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 산업전기, 사회가 덤터기 쓴다

이수경 2015.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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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최저 수준…일본은 우리의 1.7배, 중국도 1.5배

대기업이 혜택 누리고 환경·안전·형평성 부담은 사회에 전가

 

05223880_R_0.jpg » 12일 부산시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안 한국거래소에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탄소의 배출권이 주식처럼 거래되는‘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개장식이 열렸다. 부산/ 연합뉴스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가 시작되었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되는 기업은 2011~2013년 동안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12만5000톤1) 이상인 업체이거나, 개별 사업장이 2만5000t을 넘는 곳이다. 모두 525개 업체가 대상이며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배출량의 66%를 차지한다.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재계의 반발과 제도의 후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논란 속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가 시행된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원가보다 싸게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력사용이 가뜩이나 많은 대기업이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전력사용을 더 늘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는 결국 환경성, 안전성, 경제성 모든 면에서 문제가 많은 원자력발전소나 석탄발전소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도 걱정이지만 안전이 우려되는 원전을 계속 확대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걱정거리이다.  탄소배출권거래 제도 시행으로 상대적으로 이점이 커진 산업용 전기를 지금처럼 마구 써도 괜찮을까?

 

전력가격, 우리나라가 가장 싸다

 

03390717_R_0.jpg » 전기로 제철공장에서 쇳물을 끓이기 위해 전극봉으로 불꽃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동부제철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면 가정용과 산업용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싼 편이다. 물가나 국민 총생산을 고려해도 우리나라의 전력가격은 턱 없이 싸다.

 

산업용 전력가격의 경우, 2013년 OECD 국가의 평균 전력가격은 우리나라의 150%, 수출 경쟁국인 일본은 170%, 중국은 150%이다.  우리나라와 국민 총생산이 비슷한 스페인은 180%, 일인당 국민총생산이 비슷한 그리스는 172%, 포르투갈은 184%였다(표 1의 파란 글씨, GDP, GDP/인 참고).

 

물론 전력 가격은 어느 나라 건 시장에서 정하지 않는다. 정책적으로 여러 요소를 반영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력가격을 결정하는데 물가안정, 수출경쟁력 강화 등과 같은 산업계의 입장은 과도하게 반영하고 환경비용이나 위험비용, 에너지 복지와 같은 사회적 비용은 반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결국, 산업용 전력을 싸게 공급해서 산업경쟁력이 높아지는 이익은 대기업과 같은 소수에게 돌아가고 에너지 낭비와 환경비용, 안전비용은 국민 모두가 짊어져야 하니 싼 전기는 경제적으로도 손해고 사회적으로도 정당하지 않다.

 

전기가 석유나 천연가스보다 싸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력가격이 턱 없이 싼 것도 문제지만 다른 에너지에 비해 전력가격이 싼 게 진짜 문제다. 전기는 원자력, 석탄, 천연가스, 석유를 태워 만든 2차 에너지다.  따라서 전기는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전기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투입된 에너지 보다 적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투입된 에너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투입된 에너지의 3분의 1도 전기에너지로 만들기 힘들다.  전기에너지는 사용하기는 편하고 깨끗한 것 같지만 전기를 만드는 과정을 고려한다면 다른 에너지에 비해 값도 비싸고 오염물질도 많이 만드는 에너지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전기가 석유보다도 싼 이상한 에너지 가격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표 1. 각국의 전력가격과 에너지 가격 비교(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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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Energy Prices and Taxes, 2nd Quarter 2014(OECD/IEA), 통계청, 외교부홈페이지(2013년 기준)

* 한국 산업용 전력가격은 2012년 가격, 일본 도시가스 가격은 2012년 가격


산업용 전력 가격을 100%라고 할 때 OECD 평균은 석유 가격이 55%이고 천연가스는 26%이다. 일본은 석유가 58%, 천연가스는 61%로 전력보다 훨씬 싸다.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어느 나라도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모두 전력 가격의 50% 정도에 불과하다(표 1의 빨간 글씨 참고).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독 천연가스는 전력가격 대비 106%, 석유는 102%로 전력 가격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오히려 싸거나, 석유나 천연가스의 상대적인 가격이 이상하게 비싸다. 그러나 가스나 석유 가격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특별히 비싸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기형적으로 싼 전력 가격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력 가격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싸서 에너지 중 전기 사용량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전력 가격이 싸고 특히 산업용 요금, 그 중에서도 대기업이 많이 사용하는 경부하 전력요금2)이 싸다 보니 기저부하3)의 필요가 나날이 늘어 안전하지도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제대로 평가되지도 않은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의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렇게 원가 이하로 대기업에 제공되는 경부하 전력요금으로 인한 손실은 결국 가계나 중소기업 혹은 세금으로 메워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부터 시행되는 탄소배출권거래 제도로 인해 석유나 가스에 비해 전력이 가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면서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대기업의 전력사용이 늘 가능성이 커졌다.

 

싼 전력가격이 에너지 비용을 키운다

 

전력 가격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싸다 보니 최종 에너지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늘수록 전기사용량이 는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경제성장과 국민소득이 안정기에 이른 2000년 이후에도 최종에너지에서 전력 비중을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문제다(표2, 그림1 참고).

