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새끼 구조 자칫하면 납치한 꼴

김봉균 2015. 03. 27
조회수 20860 추천수 1

어미가 먹이 구하러 간 사이 어미 잃은 새끼라고 데려오면 안 돼

당장의 위험과 부상 있으면 즉시 구조센터 연락, 사람 접촉 최소화

 

새해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입니다. 이제 곧 4월이 오겠지요.
 
햇볕도 따뜻해지고, 오가는 사람들의 가벼워진 옷차림만큼이나 싱그러운 봄이 찾아왔지만 구조센터 직원들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다가올 안타까움에 직면하기에 앞서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곧 있으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새끼동물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질 것입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리부엉이를 시작으로 삵, 너구리, 고라니, 황조롱이 등 다양하고 수많은 새끼동물이 구조센터를 가득 채우게 될 겁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러했으니까요.

kid1.jpg »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최적의 번식기는 먹이자원이 풍부한 봄부터 초여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리부엉이는 그보다 이른 1~3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2~4월 초순 사이에 부화하여 새끼가 태어납니다. 때문에 매년 구조센터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새끼동물은 항상 이 친구입니다.  
 
새끼동물이 구조되는 원인은 꽤 단순합니다. 다른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구조되는 다양한 원인에 비하면 말이죠.
 
대부분 어미를 잃은 채 덩그러니 있는 것이 걱정되어 데려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에 해당하는 개체들을 저희는 ‘미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새끼동물이 정말 어미를 잃고 미아가 된 걸까요?
 
새끼동물 구조 요청이 들어왔을 때 저희는 가장 먼저 새끼동물이 어떤 상태인지, 주변에 어미가 보이는지, 새끼 새일 경우 둥지가 있는지 등을 발견자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닿기 전 이미 관할 시청이나 동물병원 등으로 직접 인계하거나 발견 당시의 상황을 확실히 살피지 않고 직접 구조해 당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자칫 구조가 아닌 ‘납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kid2.jpg » “내가 구조된 게 아니라 납치된 거라고? 이게 무슨 소리야?!
 
물론 납치라는 단어가 무척 자극적인 단어입니다. 무슨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라 좋은 목적으로 데려온 것이니 엄밀하게 납치도 아닙니다. 다만, 부적절한 구조로 인해 새끼동물을 애타게 찾아 헤맬 부모동물을 떠올린다면 그리 과한 표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생동물을 잘못 구조하면 납치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됩니다. 순간의 섣부른 판단으로, 구조하지 말아야 할 동물을 구조하게 되는 것이지요.
 
만약 새끼동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주변에 어미로 보이는 동물이 머무르고 있거나 근처에 둥지와 같은 은신처가 있다면 구조해야 할 상황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끼동물을 구조한다는 것은 어미동물의 입장에서는 자식을 납치당하는 것과 같겠지요.
 
물론, 모든 새끼동물의 구조가 납치인 것은 아닙니다. 어미를 잃었거나, 새끼가 위험에 빠지거나 도태되는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하여 성심성의껏 돌봐야 합니다.
 
때문에 내가 발견한 새끼동물이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새끼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이 없는지 살핍니다. 개나 고양이 등의 포식자 혹은 불필요한 사람의 접근, 새끼동물 발견 장소가 도로 근처라 언제든지 새끼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인지를 따집니다.
 
최대한 멀리서 새끼동물을 꽤 오랜 시간 관찰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어미가 돌아오는지를 보아야겠죠. 위협 요인이 없고 어미까지 있다면 이 새끼동물은 절대 구조해서는 안 됩니다.
 
그대로 두고 기쁜 마음으로 떠나면 되는 거죠. 반면에 위협요인이 하나라도 있거나 어미가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면 구조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때는 저희와 같은 관련 기관에 빨리 연락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kid3.jpg » 어미동물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종종 새끼를 두고 자리를 비웁니다. 그 사이 어미가 없다 판단하여 새끼를 데려간다면 다시 돌아온 어미의 심정은 어떨까요?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적인 구조보다는 적절한 조처만을 취해주는 것이 훨씬 좋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 둥지를 떠날 시기에 이르지 못한 새끼 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면 최선의 방법은 다시 둥지 위로 올려주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원래 둥지에 올려줘야겠지만 둥지가 너무 높거나 올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쉬운 대로 대체 둥지를 만들어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체 둥지라고 해서 그리 어려울 건 없습니다. 바구니나 상자 등에 나뭇잎, 솔잎 등을 넣어서 적당한 높이에 달아주기만 해도 어느 정도 둥지 구실을 합니다.
 
둥지에 다시 올려주기 전 상태를 잘 살피고 필요하다면 간단한 처치 등을 해줘야 합니다. 떨어지는 충격으로 다쳤을 수도 있으니까요.
 
kid4.jpg » 쥐뼈가 목에 걸려 구조된 새끼 황조롱이입니다. 뼈를 제거해 준 뒤 본래 둥지로 다시 돌려보내 어미의 보살핌을 받도록 해주었습니다. 그게 최선이니까요.  
 
자, 납치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잘 살폈고, 간단한 처치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봤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다면, 꼭 구조를 해야만 합니다.
 
구조가 끝났다고 모든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후속조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역시도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고려해야 할 점도 많죠.
 
과거에 있었던 새끼수달 구조 사례가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많은 분이 수달은 물과 아주 친숙한 동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물이 수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아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새끼수달 한 마리가 물에 흠뻑 젖은 채 저체온증을 앓다가 폐사했던 일이 있습니다. 새끼수달은 성체와 달리 방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한 사실을 몰랐던 구조자는 수달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수달을 보호하고 있는 곳에 넣어주었고 그 물통의 물이 쏟아지면서 푹 젖은 수달이 저체온증에 빠져 결국 폐사하였습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야생동물을 구조하다가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이 새끼수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끼동물의 종에 따라, 어린 정도와 상태에 따라 취할 조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합니다.
  
kid5.jpg » 방수능력이 없어 물에 흠뻑 젖은 새끼 수달. 보호자의 잘못된 배려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고 말았습니다.
 
구조 새끼동물을 돌보는 동한 선뜻 먹이를 주고 애완동물처럼 품에 안은 채 지극 정성으로 보호하는 분도 있는데, 이는 새끼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큽니다.
 
새끼동물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거나 각인이 되어 버리면 훗날, 이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새끼동물을 구조하여 돌볼 때에는 최대한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고, 사람이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을 나누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kid6.jpg » 구조된 붉은배새매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습니다. 먹이를 먹이는 등 새끼와 접촉할 때 그 시간을 최소화하고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이 생기지 않게끔 주의해야 합니다.

 
새끼동물의 구조는 이처럼 까다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 감이 오나요? 글로만 보니 어렵기만 하다는 분들을 위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그림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kid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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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동물은 생존율은 낮습니다. 어미보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천적도 많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도태되기도 하지요.
 
그런 친구들이 저희에게 와 다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의미가 있습니다. 부득이한 사고로 인해 구조되어 보호받아야 할 동물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구조가 이뤄지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구조였는지 납치였는지, 구조를 해야 한다면 적절히 했는지, 적당한 처치와 올바른 보호를 했는지,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야생동물을 지키려는 좋은 마음에서 행동했는데 안타까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셔야 합니다.
 
kid9.jpg » 저 맑은 눈동자에 비치는 철조망이 보이나요? 어쩌면, 이 친구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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