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공룡 후손 새는 어떻게 이를 잃었나

조홍섭 201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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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1600만년 전 새 공통조상 이에 돌연변이로 딱딱한 껍질 사라져

20여 국가 연구자 조류 대규모 게놈 조사 결과, <사이언스> 등 실려

 

bird3_Keven Law.jpg » 새는 살아남은 육식공룡의 후손이다. 그렇다면 날카로운 이는 어떻게 사라졌을까. 국제 과학자들이 게놈 연구를 통해 이 오랜 수수께끼를 풀었다. 사진은 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뱀잡이수리. 사진=Keven Law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2년 뒤인 1861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시조새 화석이 발견됐다. 깃털과 부리는 까치 비슷했지만 긴 꼬리뼈를 포함한 골격과 부리 속 날카로운 이는 공룡처럼 보였다. 새가 육식공룡의 후손임을 시사하는 발견이었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날카로운 이를 지닌 육식공룡에서 어떻게 이가 없는 오늘날의 새가 되었을까. 지난 150년 동안 수수께끼에 싸여 있던 이 질문의 답이 최근 조류에 관한 대규모 국제 게놈(유전체) 연구 결과로 나왔다.

 

bird2.jpg » 새와 공룡의 중간 형질을 보인 시조새의 화석. 부리 안에 이가 보인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공룡이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를 지배하던 1억1600만년 전 어느 육식공룡한테서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이에 에나멜질을 씌우는 구실을 하는 유전자 6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자 잇몸이라도 딱딱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육식공룡은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새들의 조상이었다. 현존하는 모든 새 유전체에서 이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에서 부리로의 진화가, 필요에 따라 독립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새의 공통 조상에서 단번에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먼저 턱 앞쪽의 이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대신 부리가 발달하면서 턱 뒤쪽까지 이가 없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새와 가장 가까운 파충류인 앨리게이터에서는 이 6개의 유전자가 모두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새처럼 이가 없는 개미핥기, 수염고래, 거북 등에서도 비슷한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bird1.jpg » 이번 연구에는 1만여 종의 새를 대표하는 45종의 새 표본에서 조직을 채취해 게놈을 조사했다. 미국립자연사박물관의 표본 모습. 사진=AAAS / Carla Schaffer
 
중국을 비롯해 미국, 한국 등 20개국 200여 과학자가 참여한 이번 대규모 연구에서는 1만여종의 새를 대표할 45종을 골라 게놈을 분석했다. 9대의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빅데이터를 처리한 이번 연구에서 새에 관한 많은 비밀이 새로이 밝혀져 과학저널 <사이언스> 12일치 등에 실렸다.
 
이 연구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 울새, 앵무새, 벌새 등은 새로운 소리를 듣고 흉내내는 두뇌 회로가 사람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새는 고래, 코끼리와 함께 사람의 언어장애를 연구하는 주요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또 유전적 거리로 볼 때 매는 독수리나 수리보다 앵무새에 더 가까우며, 플라밍고는 펠리컨보다는 비둘기에 가깝다는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pecial issue, Science 12 December 2014: Vol. 346 no. 6215

DOI: 10.1126/science.346.6215.130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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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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