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거목 울고 가로림만 물범 웃었다

김정수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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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환경 이슈 10가지 열쇠말
잊을 틈 없는 미세먼지 위협 속 화학물질 안전대책 관심 집중
힘얻은 반핵 깊어진 원전 불신에 환경 안 비껴간 규제완화 강풍
        

adu0.jpg » 2014년은 마치 한 형제 같은 가리왕산과 가로림만의 운명이 크게 엇갈린 한 해였다.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에선 9월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활강경기장 건설을 위한 벌목이 시작되면서 지름 1m가 넘는 거목까지 예외 없이 잘려나갔다.(왼쪽) 반면 충남도 서산 가로림만에선 10월 조력발전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점박이물범이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됐다.(오른쪽) 사진=정선 서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다사다난하다는 표현이 조금도 상투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2014년이 지나간다. 올 한해 환경 분야 주요 이슈들을 10가지 열쇳말을 중심으로 풀어본다.

 

고농도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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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 밝게 빛나는 붉은 태양을 기대하고 가까운 산에 오른 많은 수도권 시민들은 구름이 없는데도 부옇게 떠오른 태양의 모습에 실망해야 했다. 짙은 먼지에 가려진 탓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의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환경부가 건강한 일반인에게까지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인 1㎥당 122㎍(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까지 올라갔다.

 

중국발 황사나 스모그에 국내산 대기오염물질이 합쳐진 고농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PM2.5)는 올해 내내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와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유해화학물질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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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가 언제든 대형참사를 부를 수 있는 화학물질에 더욱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주변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법 제정 논의가 시작돼, 환경부 화학사고정보통합시스템(CATS)의 공개를 의무화한 법 개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에서도 화학물질을 더욱 엄격히 관리하기 위한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한 하위법령 준비를 끝냈으나 상위법 취지와 달리 화학사고 처벌 기준을 약화시켜 논란이 됐다.
 

반핵 지자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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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삼척 시민들은 ‘원전 백지화’를 내세운 이른바 ‘반핵 시장’을 선출하고, 이어 10월 주민투표에서 원전 반대에 84.97%의 몰표를 던졌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해 원전의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와 원전을 상대로 한 주민 집단소송으로 이어졌다.

 

노후 원전의 가동연장과 폐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연말에 불거진 원전자료 유출 문제는 원전에 대한 불신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큰빗이끼벌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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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부터 4대강에서 ‘큰빗이끼벌레’라는 흉물스런 외래종 태형동물 군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이 생물이 번성한 원인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에 의한 수질 정체 탓이라고 지적하고, 4대강 사업 시행자인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5개월 동안 관련 전문가들을 동원해 조사한 환경부는 지난 17일 이 생물의 번성이 보 설치에 따른 수몰 고사목 대량 발생과 유속 감소에 따른 것이란 분석 결과를 발표해 환경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규제완화 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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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2일 정부는 산지관광 활성화,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등이 포함된 ‘서비스산업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산지관광특구 개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일괄 해제하겠다는 발표에서 환경단체와 비판적 전문가들은 4대강을 파헤친 삽날이 산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떠올렸다.

 

올해 사회 모든 분야를 휩쓴 규제완화 바람 앞에 환경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환경부는 상수원 상류 입지규제 원칙까지 허물어 상수원 상류 지역의 소규모 공장 설립을 뒷받침했고, 보전이 원칙인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발전 사업을 일부 허용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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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일 정부는 차량 배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저탄소협력금제 시행일을 2015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까지 줄여야 하는 국가 목표에 비추어 명백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후퇴 선언이었다. 일주일 뒤 정부는 산업계에 대한 2015~2017년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애초 계획한 16억4300만t에서 4400만t 더 늘려줬다. 차기 정부에 그만큼 더 많은 감축 부담을 떠넘긴 것이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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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 정선 가리왕산에 전기톱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단 사흘 동안의 평창 겨울올림픽 활강경기를 위해 국내에서 유전적·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기로 손꼽히는 숲을 합리적인 복원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베어내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9월29일부터 평창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톱질은 계속됐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조성을 위한 벌목은 30% 이상 진행된 상태다. 하지만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지금도 가리왕산을 살리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가로림만 조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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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6일 환경부는 갯벌 훼손 논란을 빚어온 충남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의 승인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조력발전 사업으로 인한 가로림만 갯벌의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부족했고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의 서식지 훼손을 막는 대책이 미흡했다는 점,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대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환경부의 이 결정에 이어 사업 시행을 위한 ‘공유수면매립계획’ 기간까지 지난달로 만료돼 8년간 끌어온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2000년 영월댐 건설을 막아 동강을 지켜낸 것과 비교될 수 있는 환경의 승리인 셈이다. 

 

리마 기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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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4일 페루 리마에서 전세계 190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참가국들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한다는 데 합의했다.

 

리마 기후회의에서는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진전된 합의는 없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이번 세기말까지 산업혁명 이전 대비 평균 섭씨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한 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내년 말 파리 기후회의에서 2020년 이후의 새 기후체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국체적인 일정에 합의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시각도 많다. 

 

4대강사업 조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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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3일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발표한 조사평가 결과는 총평에서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상당 부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도 사실이다.

 

핵심 시설인 보의 위치가 이·치수 효과가 아닌 불분명한 기준에 의해 선정됐고, 보와 준설이 수질 악화와 녹조 사태를 초래했음을 확인했다. 강살리기를 내세웠지만 실제론 생태계 복원에 대한 고려조차 없이 진행됐다는 결론은 앞선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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