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00만마리 희생, 로드킬 누구 잘못?

김봉균 2014.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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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이야기 ① 실태
 
살기 위해 길 건너다 죽어선 땅으로 돌아가지도 못해
주검 먹으려 연쇄 로드킬 발생, 사람도 직·간접 피해

 

1.jpg »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 암컷. 옆에는 아직 뱃속에서 보호받아야 할 새 생명도 함께 있었습니다. 새 생명은 미처 피어나보지도 못하고, 그 어미는 새끼를 끝내 지켜주지 못하고 함께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니면 오늘 밤, 분명히 어느 도로에서는 불빛을 내뿜고 괴성을 지르는 자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동물이 생겨나고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 견줘 도로가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도로가 많습니다. 전국의 도로는 이미 10만㎞를 훌쩍 넘었습니다.
 
도로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 삶에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야생동물에겐 서식지 단절,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등을 일으켜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전국의 많은 도로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이 로드킬(야생동물 교통사고)에 의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생태학자 최태영 박사가 연구원 최천권, 최동기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처음 한 걸로 알려지는 로드킬 조사가 있습니다.
 
지리산을 둘러싼 88고속도로와 섬진강변 도로, 19번 국도 4차선 구간을 조사했습니다. 30개월 동안 120㎞의 도로를 왕복하며 발견한 로드킬은 무려 5769건이었습니다. 이 조사를 토대로 전국 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을 추정해 보았더니 아주 적게 잡아도 한 해 100만 마리 이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실제로 야생동물이 구조되는 가장 흔한 이유가 다름 아닌 차량과의 충돌입니다. 보통 차량에 치이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수의 동물들은 목숨이 붙어있는 채 구조됩니다.
 
그렇지만 그 소수의 동물 대부분은 치료가 불가능해 안락사되거나 치료가 가능하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치명적인 영구장애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로드킬의 피해는 동물만 겪지는 않습니다. 사람 역시도 로드킬에 의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큰 사고를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로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도로를 통해 닿지 못할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화상태인데도 말이죠.
 
이미 버려지다시피 한 도로도 상당히 많은데도 계속 생겨나는 도로들은 지금도 궁지에 몰려있는 야생동물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습니다.
 
2.jpg » 세종 신도시 신설 도로에서 로드킬로 폐사한 체 발견한 천연기념물 제330호,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세계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 종에 속하는 수달. 도로 주변에 수달 서식지로 적합한 환경이 펼쳐져 있어 로드킬이 많이 발생할 게 분명했으나 이에 대비한 아무런 장치나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세종시는 서식지 보호와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조사와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조처는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책은 도로가 생겨나기 이전에 마련됐어야 했습니다.  
 
필자 역시 어릴 적 목격했던 로드킬 사고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로드킬에 의해 몰살된 새끼 오리들의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를 잃은 어미가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갓길에 머물고 있던 모습이 지금까지도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을 하면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동물들의 사체를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너구리나 고라니 등을 보고 싶다면 도로에 가시면 됩니다. 도로에서는 무척이나 쉽게 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겠지만요.

 
3.jpg » 고라니를 보고 싶으시다구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도로 위에 있습니다. 다만 그들의 온전한 모습은 보실 수 없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동물을 치게 되는 사람들 역시 피해자입니다. 그 어느 누가 동물을 치고 싶어서 칠겠습니까. 동물을 침으로써 입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 역시 상당합니다. 동물과 사람 모두가 로드킬의 피해자입니다. 그렇기에 로드킬을 겪은 운전자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동물과 사람 모두 피해자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가던 길을 갔을 뿐이다. 동물이 갑자기 도로 위로 뛰어들어와서 미처 피할 수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니라 동물의 잘못이다.”
 
앞서 말했 듯이 운전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동물 역시 절대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동물이 왜 도로 위로 올라와야 하는지, 왜 도로를 건너야 하는지 고민해보신 적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만약 그런 고민을 해보셨다면 절대로 로드킬에 희생되는 동물들을 탓할 수 없을 것입니다.
 
4.jpg » 로드킬은 동물과 운전자 모두에게 크나큰 피해를 안깁니다. 가해자도 피해자, 피해자도 피해자 입니다.

 

이제 제가 드리는 질문에 모두 함께 고민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처절하게 죽어 나가는 도로, 이 도로가 생겨나기 전에 그곳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이 도로는 이전에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그곳에 도로가 생겨났습니다. 도로가 생겨나면서 동물들의 살아가던 환경에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도로로 인해 기존의 서식지가 파편화되기도 하고, 심하게 훼손되었으며 환경오염도 심해졌습니다.
 
서식지가 조각나면서 기존의 서식지에서 더는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거나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들은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필히 죽음이 도사리는 도로를 건너야만 합니다.
 
또 동물은 각각의 생태적 삶에 맞는 행동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도로 상황이라면 그 행동반경에는 분명히 도로가 포함됩니다.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사실 동물들은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친구들이 도로 위에서 먼지처럼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자신도 도로 위에선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도로를 건넙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동물이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하는데도 사람들은 동물을 욕합니다. 그리고 동물을 치고 자신의 차가 찌그러진 걸 보며 재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로드킬은 분명히 땅에서 서식하는 포유류나 양서류, 파충류에게 더 많은 피해를 안기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류 역시 매우 많은 사고를 겪고 있습니다. 낮게 비행하는 새들이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거나,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에서 생기는 기류에 휩쓸려 부딪히기도 합니다.
 
5.jpg »  로드킬에 폐사한 어린 꿩의 모습입니다. 로드킬은 조류에게도 마찬가지로 큰 위험이 됩니다.  
 
로드킬의 더 큰 문제는 한 번 그 자리에서 로드킬이 발생하면 계속해서 2차, 3차 로드킬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검을 먹기 위해 도로 위에 머무는 동물들 역시 로드킬의 위험에서 안전할 순 없습니다.
 
연쇄적으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로드킬이 로드킬을 부르는 셈이죠...
 
또한, 2차 사고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합니다. 주검을 밟고 자동차가 미끄러지거나 갑자기 발견하고 피하려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6.jpg » 로드킬 된 너구리의 주검을 먹기 위해 도로 위에 내려앉은 까치. 이 까치 역시도 로드킬에 희생될 수 있습니다. 로드킬이 로드킬을 부르는 셈이죠.  
 
로드킬이 지니는 안타까움은 또 있습니다. 보통 동물이 어떤 사고를 겪거나 자연사하게 되면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땅에 거름이 됩니다.
 
비록 생을 다했지만, 에너지가 되어 다시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로드킬은 대개 그러지 못합니다.
 
도로 위에서 계속해서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짓이겨지고 흩어지면서 먼지가 되거나, 물에 씻겨 하수구로 흘러들어 갑니다.
 
죽은 동물의 에너지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한다는 것, 곧 이유 없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로드킬은 어쩌면 인간이 야생동물에게 가하는 가장 비윤리적인 행위인지도 모릅니다.
 
7.jpg » 너구리가 쌓아올리던 삶의 마지막 페이지는 이렇게 자신의 혈흔으로 써내려갔습니다. 그것도 로드킬이라는 가장 이유 없는방식으로 말입니다.  
 
로드킬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필자는 7월부터 11월까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실태 조사와,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다음 번에 이어서 알아보겠습니다.

 

8.jpg » 아름다운 풍경 속에 야생동물 한 마리가 점으로 남았습니다.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길은 없을까요.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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