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넘는 기러기의 비밀은 롤러코스터 타기

조홍섭 2015. 01. 16
조회수 43858 추천수 0

고공 직선 비행은 희박한 공기속 더 많은 날갯짓과 에너지 들어

내리막에서 기력 회복하고 상승기류로 이용, 최고고도는 7290m

 

goose_Lip Kee_Bar-headed_Goose,_Keoladeo_National_Park,.jpg » 히말라야 산맥을 1년에 두번 거뜬히 넘어 이동하는 줄기러기. 몸집이 큰 새이면서도 최대한 에너지를 줄이는 비행술을 구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Lip Kee, 위키미디어 코먼스

 

새들은 장거리 여행의 명수다. 위치를 알 수 있는 아무런 표지도 없는 망망대해나 거대한 사막도 거뜬히 지난다. 그렇더라도 공기가 희박한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새들은 놀랍다. 몽골에서 번식을 마친 줄기러기와 쇠재두루미는 겨울을 나기 위해 히말라야 산맥을 너머 인도와 티베트 남동부로 이동한다.
 

산소도 희박하고 추위가 극심한 고산지대를 새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소형 무선 추적장치 덕분에 그 비밀이 일부 밝혀졌다.
 

goose_Andrew%20Purdam_above%20marpha_mustang%20region_nepal.jpg » 쇠재두루미 무리가 히말라야 산맥을 통과하는 모습. 사진=Andrew, 위키미디어 코먼스

 

찰스 비솝 영국 방고르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몽골에서 줄기러기 7마리의 몸속에 소형 추적장치를 이식했다. 새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1년뒤 제거된 이 장치는 기러기의 심장 박동수, 가속도, 체온 등을 측정해 이 새가 어떤 고도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생리적인 상황은 어떤지를 기록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16일치에 실린 연구자들의 논문은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이제까지는 줄기러기가 고원지대를 만나면 고도를 높인 상태에서 산악지대를 통과한 뒤 고도를 낮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측정기록은 달랐다. 이 기러기들은 높은 산을 오르내리며 지형을 따라 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oose2_Bruce Moffat.jpg » 번식지인 몽골 습지의 줄기러기 무리. 이곳에서 추적장치를 이식했다. 사진=Bruce Moffat.

 

높은 산에 오를수록 기압이 떨어진다. 해발 5500m 지점에선 해수면보다 기압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면 기압은 해수면의 3분의 1로 줄어든다.
 

기압이 떨어지면 산소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새가 날기에 힘들어진다. 공기의 밀도가 낮아져 날개를 쳐도 양력이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에 고도를 유지하려면 날개를 더 자주 쳐야 한다.
 

goose_Nyambayar Batbayar.jpg » 몽골 초원지대의 줄기러기. 사진=Nyambayar Batbayar

 

그렇다면 고산지대에서 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날아가는 것과 산의 윤곽을 따라 오르내리며 통과하는 것 가운데 어느 편이 수월할까. 우리의 직감으론 전자가 유리할 것 같다.
 

힘들게 고도를 높인 뒤 내려가고 다시 고도를 높이는 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줄기러기는 글라이더처럼 활공을 하지 않고 줄곧 날갯짓을 했고 최장 17시간까지 비행을 계속했다.
 

goose1.jpg » 해발 3200m에서 4590m까지 줄기러기 한 마리가 실제로 비행한 고도 경로. 그림=<사이언스>

 

그러나 실제로 새들이 보인 비행방식은 후자였다. 실험장치를 단 기러기 한 마리는 해발 3200m 지점까지 비행한 뒤 산을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한 뒤 결국 4590m까지 올랐다.
 

순 고도 증가는 1390m인데 실제로 비행한 경로는 올라간 높이가 6340m, 내려간 높이가 4950m였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복잡하게 비행하는 쪽이 직선으로 비행하는 것보다 에너지 소비가 8% 작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로 고도를 낮추면서 공기밀도가 높은 곳을 비행하는 편이 에너지 소비가 적고 산소를 많이 흡입해 기력을 회복하는데 유리하다고 보았다.
 

goose_Richard Bartz _Anser_indicus_rb.jpg » 머리의 줄 무늬가 선명한 줄기러기. 이 무늬에서 이름을 얻었다. 사진=Richard Bartz, 위키미디어 코먼스

 

산의 윤곽을 따라가다 바람이 능선에 부닥쳐 솟구치는 지점에서는 추가 양력을 얻기도 했다. 또 낮보다 기온이 떨어져 공기 밀도가 높아지는 밤중에 주로 비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 윤곽을 따라 비행하는 것은 이밖에 맞바람을 피하고 상승기류 이용할 수 있으며, 땅을 내려다보며 비행해 더 안전하고 착륙 기회를 포착하는데 유리하다는 점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고도를 높이는 것은 기러기에게 예상 밖으로 힘든 일이었다. 측정 결과를 보면, 기러기가 날갯짓을 5% 늘리면 심장박동수는 19%나 늘어났다.

goose_J.M.Garg _Bar-headed_Geese_(Anser_indicus)_grazing_at_Bharatpur_I_IMG_5630.jpg » 인도의 월동지에 도착해 풀을 뜯는 줄기러기. 히말라야를 넘는 큰 여행을 1년에 2번 거뜬히 해치운다. 사진=J.M.Garg, 위키미디어 코먼스

 

공기가 희박한 고공에서 날갯짓을 더 자주해 고도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경로는 더 길더라도 공기밀도가 높은 낮은 고도로 이동하는 편이 유리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기러기들이 나타낸 심장박동수는 평균 분당 328회로 평상시에 견줘 그다지 높지 않았다.
 

공동연구자인 니암바야르 바트바야르 몽골 야생동물 과학 및 보전 센터 박사는 “이 새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땅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자신의 생리적 능력 안에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방고르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줄기러기가 기록한 최고 비행고도는 7290m와 6540m였으며 최고 고도 8개 가운데 7개가 밤중에 나타났다. 비행의 98%는 해발 6000m 아래 고도에서 이뤄졌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 M. Bishop et. al.,The roller coaster flight strategy of bar-headed geese conserves energy during Himalayan migrations, Science, 16 January 2015, Vol 347 Issue 6219,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125873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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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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