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되면 한-일 원산지 논쟁, 벚꽃에게 물어봐!

조홍섭 2015. 04. 03
조회수 50712 추천수 0

제주 왕벚나무는 야생종, 일본 벚나무는 재배종이어서 한국이 원산?

각각의 기원도 모르는데 원산지 단정은 섣불러, 학계와 언론도 책임

 

05279597_R_0.jpg » 진해 군항제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시가지의 벚꽃 모습. 벚꽃전선은 현재 중부 지방까지 북상했다. 이 벚꽃은 모두 일본에서 개량한 재배종 왕벚꽃이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교토의 벚꽃도, 워싱턴 포토맥 강변의 벚꽃도 한국산”
 
한·일 관계가 차갑게 식은 해마다 어김없이 이런 종류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독도문제가 뜨겁던 2011년에도, 위안부 문제가 불거진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적으로 가로수와 공원에 많이 심는 벚나무(엄밀하게는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한라산이고 이것이 일본을 비롯해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주장은 1960년대부터 나왔다.

 

박만규2.jpg » 한라산에서의 자생 왕벚나무 탐사를 앞두고 박만규 국립과학관장이 <동아일보>에 한국이 벚나무의 기원임을 주장하는 글을 실었다. 사진=네이버 기사 라이브러리

 
우리나라 식물분류학계 원로였던 박만규 전 고대 교수(당시 국립과학관장)는 <동아일보> 1962년 4월17일치에 “벚꽃은 우리꽃-한라산이 원산지”란 제목의 긴 칼럼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왕벚나무는 제주도 한라산에서 출생하여 일본으로 건너가서 그들에게 총애를 받았고 미국에까지 시집을 가서 귀염을 받고 있다.”라며 1908년 프랑스 신부 타케와 1932년 일본인 학자 고이즈미가 한라산에서 왕벚나무를 채집해 자생지를 확인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아쉽다면 한국인이 직접 왕벚나무 자생지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해 박씨가 이끈 한라산 답사대는 왕벚나무 3그루를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che1.jpg » 한라산 중턱에 자생하는 왕벚나무의 모습.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현재까지 발견된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는 약 200그루에 이른다. 이처럼 반세기 넘게 ‘제주 원산지론’을 주장해 왔고 적지않은 증거까지 제시했는데도 이 논쟁이 끝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거기에는 다른 종류의 벚나무가 쉽게 교잡을 하는 벚나무 무리의 생물학적 특성과 함께, 과학적인 규명은 소홀히 한 채 목소리만 높인 학계와 정부·언론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벚나무 속에는 살구, 아몬드, 버찌 등 중요한 농작물을 포함해 200종 이상이 있다. 커다란 꽃을 잎이 나기 전에 일시에 흐드러지게 피우는 왕벚나무는 그 가운데 하나다.

 

che3.jpg » 1912년 도쿄 시장이 미국과 일본의 우호를 기념해 기증한 3000여 그루의 벚나무가 토대가 된 미국 워싱턴 디시의 포토맥 강변 벚나무숲. 사진=Matthew G. Bisanz, 위키미디어 코먼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를 보면, 벚나무속 식물이 다양한 종으로 분화해 세계 각지로 퍼진 기원지는 동아시아로 그 시기는 5800만년 전이다. 중국 산동성에서 현재의 왕벚나무와 유사한 화석도 발견됐다. 한·중·일에는 현재도 벚나무 속의 다양한 식물이 자생해 이 지역이 원산지임을 보여준다.
 
벚나무는 서로 다른 종이 자연적으로 또는 인위적으로 교잡을 해 새로운 종이 되기도 한다. 일본은 한국 기원설에 맞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찾기 위해 전국을 구석구석 뒤졌지만 실패했다.

 

Japanexperterna.se.jpg » 벚꽃놀이를 즐기는 교토 시민들. 일본의 재배종 왕벚나무인 소메이 요시노 종은 1700년대 초반부터 도쿄에서 재배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Japanexperterna.se,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본의 왕벚나무는 사람이 교잡해 만든 재배종이다. 여의도와 진해를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벚꽃축제의 주인공은 모두 일본이 원예종으로 만든 왕벚나무이다.
 