 

표 2. 최종에너지소비 현황 및 계획 (천TOE)

 

en-2.jpg » 자료=2013 자주 찾는 에너지통계, 에너지경제연구원

 

그림1. 최종 에너지 소비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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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전력에너지의 소비는 꾸준히 늘어 1990년 최종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였던 전력은 2010년 19%로 늘었고 2030년에는 25%로 늘어날 전망이다(표2, 그림 1 참고). 이렇게 전력소비가 늘어난 것은 전력가격이 다른 에너지보다 싸기 때문인데, 싸게 공급하는 전력 가격 때문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은 나빠지고 있다.

 

예를 들면, 물건 1개를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석유로 환산해 1톤(1TOE4))이라면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1차 에너지를 사용할 때는 1TOE만 필요하지만, 다른 에너지를 태워 만든 2차 에너지인 전기 1TOE를 사용할 때에는 다른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효율에 따라 2 내지 3TOE의 석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1차 에너지 대신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사용하면 국가 전체로는 같은 물건을 생산하는 데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것이다. 

 

산업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니 산업용 전력가격을 올리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산업계의 주장이 일리 있는 것처럼 들리기는 한다.  그러나 전력가격이 오르면 에너지를 다른 것으로 바꾸게 되고 이렇게 전력가격을 제 값대로 받을 때 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을 제하고도 사회 전체가 얻는 이득이 한 해에만 산업부문은 1349억원, 가정·상업용은 1169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5) 
 

따라서 산업계의 물가 인상을 적절히 규제하고 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물가는 오르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으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지 않느냐는 우려는 접어둘 필요가 있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환경, 안전 비용 등을 국민에게 떠넘겨 싼 값에 공급하여 낭비를 부추긴 것도 정부의 개입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처럼 시장에서 가격을 정할 수 없는 상품의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개입하지 못해 온 게 문제인 것이다. 

 

산업용과 달리 가정용 전기는 사용량이 OECD 다른 나라에 비해 오히려 적다. OECD 34개 국가 중 GDP 대비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4위, 주택용 전력소비량은 26위로 우리나라 가정의 전력소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6) 따라서 가정용 에너지의 경우, 전력가격을 높일 게 아니라 가정용 석유나 도시가스 가격을 낮추어 상대적인 에너지 가격을 정상화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나라 가정이 전기를 아껴 쓰는 편이기는 하지만 겨울철 난방용으로 비싼 전기를 점점 더 많이 쓰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특히 저소득층은 주거환경이 나빠 난방을 위해 전기나 연탄을 사용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03550808_R_0.JPG » 서울 구로구 오류동 무허가건물에서 난방을 위해 숯과 전기장판을 사용하고 있다. 두 할머니는 집에 기름보일러를 사용할 수 있지만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연탄보일러로 교체를 했다. 모든 생활을 전기로 하기 때문에 한달에 전기세만 6만여원 정도 나온다. 사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저소득층 주택은 낡아서 단열이 잘 안 되는데, 주택을 고칠 필요 없이 사용하기가 간편한 것이 전기와 연탄이다. 또 여기에 정부가 보조를 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와 연탄은 에너지 효율도 낮고 치러야 할 환경과 안전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방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연탄과 전기를 도시가스와 같은 다른 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설 뿐아니라 노후불량주택의 단열개선과 같은 주거복지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우리나라 전체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깨끗한 전기가 환경과 안전을 위협한다?

 

유독 우리나라의 전력가격만 다른 나라에 비해 싸고, 다른 에너지에 비해 싼 것은 우리나라가 전력을 생산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력가격에 포함되어야 할 비용을 사회 전체에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원가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사고위험 대응비용, 폐로 처리비용 등이 포함되어야 하고, 석탄발전은 탄소 처리비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깨끗한 에너지로 알려진 전기는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깨끗하지만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무연탄과 비슷하게 먼지와 황산화물을 배출하고 질소산화물은 어떤 에너지보다 많이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대기오염원이기 때문에 대기오염 비용도 전기요금에 반영하여야 한다(표 3, 참고).


표 3. 에너지원별 대기오염물질 배출계수

 

en-4.jpg » 자료=박광수, 에너지 가격체계 현안 및 개선방향 , 에너지경제연구원, 2011, p 44  

 

또한 발전소뿐 아니라 밀양으로 대표되는 송·변전 시설과 관련된 갈등해소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전기요금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의 에너지 관련 세제는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에너지 가격에 포함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원칙과 일관성 없이 에너지원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 세금이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유도하기는커녕 에너지의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하는데 필요한 환경과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밀양과 같이 전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겪는 피해자에 대해 적절히 보상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 그만큼 전기는 원래 아주 비싼 에너지이다. 

 

05231815_R_0.jpg »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2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입주해있는 서울 광화문 케이티 앞에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중단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사회적 비용은 전력 가격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사진=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그동안 우리가 전기를 싸게 사용한 것은 전기가 싸서가 아니라 우리가 세금으로 전기요금을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싼 전기는 우리나라 전체의 에너지 비용만 늘려 놓았다. 따라서 전기가 물어야 마땅한 사회적 비용을 세금으로 걷어 전력가격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대규모 사업장에 원가 이하로 제공되는 경부하 요금을 제값 대로 받아서 기저부하의 수요를 줄이면 위험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수요를 낮출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가스나 석유와 같은 다른 에너지 가격을 조절하고 중소기업의 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면 산업계가 전력 가격 인상으로 받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위험이나 환경오염,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포함시켜서 전력가격을 정상화시켜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오히려 사회 전체의 에너지 비용은 줄일 수 있다.  이상하게 싸게 파는 물건은 잘 살펴보아야 덤터기를 쓰지 않는 법이다.

 

이수경/ 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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