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범 복원이 두만강과 DMZ 수호신 될까

조홍섭 2015.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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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 남부에 한국표범 복원 계획, 12년 동안 50마리 집단 형성

한국도 비무장지대에 복원하면 두만강, DMZ 난개발 막을 균형추 구실 기대  

 

사본 -Amur_Leopard_(P.p._amurensis).jpg » 한국표범. 표범의 아종 9종 가운데 가장 긴박한 멸종위기에 몰려 있는 세계적 보호종이다. 가장 추운 곳에 적응한 종류이기도 하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4월 연해주 남부 라조브스키 자연보호구역에 50여 마리의 새로운 표범 집단을 재도입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번식 가능한 암컷 15마리를 포함한 50마리 이상의 새로운 표범 집단이 생겨나는 것이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현재 야생에 남아있는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은 세계를 통틀어 30~50마리밖에 없다.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대인 연해주 남서부에 유일한 번식집단이 있고 중국과 북한에 불확실하지만 몇 마리씩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독일 동물학자 헤르만 슐레겔은 1857년 조선에서 포획한 표범의 가죽을 기초로 학계에 새로운 표범 아종을 보고했다. 이 표범은 세계의 9가지 표범 아종 가운데 가장 추운 곳에 살며, 대형 고양이과 동물 가운데 가장 급박한 멸종위기에 놓인 종이다.

 

표범 역사적 서식지.jpg » 한국표범의 역사적 분포. 산악지대가 많은 한반도가 분포의 중심지였다.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표범 서식지.jpg » 한국표범의 현재 분포지(붉은 부위). 그림=러시아 자연자원부 등(2012)   
 
국제적으로 아무르표범 또는 극동표범으로 부르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표범이라고 부르곤 한다. 표범은 호랑이보다 다리가 짧아 눈이 덜 쌓이는 남쪽에 산다. 동아시아에서 오랜 문명으로 서식지가 사라진 중국을 빼면 산악지대가 많은 한반도는 가장 좋은 서식지였다. 한반도는 오랫동안 ‘표범의 왕국’이었던 것이다.
 
두만강 일대에 간신히 남은 한국표범 보전에 러시아와 중국이 나섰지만 정작 남·북한은 관심 밖이다. 가장 적극적인 러시아는 2012년 표범 서식지를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관련 기사: 연해주에 ‘표범 나라’ 생겼다 )

 

3_copy_big.jpg »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의 한국표범. 안정된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으나 근친교배 위험성이 크다. 사진=WWF 러시아 지부

 
그러나 워낙 집단이 작다 보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먼저 근친교배 위험이 크다. 동물원에 있는 한국표범이 야생보다 5배나 많고 유전다양성도 풍부하다.
 
전염병이 돌면 한순간에 집단이 붕괴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개홍역이 돌아 사자 집단의 45%가 죽기도 했다. 이번 재도입 계획은 한국표범의 멸종위험을 덜기 위한 보험인 셈이다.

 

1972 창경원_s.jpg » 창경원에서 기르던 남한의 마지막 표범. 비만 증상이 보인다. 사진=창경원(1972)  
 
한반도 남쪽에서 표범이 마지막으로 산 채로 잡힌 것은 1962년 경남 합천에서였다. 이 한국표범은 창경원에 옮겨진 뒤 1974년 죽었다.
 
일제 강점기인 1919~1942년 사이 624마리를 ‘해로운 짐승을 없앤다’며 무더기로 잡아죽인 이후 근근이 살아남은 한국표범은 1970년대 이후 남한에서 자취를 감췄다. (■ 관련 기사: 한국 마지막 표범 뱀가게에 팔렸다)
 
호랑이와 표범을 함께 일컫는 ‘한국범’은 한민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다. 숭례문처럼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상위 포식자가 생태계에서 하는 중요한 기능이 최근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고라니가 30만마리, 멧돼지는 10만마리나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호랑이, 표범, 늑대 등 포식자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 사람과의 갈등을 피하면서 생태계를 오롯이 되살릴 최상위 포식자 복원을 신중하게 모색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관련 기사: 늑대 풀어놨더니 생태계가 살아났다)
 
복원한다면, 그 대상은 시급성이나 좁은 면적과 많은 인구 등을 고려해 호랑이보다는 표범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립생물자원관을 용역을 받아 한국범보전기금이 수행한 기초연구에서도 “호랑이 복원은 가까운 시일 안에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표범 복원은 가능성이 있다”며 “표범 복원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즉시 시작하자”는 결론을 냈다.
 