반면 한라산의 왕벚나무는 야생종이다. 일본과 한국의 왕벚나무가 형태는 같은데 자생지가 한라산에만 있다면, 제주의 왕벚나무는 일본 왕벚나무의 원조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단순논리는 과학적으로 많은 허점을 지닌다.
 
무엇보다 비교 대상인 두 왕벚나무의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비교해 봐야 의미가 없다.

 

che2.jpg » 미국 워싱턴 대학의 왕벚나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인 1943년 임시정부 수립 25돌을 기념하고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강조하기 위해 심은 4그루의 왕벚나무 가운데 하나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한라산 왕벚나무의 정확한 기원은 아직 모른다. 일본 왕벚나무도 올벚나무와 일본 이즈반도 고유종인 오오시마벚나무를 수백년 전 교잡시켜 만든 종이라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지만 아직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다른 종이 각각 독립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종으로 진화하는 ‘수렴진화’가 식물에서 흔하게 벌어진다. 따라서 한국 것이 일본에 갔는지, 아니면 두 나라에서 각각 탄생했는지 섣불리 결론 내릴 단계는 아닌 것이다.
  

800px-Chidorigafuchi_sakura.jpg » 도쿄 일본 왕궁의 왕벚나무. 재배종만 있는 일본에선 수백년 동안 품종개량에 힘을 쏟은 반면 자생종을 보유한 우리나라에선 소모적인 원산지 논쟁만 했을 뿐 실질적인 품종개량은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한라산 야생 왕벚나무의 탄생 기원이 제대로 규명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조명숙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박사과정생과 김승철 교수는 지난해 11월 권위 있는 <미국 식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제주 왕벚나무가 올벚나무를 모계로 하고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를 부계로 하는 자연잡종으로 탄생했음을 핵 유전자와 엽록체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이로써 제주의 왕벚나무가 일본에서 왔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또, 연구자들은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제주의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라산 왕벚나무의 부계가 정확히 어떤 종인지, 또 일본 왕벚나무의 부모 종은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밝히는 좀 더 해상도 높은 분자 마커를 활용해야 하는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그 결과가 나오면 한국과 일본 왕벚나무에서 어떤 부모종이 어떻게 잡종을 이뤘는지가 밝혀지고, 벚나무 원산지 논쟁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한국과 일본 왕벚나무가 같은지 다른지에만 치중했지 아직까지 한 번도 일본 왕벚나무의 부모 종을 포함한 연구를 하지 않았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과학적인 규명과 검증은 소홀한데 언론의 선정적 보도만 넘친다.”라고 꼬집었다.
 
원산지 규명 이전에 일본이 왕벚나무를 세계적 원예종으로 개발하는 동안 우리는 뭐 했느냐는 장진성 서울대 산림과학과 교수의 지적도 가슴에 와 닿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관련 기사: 누구를 위해 벚꽃은 피는가? - 원산지 논쟁을 보며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기

 

왕벚나무의 제주 기원과 관련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분을 위해 <미국 식물분류학회지>에 최근 논문을 게재한 김승철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가능한 원문 그대로 간추려 소개한다.


▶관련 논문 원문 정보: Myong-Suk Cho , Chan-Soo Kim, Seon-Hee Kim, Ted Oh Kim, Kyoung-In Heo, Jumin Jun, Seung-Chul Kim, Molecular and morphological data reveal hybrid origin of wild Prunus yedoensis (Rosaceae) from Jeju Island, Korea: implications for the origin of the flowering cherry, American Journal of Botany, 2014 Nov;101(11):1976-86. doi: 10.3732/ajb.1400318. 


-논문에서 벚나무속에 250종이나 있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종이 다양한 이유는 뭔지요. 또 벚나무속이 기원한 곳은 어디인가요. 히말라야와 중국 남서부라는 얘기가 있던데, 어떻게 동아시아까지 오게 됐나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의 논문에서 벚나무속은 5800만년 전 동아시아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벚나무가 다양한 종으로 분화한 배경의 에오세 전반의 지구 온난화와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의 충돌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Chin et al., 2014). 특히, 기후변화가 종 분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분자시계와 생물지리학적 분석을 통해 지질학적 시간과 기원지를 규명할 수 있고, 화석 자료가 특히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아래는 문헌 정보입니다.
 
