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문어 ‘살신부화’ 모성, 안 먹고 알 4년반 동안 품어

조홍섭 2015. 01. 05
조회수 45224 추천수 1

수심 1400m서 우인잠수정으로 추적 관찰 결과, 동물 가운데 최장기 포란

알 적게 낳고 최대한 키워 생존율 높이려는 전략…어미는 유령처럼 초췌해져

 

76619.jpg » 1400m 심해에서 4년 반 동안 알을 품은 심해 문어의 포란 모습. 사진=MBARI

 

문어 숙회의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즐기는 이라면 문어의 애틋한 최후를 아는 것이 이 연체동물에 대한 작은 예의가 될 터이다. 문어 암컷은 바다 밑 수심 50m쯤 되는 바위틈에 알을 5만개쯤 낳고 알이 깨어날 때까지 6개월가량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지키고 돌본다.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면 기진맥진한 암컷은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런데 이런 얕은 바다의 문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장기간 동안 심해 문어가 알을 돌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몬터레이 만 수족관 연구소(MBARI)는 캘리포니아 해안의 깊은 협곡에서 원격 조작정 무인잠수정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한다.
 

2007년 4월 이 잠수정은 수심 1397m 지점의 바위 언덕 비탈에서 심해 문어의 일종(학명 Grandeledone boreopacifica)을 관찰했다. 이 문어의 몸에는 독특한 흉터가 나 있어 개체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다음달 같은 지점에서 이 문어를 또 발견했는데 이번엔 알을 품고 있었다.
 

MBARI_Deep-sea-octopus.jpg » 알을 품은 심해 문어가 동일한 개체임을 보여주는 흉터(원과 화살표). a, b는 2007sus, c, d는 2009년, e는 2010년, f는 2011년 촬영한 것이다. 문어가 수척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MBARI

 

연구진은 이 문어가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방식으로 알을 품는지 정기적으로 관찰하기로 했다. 관찰은 4년 반 동안 18번에 걸쳐 이뤄졌다.
 

20011년 9월까지도 이 암컷 문어는 끈질기게 알 무더기를 지키고 있었다. 10월 잠수정이 다시 찾았을 때 어미와 알에서 깬 새끼는 모두 사라지고 절벽에는 알껍데기만이 남아있었다.

 

알 품기가 무려 53달 동안 계속됐음이 확인됐다. 동물 가운데 여태껏 없었던 긴 포란기간이 자연생태에서 직접 관측된 것이다.
 

oct1.jpg » 4년 반의 알 품기가 끝나고 알 자리에 남은 알껍질. 얕은 바다 문어가 수만개의 알을 낳는데 이 문어는 155~165개를 낳았다. 사진=MBARI

 

동물 가운데는 알을 오래 품는 종이 있다. 헌신적인 부성애로 유명한 황제펭귄은 남극의 혹한 속에서 2달 동안 발 위에 알을 올려놓고 품는다.
 

뱃속에서 더 오랜 기간 동안 알을 지키는 동물도 있다. 코끼리의 회임 기간은 21달이고, 주름상어는 42달, 고산 도롱뇽 가운데는 48달도 있다.
 

그러나 알을 낳은 뒤 장기간 돌보기에는 문어를 따르기 힘들다. 추운 바다에 사는 문어의 일종은 7도로 수온을 유지한 실험실에서 14달 동안 알을 지킨 기록이 있다.
 

몬터레이 만의 심해 문어가 사는 곳의 수온은 3도밖에 안 된다. 관찰 기간 동안 이 문어는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포식자로부터 알을 지키고 퇴적물이 쌓이지 않도록 산소가 많은 신선한 물을 공급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이 문어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관찰이 이뤄지지 않는 동안 먹이를 먹거나 혹은 자신의 알의 일부를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행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무인잠수정은 로봇팔을 이용해 문어가 좋아하는 게와 새우를 주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주 가까이 들이밀었을 때는 그저 밀어냈을 뿐이다.
 

처음 관찰했을 때 이 심해문어의 피부는 팽팽했고 질감이 있는 연한 자주색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창백한 흰색으로 바뀌었고 피부가 늘어지고 눈빛은 흐려졌다.
 

반대로 알은 점점 커졌다. 처음 길이 1.5㎝, 지름 0.5㎝이던 것이 마지막 달에는 길이 3.3㎝, 지름 1.6㎝로 커졌다.

 

oct2.jpg » 2010년 43개월째 품은 알. 크기도 제법 커졌고 새끼 문어의 윤곽이 나타나 검은 점처럼 두 눈이 보인다. 사진=MBARI  

 

이 심해 문어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알을 품는 걸까. 또 어떻게 어미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내는 온라인 과학저널 <플로스원> 지난해 7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심해 생태계에 적응한 번식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찬 바닷물에서 문어는 신진대사를 아주 느리게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지방도 축적하지 않고 어떻게 그 긴 기간을 버틸 수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남극 바다에는 5달 동안 알을 지키는 물고기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어미 문어에게 알을 품는 것이 생의 마지막 일이라는 사실이다. 어미는 다음번 번식을 위해 알을 낳고 일찍 떠날 필요가 없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
 

1973m__NOAA.jpg » 연구자들이 관찰한 것과 같은 종류의 심해 문어. 수심 1973m에서 촬영했다. 사진=MBARI

 

오랫동안 알을 지키면 그만큼 알이 커지고 깨어난 새끼가 생존할 확률도 높아진다. 알이 깨어난 흔적에서 추정한 알의 수는 155~165개에 지나지 않았다. 수만개에 이르는 얕은 바다 문어 알과 대조된다.
 

적은 수의 알을 낳지만 잘 키워 생존율을 높이려는 전략인 것이다. 사실 이 심해 문어는 캘피포니아 심해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아 이런 번식 전략은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얕은 바다에 사는 문어의 수명이 대개 2년 이내이며 생애의 4분의 1을 알 지키기에 들인다는 데 비춰, 이 심해 문어는 최장수 연체동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정 수명은 18년이다.
 

연구자들은 또 “이번 연구는 우리가 심해에 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bison B, Seibel B, Drazen J (2014) Deep-Sea Octopus (Graneledone boreopacifica) Conducts the Longest-Known Egg-Brooding Period of Any Animal. PLoS ONE 9(7): e103437. doi:10.1371/journal.pone.010343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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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언론인/ 자연작가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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