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들의 친환경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제도이다.
 
REDD를 둘러싼 논쟁들
 
전통적인 산림을 대상으로 하던 REDD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플랜테이션까지 대상으로 하는 REDD+, 산림이 아닌 일반 토지의 조림까지 확대하는 REDD++로 확대되었다.
 
REDD 제도가 활성화되면 이론적으로는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에 공급을 증가시켜 탄소 가격이 내리고, 그에 따라 의무 감축국인 선진국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는 REDD가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지, 숲의 생물다양성이나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것인지 등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더구나 식물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조성된 대규모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을 열대밀림과 같은 숲으로 보기 어렵다. 플랜테이션은 원시림에 비해 탄소저장량이 20%에 불과한데도 식량농업기구(FAO)는 플랜테이션 역시 숲에 포함시키고 있다. 더구나 ‘REDD의 경제적인 효과’는 최근 탄소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숲에서 쫓겨나는 원주민
 

fo1.jpg » 열대림에 사는 원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 모습.


아마존 밀림과 원주민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마존환경연구소(IPAM)는 REDD 시스템이 아마존 원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숲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숲에 의존하여 살고 있는 토착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심지어는 숲에서 쫓아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가 열릴 때마다 원주민들은 원주민의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완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 문구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우간다에서도 네덜란드의 FACE 재단이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하고, 그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숲을 이용하려는 지역주민 50여명을 사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숲을 보호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캠페인의 대가로서는 너무 혹독한 일이었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탄소배출권을 갖는 재화로 인정되면서 지역민의 산림 이용권은 배제되었는데, 사실상 주민들은 나무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REDD+에 대한 반대 목소리 높아
 
이처럼 숲을 보호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REDD에 대해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마존 보호단체는 플랜테이션까지 포함한 REDD+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전 세계 농민들로 이뤄진 단체 비아 캄빠시나는 “북반구 선진국들은 남반구에 진 생태적 부채를 정당하게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시장중심적인 해결책을 꺼내어 놓고 있다. 특히 REDD는 마치 개도국, 특히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같은 나라의 숲을 지킴으로써 기후변화를 막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선진국들이 짊어지어야 할 이산화탄소 저감 부분을 개도국의 REDD로 통해 상쇄하려는 것 일뿐이다. 이는 돈을 내고 우리에게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숲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부유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목재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하며, 숲을 보호하는 일은 지역 원주민이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호의 명목으로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환경오염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 것을 도와 지구를 합법적으로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페루회의에서는 열대림이 풍부한 곳에서 열리는 만큼 REDD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12월 10일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리마행진에서 다른 어떤 회의 때보다 원주민의 산림이용에 대한 기본권을 주장하는 강력한 요구가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현장의 목소리는 리마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지구의 허파와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또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리마/ 글·사진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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