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뺏길라 날면서 먹는 흰꼬리수리의 식사

윤순영 2015. 02. 16
조회수 52774 추천수 1

희귀 대형 맹금류 흰꼬리수리, 경기 하남시 당정섬에 10마리 모여 먹이 쟁탈전

주로 물 표면에서 물고기 사냥, 사냥한 뒤엔 배 훌쭉해질 때까지 제자리 머물러



1YSJ_6747.jpg » 어른 흰꼬리수리의 당당한 모습.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대형 맹금류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흰꼬리수리는 날개를 편 길이가 2m를 훌쩍 넘는 초대형 맹금류이다. 참수리처럼 두툼하고 노란 부리가 눈에 띈다.

 

유럽과 아시아 등 북반구 전역에 분포하며 겨울이 오면 일부 집단은 남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우리니라엔 겨울철에 한강, 임진강, 한탄강, 남한강, 금강, 낙동강 등 전국의 강 하구와 서산 간척지대에도 종종 나타난다.

 

한강 하구와 상류 일대에는 11월부터 3월초 까지 드물게 관찰된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흰꼬리수리는 어린 흰꼬리수리가 대부분이고 어른 흰꼬리수리는 거의 보기 힘들다.


1YSJ_1694.jpg » 어린 흰꼬리수리. 부리는 검은색이고 꼬리는 흰색에 검은 무늬가 많이 섞여 있다.

 

1YSJ_4913.jpg » 강가를 사냥터 삼아 먹이를 찾아 비행하는 어린 흰꼬리수리. 어리지만 눈매가 날카롭다.

 

경기도 하남시 당정 섬을 기점으로 상류와 하류 2㎞ 지역에 흰꼬리수리 10마리가 월동하고 있다. 제법 어른 티가 나는 흰꼬리수리 2마리가 보인다. 


하남시 검단산과 남양주시 예봉산을 가로지르는 한강 주변엔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희귀 맹금류인 흰꼬리수리가 있을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강의 숨결이 토해내는 생명력이 먹을거리를 주고, 검단산과 예봉산이 잠자리와 안식처를 제공해 흰꼬리수리를 불러들인다.

 

1YSJ_2957.jpg » 강물 위에 떠오른 물고기를 향해 발톱을 앞세워 접근하는 흰꼬리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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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YSJ_2959.jpg » 순식간에 물고기를 잡아챈 흰꼬리수리.

 

흰꼬리수리가 사냥에 성공하면 어김없이 주변의 여러 마리의 흰꼬리수리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먹이를 빼앗으려 한다. 그래서인지 먹이를 사냥한 흰꼬리수리는 주위를 경계하며 도망치듯이 서둘러 사냥터를 벗어난다. 

 

애써 잡은 먹이라도 힘센 흰꼬리수리가 다가와 위협하면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다. 놓친 먹이를 서로 차지하려고 흰꼬리수리 사이에 공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입속에 들어왔다가도 자칫 방심하다 빼앗길 수 있다. 사냥한 먹이를 제대로 먹으려면 경계를 소홀히하면 안 된다.

 

그러니 흰꼬리수리는 먹이사냥 기술만 터득해선 안 된다. 사냥한 먹이를 지키는 법과 남의 먹이를 강탈하는 기법까지 모두 익혀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치열한 먹이 다툼은 극단적이고 비열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선택이기도 하다. 흰꼬리수리로서는 그 선택을 거스르면서 생명을 유지할 재간이 없다.

 

1YSJ_1275.jpg » 사냥을 하자마자 때를 놓치지 않고 다른 흰꼬리수리가 나타나 먹이를 빼앗으려 한다.

 

YSJ_1289.jpg » 싸움에 열중하다 아뿔싸, 잡은 물고기를 놓쳤다.

 

흰꼬리수리에게 여유로운 식사 시간은 없다. 오죽하면 날개를 활짝 펼쳐 몸과 고개를 푹 숙이고 최대한 먹이를 숨기고 방어하며 게걸스럽게 황급히 먹어댈까. 심지어 아예 하늘을 날며 사냥감을 먹는 경우도 관찰된다.

 

이곳 흰꼬리수리는 주로 물고기를 사냥한다. 당정 섬 인근에 많이 서식하는 외래종 물고기 배스가 주요 표적이다. 덩치가 커서인지 흰꼬리수리는 참매처럼 쏜살같이 비행해 먹이를 낚아채지 않는다. 여유롭게 수면 위를 낮게 수평으로 날며 사냥감을 찾고, 사냥감을 포착 해도 수평을 유지하며 날면서 순식간에 건저내듯 채간다.

