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웅덩이에 외계인?

윤순영 2011. 10. 04
조회수 187412 추천수 2

개구리와 물고기 잡아먹는 물속의 폭군 물장군 자세히 들여다 보니

부성애 지극한 멸종위기종, 가로등 불에 날아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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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장군의 정면 모습

 

물장군은 이름처럼 몸집이 커 몸 길이가 5㎝가 넘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 노린재 무리 가운데 가장 크다. 어릴 때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족대에 걸린 물장군을 보고 혼비백산 놀란 기억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곤충은 앞다리가 낫 모양으로 매우 튼튼하게 발달되어 있고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 있어 처음 보면 겁을 먹을 만하다.

 

물장군은 곤충이지만 어류나 포유류 등을 잡아 먹는 포식자다. 물웅덩이, 연못, 늪, 물이 고인 하천에서 수초에 몸을 감추고 접근하는 올챙이, 개구리,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 체액을 빨아먹는다.


물장군의 성충은 5월~9월에 나타나며 가로등 빛에 날아들어 종종 관찰되기도 한다. 습지가 사라지면서 이제는 희귀해져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의 보호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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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잎에 읹은 물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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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장군의 옆 모습



9월24일 아침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분재에 물을 주고 있는데 화분에 심어 놓은 배추 위에 물장군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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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장군의 배면 모습

 

어릴 때 고기를 잡으며 흔히 보던 물장군이었지만 정말 우연히 옥상에서 마주치니 신기하고도 반가왔다. 밤에 아파트 가로등 빛을 따라 왔다가 날이 밝기 전에 물웅덩이로 돌아가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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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내려다 본 물장군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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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송곳 모양의 호흡기관



앞다리는 근육질의 운동선수처럼 강하게 생겼다. 발톱이 매우 날카로운 낫 모양으로 생겨 먹이가 걸려들면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다. 눈은 잠수부 물안경을 쓴 것 같은데 공상과학 영화의 외계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등은 철갑옷을 입고 있는 듯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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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처럼 생긴 앞발과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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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날카로운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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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안경을  쓴 듯한  눈



두 번째 다리와 세 번째 다리엔 긴 털이 부드럽게 나 있고 발톱도 2개다. 만져 보니 사슴벌레 만큼이나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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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더의 상체 같은 앞다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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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을 입은듯한 등 

 

촬영을 마치고 인근에 있는 물웅덩이로 데려갔다. 물장군은 물 냄새를 맡고 웅덩이로 서서히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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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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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웅덩이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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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시작하는 물장군.



물가에서 잠시 멈칫거리더니 매끄럽게 수영을 해 물속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앞다리는 앞으로 내밀고 두 번째 세 번째 다리가 노를 젓는 듯 움직인다. 다리에 나 있는 털이 추진력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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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다리와 세 번째 다리에 난 긴 털이 수영을 돕는다.

 

꼬리 뒤에서 물방울이 올라온다. 호흡을 한 것 같다. 쏜살같이 자신의 몸과 색깔이 비슷한 곳으로 몸을 감추고 잠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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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관에서 물방울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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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색을 찾아가는 물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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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몸을 숨긴 물장군 다시 사냥이 시작될 것이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물장군은 타고난 은둔의 사냥꾼이다. 수컷은 알에서 자식이 태어날 때까지 맹렬하게 지키는 강한 부성애를 지닌 곤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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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과 비교해 본 물장군의 크기.

 

윤순영/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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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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