표범 복원의 최적지로 꼽히는 곳은 비무장지대(DMZ) 일대이다. 사실 정부가 최초로 2009~2010년 중·서부 비무장지대 안을 조사했을 때만 해도 표범 같은 대형 포식자의 흔적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산양과 사향노루만 많았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조사가 중단된 비무장지대 동부 산악지역에 군이 지난해 직접 무인카메라 30대를 설치했다. 조사결과는 5월께 나오지만 표범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국내에 표범이 없는 것으로 결론난다면 강원도 화천·양구의 백암산·백석산 지역과 비무장지대를 잇는 지역이 최적 후보지가 될 것이다. (■ 관련 기사: DMZ 중·동부는 표범 복원 최적지)

 

dmz8.jpg » 먹이가 풍부하고 거주하는 사람이 없으며 밀렵꾼 출입이 불가능해 표범 복원 최적지로 꼽히는 강원도 민통선 지역. 그림=국립생태원 최태영 박사
 
공교롭게도 표범 복원의 가능성이 가장 큰 디엠지와 두만강 하구는 앞으로 개발이 집중될 곳이기도 하다. 정부가 디엠지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하자 경기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비무장지대 관광개발 방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두만강 하구 일대를 두고도 다국적 도시 조성 등 각종 개발 구상이 쏟아지고 있다.
 
표범을 복원한다면 이 두 지역의 난개발을 막고 생태적 개발로 이끌 균형추 구실을 할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의 3대 생태축 가운데 하나이고, 두만강 하구는 한반도와 연해주를 잇는 생태축의 관문이다.
 
러시아의 표범 재도입 사업은 앞으로 12년 동안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추진된다. 비용은 55억~11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말대로 이 정도라면 우리도 못 할 것이 없다. 한국표범이 한반도의 생태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부활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러시아의 한국표범 재도입 프로그램

 

male-leopard-120410.jpg » 러시아 시호테알린 남서부의 한국표범. 사진=WWF 러시아 지부

 
러시아 연해주는 한국표범 분포지에서는 최북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국과 한반도의 서식지가 망가지자 최후의 거점이 됐다.
 
1970년대까지 연해주에는 3곳의 한국표범 서식지가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연해주 남서부에 25~34마리가 남았을 뿐 나머지 두 곳에서는 절멸했다.
 
먹이 감소와 밀렵이 주 원인이었다. 개발과 밀렵으로 먹이인 사슴이 급감한데다 밀렵이 기승을 부렸다.
 
특히 사냥개를 이용한 밀렵이 성행했다. 겨울철 눈에 난 발자국으로 쉽게 추적이 가능한데다 개에 쫓긴 암컷 표범은 종종 나무위로 피신해 밀렵꾼의 손쉬운 표적이 됐다.
 
표범은 호랑이보다 다리가 짧아 깊이 쌓인 눈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데 이 지역에 큰눈이 잇따라 내린 것도 시호테알린 남부에서 1970년대에 표범이 사라지게 된 요인이었다.

 

표범 서식범위.jpg » 1970년대까지 시호테알린의 한국표범 분포지(빗금 부분). 세 곳 가운데 가운데 남서부에서만 표범이 살아남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오른쪽의 남부가 이번에 표법 복원지로 선정된 곳이다. 사진=러시아 자연자원부 등(2012)
 
러시아 정부와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EP), 세계자연보전기금(WWF) 등 국제 기관은 2010년부터 표범 복원에 나섰다. 먹이의 밀도와 종류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한 결과 1970년대까지 표범이 번식했던 시호테알린 남부로 재도입 장소가 결정됐다.
 
복원 대상지인 라조브스키 자연보호구는 면적이 7000㎢가 넘는다. 이곳에 번식장과 방사장을 지을 계획이다.
 
번식 주체는 전세계 동물원에서 선발한 성체로 반자연 상태로 조성된 번식장에서 새끼를 낳고, 새끼는 방사장에서 야생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야생의 먹이 사냥, 사람과 호랑이 회피 능력을 획득한 새끼는 열린 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야생으로 퍼져 나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10년 동안 표범 새끼 20마리를 방사해 번식 가능한 암컷 15마리 등 50마리로 이뤄진 표범 집단을 형성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이다. 현재 유럽의 동물원에 있는 혈통이 관리된 한국표범은 114마리, 미국에는 48마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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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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