 

1YSJ_9670.jpg » 먹이를 먹다가 다른 흰꼬리수리가 다가오자 높이 날기 시작하는 흰꼬리수리.

 

1YSJ_6673.jpg » 남에게 빼앗길새라 공중에서 허겁지겁 먹이를 먹는 흰꼬리수리.

 

사냥 시간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주로 이른 아침에 활동력이 왕성하며 사냥이 끝나면 종일토록 한 곳에 머문다. 맹금류는 사냥을 위해서도 인내심을 갖고 버티지만 먹이를 먹고 난 다음에도 소화를 위해서도 한 곳에서 종일토록 머문다.

 

배부른 맹금류는 날지 않는다. 흰꼬리수리도 마찬가지다. 배가 고플 때 사냥에 가장 적합한 신체적 조건이 된다.

 

YSJ_6820.jpg » 먹이를 뺏기 위해 매섭게 날아드는 흰꼬리수리. 

 

1YSJ_5875.jpg »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흰꼬리수리가 몸을 뒤집어 두 발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YSJ_6828.jpg » 먹이를 뺏기 위해 위에서 상대를 내려찍으려는 흰꼬리수리.

 

1YSJ_6826.jpg » 먹이를 방어하려는 흰꼬리수리.

 

1YSJ_6635.jpg » 사냥에 성공한 자리에 몰려든 흰꼬리수리 사이에 먹이경쟁이 치열하다.

 

사냥을 한 흰꼬리수리 주변에는 다른 흰꼬리수리뿐 아니라 까마귀, 재갈매기, 까치도 모여 든다. 흰꼬리수리가 사냥감을 뜯어 먹을 때 떨어진 부스러기를 얻어 먹기 위해서다. 

 

흰꼬리수리는 주로 어류나 조류 그리고 포유류 등을 잡아먹지만 관찰하는 동안 이곳에서 조류나 포유류를 잡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사냥감은 주로 물고기였다. 그래서인지 흰꼬리수리가 나타나도 오리들은 경계하지 않고 태연했다. 

 

1.jpg » 사냥감을 포착하고 매서운 눈초리로 다가가는 흰꼬리수리.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다.

 

1YSJ_5776.jpg » 급강하 하는 어린 흰꼬리수리.

 

생각보다 흰꼬리수리를 관찰하고 촬영하기는 힘들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4㎞ 거리의 사냥 영역을 오가는 흰꼬리수리를 추적하는 것은 무리였다.

 

주 사냥터로 예상되는 곳에서 지난 12월31일부터 2월5일일까지 37일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길을 택했다. 촬영 기회는 기다리는 이에게만 오기 때문이다.

 

흰꼬리수리는 방해요인을 피해 폭이 넓은 강 한가운데로 비행해 촬영 거리도 너무  멀었다. 특히, 강가의 특성상 환경 변화가 심해 선명한 사진을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강가 사진 촬영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1YSJ_0641.jpg » 누가 먹이를 잡았나? 먹이를 빼앗으려 노려보는 어른 흰꼬리수리.

 

1YSJ_0650.jpg » 먹이를 빼앗기 위해 달려드는 어른 흰꼬리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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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꼬리수리의 형태와 생태

 

다 자란 흰꼬리수리는 전체적으로 황갈색이지만 머리와 목은 옅은 색이다. 꽁지깃이 흰색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부리는 크고 엷은 황색을 띤다. 윗부리 끝이 날카롭게 구부러져 사냥감을 뜯어먹기 좋은 구조를 지녔다.

 

어린 흰꼬리수리는 몸 전체가 흑갈색이지만 등과 날개덮깃은 밝은 갈색에 깃털 가장자리는 흑갈색이다.

 

부리는 검은색을 띠고 있다. 어린 개체가 어미 새의 깃털로 바뀔 때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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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의 몸길이는 94㎝, 수컷은 84㎝로 암컷보다 조금 작다. 날개 길이는 199~228㎝이다.

 

산란 시기는 4월 중순이며 1∼4개의 알을 낳는다. 주로 암컷이 알을 품는데, 그 기간은 약 35일이다.

 

먹이는 동물성으로 연어와 송어, 산토끼와 쥐, 조류로는 오리·물떼새·도요새 등을 주로 사냥하거나 사체를 먹는다. 특히 연어를 좋아한다.

 

흰꼬리수리는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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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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