Siew-Wai Chin, Joey Shaw, Rosemarie Haberle, Jun Wend, Dan Potter, Diversification of almonds, peaches, plums and cherries . Molecular systematics and biogeographic history of Prunus (Rosaceae), Molecular Phylogenetics and Evolution, 76 (2014) 34-48, http://dx.doi.org/10.1016/j.ympev.2014.02.024
 
 
-논문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왕벚나무가 잡종 기원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것인데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그 동안에는 잡종이라고 보지 않았었는지요.
 
=제주도에 분포하는 왕벚나무는 제주도에서 분포하는 부모 종들로부터 기원된 “자연 잡종” 기원임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지금까지 형태, 화분, 단백질, 분자 마커 데이터 등을 이용한 여러 가설이 있었지만 어떤 논문도 확증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단지 가설이거나 불충분한 결론을 냈을 뿐입니다. 저희는 부계와 모계 유전을 하는 핵 유전자와 모계유전을 하는 엽록체를 통해 왕벚나무가 잡종 분화(hybrid speciation) 했음을 규명했습니다. 식물의 종 분화에서 잡종기원(reticulate evolution or hybrid speciation)은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잡종 기원이라 해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꽃이 피는 식물의 약 70% 정도에서 한때 교잡 또는 유전자 복제(genome doubling)가 일어났다고 봅니다. 중요한 종 분화 메커니즘의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연구된 이전의 분자 마커 데이터 논문들은 정확한 분자 계통학적 이해의 부족과, 재현성 부족으로 인해 어떤 결론도 도출할 수 없었습니다. 잡종기원을 테스트하지도 않았고, 또한 그렇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적, 분석력도 부족했고요. 아쉽게도 언론에 많이 보도된 많은 연구결과들이 과학적 데이터로 뒷받침된 것은 아닙니다. 이상하게도 이제까지 연구의 초점이 제주 왕벚과 일본 왕벚의 기원에만 맞춰져 있었습니다. 저희는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저널에 한반도 왕벚나무의 기원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여러 가지 검증을 했습니다. 식물의 진화 역사는 유전자에 잘 남아있고, 올바른 방법과 분석을 통해 복잡한 역사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왕벚나무의 모계는 올벚나무, 부계는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가 맞는지요.
 
=네, 제주 왕벚나무의 모계는 올벚나무이고요, 부계는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입니다. 모두 제주도에 자생하는 집단입니다. 단지 저희가 가지고 있는 분자 마커 해상력으로는 산벚나무와 벚나무 중에서 어떤 종이 부계로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현재 연구 중입니다. 흥미롭게도 제주도에는 벚나무(Prunus serrulata)는 많지 않고 산벚나무(Prunus sargentii)가 아주 흔합니다. 보통 산벚나무는 백두대간에 흔하다고 하거든요. 어떤 종이 부계로 작용했는지는 연구를 더해야 하지만, 최근에 분화된 종들은 여러 가지 메커니즘에 의해 규명이 쉽지 않습니다.  벚나무속은 분류학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그룹 중의 하나입니다.
 
자생 왕벚나무는 한라산 사면에 특정 높이부터 분포하는데, 처음에는 약 30개체 정도, 나중에는 100개체, 또는 약 200개체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흔치 않은 까닭은 나중에 안 것이지만, 두 부모 종이 진화적, 계통학적으로 다른 계통에 속해 있고 유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화시기도 조금씩 다르지만 중복되는 시기가 있음을 현지조사에서 파악했습니다. 따라서 두 종이 교잡할 기회가 적어 개체수가 적을 수 있습니다. 일본 논문을 보아도 벚나무 종들 가운데 유전자교환, 잡종이 자주 일어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일본 왕벚나무 재배종이 제주에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재배종이 제주로 왔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은 이해가 갔는데, 반대로 제주의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갔을 개연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것 같네요.  일본 재배종이 인위적인 잡종이고 그 시기가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데, 그렇다면 제주 기원론이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주장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네, 단지 저희가 연구에 포함시킨 시료를 바탕으로 그럴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서울대 교정의 순수 일본 벚나무와 진해에서 채집한 일본 벚나무로 간주되는 샘플들로 보았을 때 그럴 수 있다는 거지요. 논문에서도, 이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료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저희가 논문에서 밝히려 한 것은 자생 왕벚나무의 제주도 기원입니다. 재배종이 제주도로 왔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여러 증거를 들어 주장했습니다. 이번 연구가 일본 왕벚나무의 기원을 규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왕벚나무의 제주 기원설은 단지 추론일 뿐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습니다. 단지 제주 왕벚나무의 형태학적 변이가 일본 왕벚나무에 비해 크다는 이유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제주 벚나무가 여러 차례, 다른 부계와 모계 사이의 교잡(multiple, bidirectional hybrid)이 일어났기 때문에 형태적, 생태적 변이가 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몰랐지요. 인위적 잡종에 의해 단 2개의 복제 타입밖에 없는 일본 왕벚나무에 비하면, 제주 왕벚나무의 형태적 변이가 큰 것은 당연하겠지요.
 
