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6km 떨어진 곳 또 케이블카라니

윤주옥 2015.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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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옆 6㎞ 지점, 환경성 경제성 때문에 반려 뒤 3번째 시도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 돌풍 심한 곳…머리 맞대고 다른 방법 찾아볼 수 없나

 

도대체 자연공원은 무엇인가? 이미 케이블카를 건설한 경남 밀양에 이어 건설 과정에 있는 경남 사천, 집요하게 추진 중인 강원 양양, 울산 울주,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자연공원 인근 지자체, 그리고 환경의 파수꾼 노릇을 팽개치고 오히려 환경규제를 완화하면서 자연공원 케이블카 논란을 키우고 부추기는 환경부 등 정부 당국자들에게 자연공원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처음 우리는 환경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자연공원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했다자연공원을 대할 때 자연공원법의 문구에서처럼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공통의 접점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생색내기용 포장일 뿐자연공원은 잠시 유보된 관광개발지일 뿐이라는 사실이 그간의 행태에서 드러났다2001년 자연공원 케이블카 논쟁 이후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당국이 앞뒤를 구분하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법적 절차와 지침은 따를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어떠하였는가개발과 이권 앞에 법도, 객관성도, 가치도, 전망도, 모든 걸 팽개쳤다.

 

가지산도립공원 얼음골 케이블카를 건설하며 법을 위반하였고, 환경부의 지침을 과감히 외면해 버렸다. 시민에게는 법을 지키라면서 뻔뻔하게 법을 버렸다.

 

얼음골케이블카상부정류장.jpg » 자연공원법을 위반하며 건설한 얼음골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이제 신불산군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한다. 신불산군립공원 등억온천단지에서 신불산 파래소삼거리까지 2.64구간에,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이 각각 300억 원씩 600억 원을 모아 공공개발 방식으로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신불산케이블카예정도면.jpg » 신불산케이블카 계획 노선도.

 

그러나 이 계획 역시 그간의 행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신불산군립공원 케이블카’(이하 신불산케이블카)는 억지로 노선을 그리다 보니 등산로 위로 케이블카 노선을 지나가게 했다.

 

산에 온 사람들은 케이블카가 머리 위로 지나는 모습을 보면서 걸어야 하는 것이다. 상부정류장이 능선상에 건설되니 환경부의 자연공원 케이블카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이미 세워져 있는 가지산도립공원 밀양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에서 직선거리로 6㎞밖에 되지 않는 곳에 또 다시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을 짓겠다고 한다. 국제적 보호지역인 자연공원에 6㎞ 간격으로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신불산에서 바라본 얼음골케이블카.jpg » 신불산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6㎞ 떨어진 얼음골케이블카 상부정류장(네모난 건물).  

 

신불산에 케이블카를 올리려고 한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불산케이블카는 2000년 자수정동굴나라에서 신불재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추진했다가 2002년 환경부가 고산습지 훼손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되었고, 다시 등억온천단지에서 신불산 공룡능선으로 가는 코스를 검토하였으나 2007년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뒤 민간법인을 설립해 터 매입 등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40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4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민간기업이 없어 답보상태를 보이던 사업이다. 경제성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여러 과정을 통해 환경적 타당성과 경제성이 없음이 증명된 사업을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은 이제 다시 시민, 군민들의 세금을 써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간월재억새군란.jpg » 간월재 억새군락  

 

신불재억새군락.JPG » 신불재 억새군락

 

환경생태적으로 본다면 2000년과 2007년 노선에서 약간 옆으로 옮긴 이번 신불산 케이블카 노선은 예전 노선보다 더 문제가 많다. 낙동정맥 핵심지역인 신불산 정상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상부정류장을 짓겠다고 하고, 생태자연도 1등급, 녹지자연도 9등급 지역에 보조지주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그간 여러 지자체가 추진했던 자연공원 케이블카 노선 중 최악의 노선이다.

 

게다가 이 지역은 돌풍이 심한 지역이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곳이란 말이다. 사람을 실어 나르는 시설을 계획하면서 문제가 되는 돌풍에 대한 측정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우려스런 일이다.

 

지난 110일 신불산 케이블카 예정지를 걸어 보았다. 신불산군립공원은 다른 군립공원과는 다르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안내판도 필요한 곳에 설치되어 있어 세심히 관리되고 있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등억온천단지에서 간월재로 가는 겨울 숲은 고즈넉했다. 도시의 번잡함, 산란함이 사라진 숲길은 감동스러웠다. 햇살 받은 겨울나무들은 흰빛으로 빛났고, 새들은 쉼 없이 움직였다. 정적 속의 평화, 햇살과 자연의 소리는 어제의 우리를 뒤돌아보게 했다.

 

정부와 우리는 지금까지는 갈등했지만 이 길을 같이 걷는다면 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들도, 우리도 이 숲의 나무들과 같이 숨을 쉬고 있으니까, 초록의 숲이 있어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숲길.jpg » 등억온천단지에서 간월재로 신불산 가는 숲길.

 

그런 생각을 하며 숲길을 걷다가 붉은 리본을 발견하고 말았다케이블카가 지나가는, 탑이 세워지는 곳을 표시하는 섬뜩한 붉은 색!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아래에서 봤던, 노고단 길에서 우리의 뒤통수를 잡아채던, 백무동 길 위에서 걸려있던, 장터목 아래에서도 발견되었던 붉은 리본이었다.

 

붉은 리본 옆 사람 몸통보다 더 굵은 굴참나무를,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았고더 오래 살 나무들을새들의 소리를 들었는가, 쇠딱다구리의 쉼 없는 드러밍을, 박새들의 빛나는 검은 빛을. 보고 들었음에도 그곳에 붉은 리본을 달았을까?

 

우리는 1년 후 다시 이 길을 걸을 때 붉은 리본 옆 나무를 보지 못할까봐, 새소리 대신 기계음이 들릴까봐 무섭고 겁난다.

 

붉은리본.jpg 붉은리본등산로.jpg » 케이블카 건설 예정지를 가리키는 붉은 리본.

 

이제 우리는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에 묻고 싶다. 신불산케이블카 건설 이유가 영남알프스의 지속가능한 이용, 소외된 계층의 관광 참여와 배려의 기회 제공 등인지, 만약 그러저러한 목적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케이블카 추진을 멈출 수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당신들과 마주 앉고 싶다. 제발 그렇다고 답하길 바란다답을 기다린다.

 

글·사진 윤주옥/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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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현장 감시와 정책 개발을 통한 국립공원의 대표적 파수꾼이다. 현재 전남 구례에 거주하며 지리산과 섬진강 일대의 자연을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낸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windjuok@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windjiri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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