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 옥의 티는?

권순호 2014. 12. 18
조회수 32782 추천수 0

수면성 오리인 청둥오리가 잠수하고 기러기 울음 소리

원작엔 문제 없는데 애니메이션에 오류, 좀 더 신경썼더라면

 

청둥오리철새때1.jpg »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이와 데려다 키운 청둥오리 초록이 그리고 수달 달수가 청둥오리 떼를 바라보고 있다. 청둥오리는 이렇게 큰 무리를 짓지 않는다. 사진=명필름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나온 것은 2000년이었다. 알만 낳고 엄마는 될 수 없는 밀집 사육 양계장의 암탉 ‘잎싹’은 자신의 알을 품어 엄마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 줄거리는 이렇다. 양계장에서 탈출한 잎싹은 파수꾼 출신 청둥오리 나그네 덕에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 후 족제비에게 희생되는 나그네 부부의 부모 잃은 알을 정성껏 보살피게 된다. 마침내 잎싹은 새끼 청둥오리의 엄마가 되어 진정한 모성애를 알아간다.
 
초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명작이다. 이 동화를 읽고 감동한 오성윤 감독은 심혈을 기울여 2011년 여름 순수 국내 제작진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발표했다.

 

영화 포스터.jpg »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포스터
 
물론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으며 원작 못지않은 감동적인 영화였다. 많은 언론에서 200만 관객을 돌파한 토종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다뤘다.
 
오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 기획 단계에서 TV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우포늪 특집이었어요. 민물 거북과 수달 등 여러 동물이 나오는데, 공간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작에는 저수지가 배경으로 나오는데, 저수지는 별로 아름답지도 않고 생태계도 다양하지 않거든요. 생태계 다양성을 담기에도 우포늪이 딱 적당하겠더라고요. 우포늪의 사계를 담기 위해 계절마다 답사를 가서 꼼꼼하게 조사하고 스케치했죠.”


그는 또 극적인 효과를 위해 원작에 없는 수달을 도입하는 등 200여 마리의 동물을 극중에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우포늪의 철새 소리를 녹음하는 등 음향효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영화이고 동화가 원작임을 전제하더라도 동·식물을 좋아하는 학생의 눈으로 볼 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아는 사실이지만 제작팀에서는 간과하고 작업한 것 같다.

 

초록이 비상준비.jpg » 청둥오리 초록이의 물 위 달리기 시합. 청둥오리는 물 위를 달리지 않는다. 사진=명필름
 
먼저 관객의 손바닥에 진땀 나게 했던, 초록이와 다른 청둥오리들과 박진감 넘쳤던 비행 대결을 보자. 겨울철새 청둥오리 무리에서 비행실력이 제일인 파수꾼을 뽑기 위한 대결에서 청둥오리들이 날기 전에 물 위를 한참 달린다는 점이 오류이다.
 
일반적으로 오리는 잠수를 하여 먹이를 찾는 잠수성 오리와 잠수를 하지 않고 얕은 곳에서 먹이를 찾는 수면성 오리로 나눈다. 잠수성 오리에는 이름이 생소한 종류가 많다.
 
컴퓨터의 새 폴더 이름으로 뜨기도 하는 비오리, 흰죽지, 논병아리, 가마우지 등이 그런 종류다. 수면성 오리에는 흔히 우리가 백조라고 하는 큰고니와 쇠기러기, 청둥오리, 원앙 등이 있다.

쇠_뉴시스-1.jpg » 수면성 오리인 쇠오리들이 상체를 물속에 잠근 채 먹이를 찾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의 차이는 먹이를 먹는 모습과 비행할 때 나타난다. 잠수성 오리는 물속에 헤엄쳐 들어가 물고기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이를 위해 날개가 짧고 날개와 다리가 몸 뒤에 달려있어서 잠수하기에 유리하다. 이런 몸 구조가 날쌔게 잠수해 헤엄치기는 좋지만 비행에는 힘들기 때문에 물 위를 내달리다가 힘겹게 날아오른다.