-서울대 장진성 교수는 제주와 일본의 종이 모두 독자적인 잡종화로 형성된 것이라는 ‘수렴 진화’ 가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장진성 교수님은 한국 벚나무에 관한 연구를 해온 분입니다. 장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왕벚나무가 독자적으로 기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convergent evolution hypothesis). 각각 다른 곳에서 독립적으로 기원해도 형태적으로는 비슷할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식물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이 가설이 옳은지는 실험을 통해 검증돼야 합니다.
 
-미국 농무부의 전직 한국인 과학자들이 2007년 발표한 왕벚나무 연구는 기원 논쟁의 양쪽이 모두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로 내세우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 연구는 가장 좋은 샘플링을 한 연구입니다. 미국 <원예학회지>에 출판이 됐는데, 좋은 선행연구입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일본은 일본 샘플로만, 한국은 한국 샘플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양측이 모두 이 연구를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라고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데이터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연구는 제주 왕벚나무의 정확한 기원 규명 없이 했기 때문에 단지 종들의 차이를 밝히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정확한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간과했습니다. 두 가지 데이터를 제시했는데, 하나는 엽록체 유전자이고 다른 하나는 밴드로만 유사성을 확인하는 분자 마커(ISSR marker)입니다. 우선 엽록체 유전자는 한국 왕벚나무 중에 일본 재배종과 같은 타입을 가지는 것이 있고, 반면에 재미있게도 일본 올벚나무 타입을 가지는 것이 있습니다.  또한 어떤 일본 재배종은 일본 올벚나무와 같은 타입을 가지고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서로 양측에서 다른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연구에서 모계로 유전되는 엽록체 유전자의 짧은 부분이 사용됐다는 것입니다(저희는 많은 유전자 부위를 보았습니다). 자료의 불충분함에 기인합니다. 아주 재미있게도 이 논문에서는 제주 왕벚나무의 모계로 볼 수 있는 제주 올벚과는 다른 타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불충분한 샘플링에 기인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또한 밴드로 유사성을 확인하는 마커에서(Inter simple sequence marker, ISSR)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주도에 있는 왕벚나무가 3개의 제주 올벚나무 타입과 밴드를 많이 공유하고 있고, 일본 재배종 4개체가 또한 비슷한 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계통적 관련성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어서 단지 유전적 유사성에 관해서만 설명할 수 있을 뿐 기원의 진화적 맥락을 말해 주지 못합니다. 
 
주목할 것은 대부분의 재배종이 다른 그룹으로 묶여 있어서, 제주 왕벚과나무와는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정확한 해석, 각 데이터의 제한점들을 (또는 제시할 수 있는 범위 등) 항상 고려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되겠죠.!
 
-일본의 아마추어 벚꽃 연구자인 오바 이토리란 사람은 한글로 번역된 글을 올리면서 제주와 일본 종이 별개란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왕벚나무의 부모는 올벚나무와 일본 이즈반도의 고유종 오오시마벚나무여서 한반도 왕벚나무의 유전자 조사를 하면 원산지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맞는 이야긴가요?
 
