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산삼 두 분
한 분은 파란빛의 사파이어처럼, 한 분은 발그레한 광채의 오팔인 듯, 반짝반짝 보석 같은 화음을 발하는 어울림에 알 맞춤으로 작은 동반을 선사합니다. 지난 5월 중순 경 고비고사리나 한줌 얻어 볼까 맘먹고 가까운 산에 들어갔다가 또 찾아낸 어린 산삼 두 분입니다.
산중정기의 집합체이며 순수결정체의 상징이기에 이는 단순한 식물체가 아니거니와, 지금이 선사하기에 꼭 어울릴 따름입니다. 오로지 이를 위해 산 할아버지께서 학이의 눈에 내보여준 모양입니다. 갈데없이 나란한 야생 아기산삼 자매의 건강하고도 고결한 형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길게 생육하는 도중에 고난이야 없을 수 없겠지만 자존의 지조를 결단코 잃진 않을 것이며, 만난인들 모두 이기고 100년도 더 넘어서까지 대지의 진수를 안으로 쌓으며 굳세게 성장할 것을 넉넉히 신용할 따름입니다.
아직은 3-4년 생 야생의 파릇한 아기산삼 두 분이랍니다. 첫 만남으로부터 약 3개월 후 다 성장한 모습으로, 이상을 현실에서 꿈꾸는 님들의 가슴에 다소곳이 품어 안으시길 권유합니다.
10월도 하순에 들어서자 드디어 한해의 노고를 접고 곱게 황갈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5월 14일 처음 발견한 시점으로부터 다섯 달 뒤의 모습입니다. 이르면 내년이나 늦어도 후년쯤이면 각구(2가지)로 성장분파하지 싶습니다.
심마니들에겐 5행이라 불리는 다섯 장 잎새의 나란한 아기산삼 두 분, 무사히 성장하라고 제자리에 곱게 놔둔 덕택에 희망은 매일처럼 제 크기를 언제까지나 전설과 함께 깊은 산중에서 곱다시 키워갈 것입니다.
이로서 우리 후세들이 살아갈 세상은 길고 오래 희망이며, 난 그곳 방향을 먼데서 바라보거나 생각만 해도 그윽한 순천자 자연인이 됩니다. 늘 살아있는 전설도 되어집니다. 무수한 야생산삼들이 자생하는 걸 확인했지만 그곳을 나올 때 꼭 필요한 두엇만 데리고 왔을 뿐 모두 제자리에 그냥 그대로 두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 야생산삼(심)은 처음 발아(개갑)하면 잎새가 3장으로 나온답니다. 이를 (3행)이라 하죠. 다음 수년을 그 모습 그대로 자라다가 위 사진들처럼 5잎으로 성장하고 이를 (5행 또는 1구)라 합니다. 그 후 몇 년을 더 지나면 이젠 가지가 둘로 분지를 하며 이를 (각구 또는 2구)라고 심마니들은 부른답니다. 첫 발아로부터 근 10년 가까이 지나야 비로소 (3구) 즉 가지가 셋으로 성장하고 이때부터 4개 정도의 첫 번째 꽃이 피며 열매(딸)도 달린답니다. 그만큼 열매도 적고 성장도도 되우 느리기로 유명합니다.
게다가 직사광선을 받으면 수 분내 타서 죽고 마는 음지성향이 짙은 다년초 산삼은 연초 봄에 싹(비녀)이 나올 때 이미 1년분 성장할 모습을 다 갖추고 나온답니다. 다만 크기만 키울 뿐 이후로 잎새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는 경우는 전혀 없다는 특이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본 설명은 표준 성장치를 일컬을 따름이며 산중에선 얼마든지 가변적입니다. 하물며 100년 된 심도 겨우 4구에 머무는 경우도 있거니와, 여건이 아주 좋은 곳에선 10년에 5구까지 성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답니다. 여건이 나쁘면 비녀를 아예 내지 않고 몇 십 년씩 자신 또는 주위상태가 개선될 때까지 길게 잠들어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답니다. (괄호 안은 심마니 세상 전문용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