 

뿔논_연합-1.jpg » 날아오르기 위해 물 표면을 내달리는 뿔쇠오리. 발이 몸 뒤에 달린 잠수성 오리이다. 사진=연합뉴스
 
수면성 오리는 물 위에서 헤엄치면서 머리나 상체를 물속에 잠그고 먹이를 찾는다. 날개는 비교적 크고 몸 앞쪽에 붙어있다. 그래서 잠수는 못하지만 비행에는 유리하기 때문에 물 위에서 바로 날아오른다.
 
물론 예외는 있다. 큰고니와 같은 고니류는 목이 길고 몸집이 크기 때문에 상당히 무겁다. 그래서 수면성 오리에 속하지만 물 위를 달리다가 날아오른다.

 

잠수성 오리

수면성 오리

물 속에 잠수하여 먹이활동

잠수를 못하고 얕은 수심에서 머리와 목을 이용해서 먹이활동

날개가 짧고 뾰족하며 다리가 몸통 뒤쪽에

달려있어서 비행이 어려워 수면 위를 달리면서

도움닫기를 하다가 날아오른다.

다리가 몸 가운데 위치하고 날개가 비교적 크고 앞에 위치하여 비행에 유리하기 때문에 물 위 제자리에서 바로 날아오른다.

먹어활동을 할 때에도 몸을 다 집어넣지 못하고

몸통 뒷부분은 수면 위로 나온다.

비오리, 흰죽지,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흰뺨오리, 홍머리오리, 가마우지…..

 

큰고니, 쇠기러기, 원앙,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넓적부리, 고방오리, 가창오리

큰고니와 같은 고니류는 목이 길고 몸집이 크기 때문에 상당히 무거워서 예외적으로 물 위를 달리다가 난다.

 

다음은 청각적인 오류이다. 시베리아에서 겨울을 나러 우리나라에 날아온 청둥오리 철새 무리와 잎싹과 잎싹의 아들 청둥오리가 마주친 장면이다. 수많은 청둥오리가 날아오는데 배경의 울음소리는 청둥오리가 아닌 기러기 종류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겨울철새 도래지에는 보통 오리들이 먼저 온 뒤에 기러기들이 찾아온다. 아마 제작진은 기러기가 도착한 시기에 녹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둥오리철새때2.jpg » 잎싹과 초록이가 청둥오리 떼를 배경으로 서 있다. 그러나 청둥오리는 이렇게 큰 무리를 짓지도 또 기러기처럼 끼룩거리는 소리로 울지도 않는다. 사진=명필름
 
또한 우리나라의 겨울철새 가운데 수많은 개체가 군무를 하는 것은 가창오리밖에 없다.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 등은 적은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끝으로 수달인 달수 아저씨가 청둥오리 초록이가 어렸을 때 잠수를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색하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청둥오리는 수면성 오리이기 때문에 잠수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잠수를 아주 잘해서 엄마인 잎싹을 놀라게 하지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연극으로도,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현재도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더 철저하게 검증했으면 좋았겠다.
 
오류라고 지적한 내용은 모두 원작 < 마당을 나온 암탉> 책에는 없는 내용이다. 잘못된 부분은 영화에서 중요한 명장면들이고 감동과 재미가 몰아치는 부분이라 영화를 보면서 감동 뒤로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의 시각적인 재미를 위하여 추가하다 생긴 오류라고 생각한다.
 
암탉인 엄마 잎싹은 태생이 닭이라 날지도 못하고 잠수도 못하기 때문에 모성애로 안타까워한다. 아들 초록이는 동네 아저씨 달수를 통해 잠수를 배우고, 박쥐 등에게 날기에 대한 조언을 얻기도 한다.
 
사실 영화에서 암탉과 비교되는 청둥오리의 본성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만약 초록이가 청둥오리가 아닌 논병아리나 비오리였다면 이 오류는 사라졌을 것이다.
 
위의 장면들은 상상력을 표현한 것이고 오류를 지적하다 보면 창작의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자연과 동·식물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다양하고 풍부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태어나고 정확한 지식까지 더불어 전달하는 창작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
 
닭이 잠수나 날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연히 알게 되는 것처럼 청둥오리의 습성도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제작진이 수차례 자연을 답사하고 철새소리를 힘들게 녹음한 것도 어린이 애니메이션이지만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이지 않았던가.
 
권순호/ 이우중학교 2학년 newsnow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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