=네,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저희가 지금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연구진이 이즈섬에서 오오시마벚나무(P. speciosa)와 폭넓게 일본 올벚나무를 샘플링했고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공통적인 점은 일본 왕벚나무도 인위적 잡종기원이고, 제주 왕벚나무는 자연 잡종으로 증명됐으니, 제주 왕벚과 일본 왕벚이 동일하다 동일하지 않다를 보려는 게 아니라 두 부모 종의 각각 나라에서의 기원과 잡종 관여성을 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따라서 두 부모 종의 관여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한가지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올벚의 경우, 일본 올벚과 한국 올벚의 엽록체 유전자 차이가 있어야 관여도를 구분할 수 있죠. 또한 부계 종들도 마찬가지이구요. 해상력이 높은 분자 마커의 활용이 필요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아직까지 한번도 일본 부모 종들을 포함한 연구를 하지 않았습니다(특히 오오시마벚나무). 왜 그런지 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학계에서 설득력이 없구요. 일본 학자들이 보면 이런 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을 듯합니다. 한국 사람인 저도 이해가 안 되는데요. 오오시마벚나무는 부계로 기여했는데, 저희가 계통분석을 해보았더니, 산벚과 아주 가까이 연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반세기 이상 벚나무 기원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식물학자로서 이것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번 논문이 이런 논쟁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고 보시는지요.
 
=과학적 규명과 검증 없는 논쟁과 언론 보도는 시간 낭비, 세금 낭비입니다. 미디어의 왜곡은 항상 옳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번 논문으로 기원 논쟁을 잠재울 수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사실 이번 연구를 통해 더 재미있는 과학적인 여러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모든 과학적 연구가 그렇듯이 하나씩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궁극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을까요?!! 또한 언론에서는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국제 검증을 통한 결과를 가지고, 공정하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과학적인 면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쟁보다는, 올바른 과학적 접근, 검증을 통한 분류학적 연구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 종들의 기원과 진화를 규명함으로써, 우리 식물들의 주권을 확립하고, 세계적으로 좋은 섬 진화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시베리아서 낙동강까지, 열목어 대이동의 비밀시베리아서 낙동강까지, 열목어 대이동의 비밀

    조홍섭 | 2017. 04. 10

    빙하기 시베리아서 남하, 아무르강 거쳐 2만년 전 한반도로최남단 서식지 낙동강 상류에 고유 집단 잔존 가능성 커북극해서 놀던 ‘시베리아 연어’한강과 낙동강 최상류 찬 개울에는 커다란 육식성 민물고기가 산다. 한여름에도 손이 저릴 만큼 차...

  • 브렉시트, 기후변화 대응에 불똥 튀나?브렉시트, 기후변화 대응에 불똥 튀나?

    조홍섭 | 2016. 07. 01

    파리협정 이행 갈길 먼데, '기후 리더' 영국 빠진 유럽연합 동력 상실 우려기록적 가뭄→시리아 난민사태→브렉시트→기후대응 약화 악순환되나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공통적인 견...

  • 화학물질 참사 막으려면, 틀린 경보가 묵살보다 낫다화학물질 참사 막으려면, 틀린 경보가 묵살보다 낫다

    조홍섭 | 2016. 06. 03

    `가정 독물'인 살생물질 관리에 특별한 대책 필요…디디티 교훈 잊지 말아야과학적 불확실성 있어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예상되면 조기경보 들어야  아침에 쓴 샴프나 손에 든 휴대전화, 금세 썩지 않는 나무의자에는 모두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 차로 치고 새끼 유괴하고…고라니의 잔인한 봄차로 치고 새끼 유괴하고…고라니의 잔인한 봄

    조홍섭 | 2016. 05. 06

    IUCN 취약종 지정, 체계적 조사 없이 우리는 매년 15만마리 죽여세계서 중국과 한국이 자생지, 중국은 멸종위기에 복원 움직임  야생동물을 맞히는 퀴즈. 수컷의 입에는 기다란 송곳니가 삐져나와 “흡혈귀 사슴”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가장 원...

  • 똑똑한 식물…때맞춰 꽃피우고 기억하고 속이고똑똑한 식물…때맞춰 꽃피우고 기억하고 속이고

    조홍섭 | 2016. 04. 08

    중추신경계 없지만 잎, 줄기, 뿌리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고등기능 수행 미모사는 30일 뒤까지 기억…공동체 이뤄 햇빛 못 받는 나무에 양분 나누기도     봄은 밀려드는 꽃 물결과 함께 온다. 기후변화로 개나리 물결이 지나기도 전에 벚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