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후손 뭘로 보고…왜가리에 덤볐다가 되레 밥 된 족제비

조홍섭 2015.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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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족제비, 이번엔 왜가리 사냥 나서…부리 물고 늘어져

늪으로 날아간 왜가리 익사 시도, 결국 긴 부리 속으로

 

wea1.JPG » 왜가리의 부리를 물고 매달린 쇠족제비. 차창 밖으로 찍은 사신이다.

 

영국의 한 아마추어 사진가가 촬영한 쇠족제비와 유럽청딱따구리의 목숨을 건 싸움 모습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경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큰 몸집의 딱따구리를 공격한 쇠족제비의 배포와 등에 올라타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근성은 작지만 매운 포식자의 본성을 잘 드러냈다.(■ 관련기사: 포식자 쇠족제비 태우고 청딱따구리 황당 비행)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을 눈치챈 쇠족제비가 공격을 포기함으로써 딱따구리는 포식자로부터 해방됐다. 둘 다 승부를 가리지 않고 공존한 셈인데, 사실 자연은 늘 그렇게 평화롭지는 않은 법이다.
 

최근 영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쇠족제비의 사냥 장면을 촬영한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었다. 이 작은 포식자도 역시 자기보다 큰 새를 공격했는데, 이번에는 사냥 대상이 제법 컸다.
 

wea2.JPG » 왜가리가 부리를 물고 늘어진 쇠족제비와 함께 늪으로 날아가고 있다.

 

30년 동안의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끝으로 조류 탐사에 빠져있던 주노 포르검은 지난주 켄트에 있는 엘름리 국립자연보고구역에서 희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차창을 통해 왜가리 부리에 길쭉한 동물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3월6일 그의 블로그에 올린 일련의 사진을 보면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쇠족제비는 덩치도 크고 사나운 포식자인 왜가리를 사냥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왜가리가 커다란 부리로 위협하자 족제비는 그 부리를 물고 늘어졌다.
 

왜가리는 놀라서, 아니면 혼을 내 주려고 쇠족제비를 매단 채 늪으로 날아갔다. 성가신 족제비를 물에 빠뜨려 질식시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wea3.JPG » 늪에서도 쇠족제비의 저항은 계속됐고 부리를 끈질기게 물고 버텼다.

 

wea4.JPG » 하지만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부리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쇠족제비.  

 

쇠족제비는 끝까지 부리를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결국 그의 몸은 왜가리의 부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공룡의 살아있는 후손은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쇠족제비의 용기는 지나친 것이었나.

 

wea5.JPG » 쇠족제비는 왜가리의 부리에 두 개의 상처를 남긴 채 먹이로 사라졌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주노 포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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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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