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먼저 들어내는 일이 영주댐 철거보다 힘들 거예요”

김정수 2015. 01. 14
조회수 29000 추천수 1
인터뷰: 영주댐 철거 소송 나서는 지율 스님
“이기고 지고 떠나 소송 통해 좋은 이야기 만들어 나가야죠”, 변호사 없이 나홀로 준비
“내성천과 낙동강까지 망치는 댐 언젠간 헐어야죠. 담수 시작돼도 내성천변 안떠날 터”

ji1.jpg » 11일 오후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내성천변 제방 위에 있는 거처인 천막 앞에 선 지율 스님. 사진=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10여년 전 ‘천성산 도롱뇽’을 앞세운 환경 소송으로 인간의 편리만을 추구해온 사회에 무거운 화두를 던졌던 지율 스님이 이번엔 막 본체 공사가 끝난 댐의 철거를 목표로 한 환경 소송에 나선다. 

스님은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땅 한평 사기에 동참한 이들과 함께 이번주 안에 국가와 수자원공사,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내성천 수계 보호를 위해 경북 영주시 내성천을 가로막는 영주댐 철거를 요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도 신청자들의 ‘당사자 적격’을 인정해준 것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소송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동호교를 건너자 멀리 제방 위에 있는 스님의 거처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동그란 천막이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우주선 같다. 
 
ji2.jpg » 지율 스님이 이날 내성천을 찾은 '재성천 친구들' 회원들과 함께 생태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수 선임기자 `

천막 앞 농로로 진입하려고 핸들을 꺾으니 50m쯤 앞에 고라니 한 마리가 자신이 집 지키는 개라도 되는 듯 길을 막고 서 있다. 녀석은 잠시 차 쪽을 빤히 쳐다보다 갑자기 놀란 듯 길 옆 묵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바닥에 모래가 깔린 천막 안에서 지율 스님은 찻물을 끓이는 중이었다.
  
스님은 자신에 대한 왜곡 보도와 부당한 비난에 맞서 늘 해온 방식 대로 이번 소송도 소장 작성부터 자료 준비까지 모두 ‘나홀로 소송’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에겐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벌여 이긴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댐 철거라는 전례 없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은 단순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이기는 소송, 지는 소송의 문제가 아니라 소송을 통해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저희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저희는 경우에 따라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주장도 하고 싶거든요. 남이 안 하는 얘기를 하고 싶으니까. 그런데 변호인을 통하면 법률적 틀에 가둬져서 확장이 안 돼요.”


영주댐 건설 사업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와 용혈리 사이 내성천 중상류에 높이 55.5m, 길이 400m, 총저수용량 1억8100만㎥의 댐을 쌓는 사업이다. 낙동강에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하는 4대강 사업의 일부로 댐 본체 공사가 끝났지만, 이설 도로 공사와 주민 이주 등이 늦어지면서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마지막 4대강 사업으로 불린다. 

 

ji4.jpg » 영주댐이 완공되면 수몰될 400년 전통의 인동 장씨 집성촌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 금강마을 뒤편으로 영주댐이 보인다. 사진=영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9년 착공 당시 영주댐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률(B/C)은 사업비 8400억원을 투입하는 조건에서 1.015로 편익이 비용을 겨우 넘겼다. 이후 수자원공사 공식 발표로 1조850억원까지 불어난 사업비를 적용하면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전혀 없는 사업이다.
  
영주댐 공사와 낙동강 본류 준설이 시작된 뒤 고운 모래로 덮여 있던 내성천변은 점점 자갈밭으로 변하면서 풀로 덮이는 곳이 늘어났다. 4대강 사업으로 상류에서 공급되는 모래양과 하류로 빠져나가는 모래양 사이의 균형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내성천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사실 저는 좋은 데서만 살아서 풍경에 대한 그리움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지천이 망가지면 본류의 회복이 불가능해져요. 내성천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 가장 좋은 곳이지요.” 11일 오후 카메라를 둘러메고 내성천 주변 환경 조사를 나서는 스님의 말이다.
 
ji3.jpg » 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물돌이마을 회령포 전경. 영주댐 하류에 위치한 이곳은 댐 건설로 강물의 흐름이 제한되면 모래 유입이 적어져 점차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사진=탁기형 기자
 
내성천 환경 파괴 말고도 스님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안전 문제다. 그는 “지금 문화재 발굴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수몰 예정지 주변 도로가 계속 무너져 주민 이주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댐 사업이 부실한 지질 조사와 설계를 바탕으로 추진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스님과 함께 돌아본 수몰 예정지 주변 도로 곳곳에선 무너진 절개면을 보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님은 지난해 2차로 벌인 내성천 땅 한평 사기 운동을 통해 곧 내성천 하류의 회룡포 인근에 있는 840평짜리 논을 50% 지분 공유 방식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 땅에는 4대강 기록관을 지을 계획이다. 
 
찬성과 반대, 우리가 옳다 이런 것보다도 관련 자료를 전부 한곳에 모아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정부의 홍보 동영상이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내놓은 보도자료 같은 것을 지금 보면 코미디 같지만, 그렇게 사업을 추진했던 힘들을 기록해놓는 것도 의미가 크겠죠.”

 

언젠가 영주댐을 헐어야 한다고 확신하는 스님은 정치권과 환경단체들에서 내성천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영주댐 본체를 그대로 두고 홍수조절용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덜컹덜컹하다고 했다. 

댐 본체에만 3000억여원이 들어간 댐을 짓자마자 바로 철거하라고 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겠느냐고 하자 스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뭐가 부담스러워요. 4대강 보를 헐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면서 영주댐 허물라는 소리는 왜 못하나요. 사실 보 허는 것이 더 힘든데.”
 
ji5.jpg » 지율스님이 2012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영주댐 건설로 황폐화되고 있는 내성천의 환경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2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영주댐을 철거하고 350만평에 이르는 수몰예정지에 100만평 이상의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스님과 내성천 보전운동 모임인 ‘내성천 친구들’의 조사에서 내성천 주변은 먹황새·흑두루미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22종의 법정보호동물의 서식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에 낙동강 상류 최대의 인공습지를 조성하면 생태관광을 통해 지역에 댐 건설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득도 가져다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는 영주댐을 헐어 내성천을 살리는 싸움을 장기전으로 준비하고 있다. “10년은 생각하고 들어왔어요. 지금은 안 돼도 언젠가는 헐게 하겠다는 거죠. 10년 동안 계속 보고 있으면 언젠가는 틈이 생기겠죠.”
 
스님은 영주댐으로 토막나는 내성천에 “위로가 돼주겠다”는 생각으로 2012년 봄부터 지금 자리에 눌러앉았다. 천성산을 파헤치는 굴착기 앞에 맨몸으로 맞서고 여러차례 목숨을 건 단식을 마다않은 그에게 그래도 영주댐에 담수가 시작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묻는 것은 우문이었을까.
  
그는 “어떡하긴 어떡하겠어요. 제가 여기 나가기는 하겠어요? 저를 먼저 들어내는 일이 영주댐 철거보다 힘들 거예요”라며 웃었다. 

영주/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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