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4대강 철새는 어디 갔을까

남종영 2011. 10. 06
조회수 21411 추천수 0
환경부 2011년 조류 센서스 결과, 4대강 공사구간 철새 급감
올 겨울 중대한 고비, 공사판 변한 서식지 다시 찾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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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로 오리류 등 수면성 철새가 직격탄을 받았다. 구미 해평습지의 4대강 공사 모습. 이종근 기자
 
해마다 겨울이 오면 환경부는 전국의 강과 호수, 습지에서 겨울 철새를 조사한다. 마치 집집마다 방문해 인구를 조사하는 인구센서스처럼 전국의 습지를 동시에 조사해 철새들의 정확한 실태를 알아보는 중요한 조사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2011년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조사 보고서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던 걸까.
 
마침 국정감사를 맞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보고서(초안)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매우 놀랍고 흥미롭다. 4대강 사업 이후 한반도 철새가 어떻게 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문건이기 때문이다.
 
조류 동시 센서스는 남한 전역에서 이뤄진다. 매년 1월 중 사흘 동안 전국 100여곳 철새 도래지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이 조사에는 철새를 연구하는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에서부터 민간 탐조가들도 참여한다. 올해는 지난 1월21~23일 전국 192개 지역에서 92개팀 183명 조사원들이 철새 도래지에 가서 철새를 세었다.
 
이번 보고서를 2009년과 2010년에 실시한 조류 동시 센서스 결과와 비교해 보았다. 2009년은 4대강 사업 공사 전이고, 2010년은 준설 공사 초기, 그리고 2011년은 공사가 한창 진행됐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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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4대강 사업구간에서 특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적게는 40~50%, 많게는 96%까지다. 이런 일이 한두 곳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라 공사구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왜 오리류의 감소 폭이 컸을까? 오리류는 강물과 습지에 터전을 잡고 산다. 4대강 공사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들인 것이다. 대규모 준설공사와 흙탕물, 중장비 소음이 4대강에서 오리류를 내쫓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러기류나 말똥가리, 독수리 등 맹금류의 주목할 만한 개체 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이들은 주로 농경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낙동강의 개체 수 감소가 가장 심했다. 낙동강은 다른 강과 달리 상류에서 하류까지 한곳도 빼놓지 않고 준설공사가 진행됐다. 철새가 숨을 틈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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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휴식중인 청둥오리. 김태형 기자
 
일반적으로 하천공사를 하려면 철새들에게 도망갈 곳, 즉 피난처를 줘야 한다. 즉 A구역에서 준설 공사를 하면 B구역은 쉬고, B구역을 공사하면 A구역은 쉬는 식이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런 식으로 공사 강도 조절을 한다고 했지만, 이와 관련한 마스터플랜도 세우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했다. 공사 강도 조절은 환경부가 내놓은 유일한 철새보호대책이었다.
 
낙동강에서 새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 기간 내내 공사 강도 조절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 완공을 위해 모든 공구에서 동시 준설과 24시간 공사를 했는데 철새가 쉴 곳이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재밌는 점은 낙동강에선 유일하게 낙동강 하굿둑 하류 및 기수역에서 오리류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아래 청둥오리 개체 수 변화를 집계한 표를 보면, 이런 추세를 알 수 있다. 
 
낙동강 중하류의 청둥오리 개체수 변화
 

지역

2009년

2010년

2011년

감소율

4대강 사업구간 여부

금호강 및 합류부

1348

272

89

93%

o

화원

1748

1378

849

51%

o

달성-남지

-

731

209

71%

o

남지-삼랑진

2259

581

97

96%

o

하굿둑 하류 및 연안

1766

1199

4530

157% 증가

x

 
낙동강 중하류의 청둥오리는 확연히 줄었다. 낙동강 지천인 금호강의 청둥오리는 2년 전 개체 수의 7%만 남았고, 남지~삼랑진 구간에는 4%만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하굿둑 하류 및  연안에서는 오히려 증가했다. 왜 그럴까?
 
하굿둑 하류 및 연안은 4대강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낙동강 중상류의 오리들이 이곳으로 이사한 건 아닐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철새들은 자기들만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단골로 가던 곳이 위험하면 다음 가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곳도 알고 있다. 
 
김경철 국장은 철새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철새가 한꺼번에 한 곳에 집중하면 먹이 자원의 분배에 문제가 생긴다. 먹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식환경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낙동강 하굿둑말고 철새들이 이사갈 수 있는 곳은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등이다. 2009년에서 2011년까지 동시 센서스 자료를 보면, 이곳의 철새 개체 수는 등락을 거듭했다. 4대강 사업 구간처럼 뚜렷한 특징을 찾아보긴 어려운 것 같다.
 
4대강 오리들은 어디로 갔을까?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비오리,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이름도 예쁜 오리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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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리. 김진수 기자
 
 문제는 다가오는 겨울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조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올겨울은 한반도 철새 서식지의 ‘프레임’이 바뀌는 계절입니다. 4대강 공사 2년 동안(특히 공사가 본격화된 2010~2011년 겨울) 철새들이 자신들의 서식지가 공사판으로 변한 걸 목격했어요. 어떻게든 습성을 바꾸겠죠. 이들이 얼마나 다시 올지는 두고 봐야 압니다. 올 겨울엔 그래서 우리 조류학자들은 철새들이 어디로 갈지 어떤 행동을 할지 주목하고 있어요. 연구자로선 흔치 않은 기회지만, 철새를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어쨌든 4대강 공사는 거의 다 완공됐다. 굉음을 일으키는 중장비도 물러갔고 흙탕물도 많이 개었다. 하지만 굽이굽이 흐르는 물은 16개 보에 갇혀 호수와 같은 환경으로 바뀌었다. 여울과 모래밭은 사라졌고 수심은 7~10m에 이를 정도로 깊어졌다.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한반도의 주류 오리인 ‘수면성 오리’에겐 불리한 환경이다. 수면성 오리는 얕은 물이나 습지 가장자리에서 수면 가까이에 있는 먹이를 찾는다. 반면 비오리, 흰죽지 등 ‘잠수성 오리’는 강 밑바닥까지 들어가 먹이를 사냥한다. 
 
어쨌든 올 겨울부터 일부 철새는 지난해 공사판을 보고 아예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일부 철새는 돌아와 바뀐 4대강 환경에 적응할 것이다. 또 다른 철새는 호수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날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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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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