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곡간 지었더니 참매부터 삵까지 '동물 천국'

윤순영 2015.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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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두루미 곡간 개장 6개월, 기대 못미쳤지만 "첫 술에 배 부르랴"

두루미 생태 맞도록 세심하게 문제 보완하고 올 겨울 기다릴 터

 

YSJ_9718.jpg » 햇살을 받으며 하늘을 나는 두루미 부부의 깨끗한 모습.

크기변환_곡YSY_8662.jpg » 두루미 곡간 앞으로 재두루미가 날고 있다.

 

지난해 1111일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에 두루미 곡간의 문을 열었다. 이후 두루미가 좋아하는 벼와 옥수수를 주며 기쁜 손님이 날아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YSJ_4671.jpg » 두루미 곡간을 찾아온 때까치. 앙징맞지만 포식자다.

    

YSJ_3959.jpg » 큰말똥가리도 나타나 청둥오리를 노린다.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제일 먼저 마을 인근에 사는 까치가 두루미 곡간을 찾아왔다. 그 후 까마귀, 멧새, 참새, 때까치, 물까치, 청둥오리, 잿빛개구리매, 큰말똥가리, 참매, , 고라니 등이 차례로 두루미 곡간을 기웃거린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야 조심성 많은 두루미가 왔다.

 

YSJ_6590.jpg » 참매도 두루미 곡간에 나타났다.

 

YSJ_6892.jpg » 삵은 두루미 곡간에 앉은 청둥오리를 노린다.

 

땅거미가 깔릴 무렵이면 청둥오리가 어김없이 먹이를 먹으러 두루미 곡간에 날아든다. 참매는 이때 놓치지 않고 사냥을 시작한다.

 

참매는 일반적으로 낮에 사냥을 하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어두운 그림자처럼 보이는 청둥오리를 사냥하는 모습을 두루미곡간에서 처음 목격했다. 참매가 사냥한 청둥오리를 수리부엉이가 채 간다.

 

삵도 곡간 주변을 낮에 은밀하게 돌아다닌다. 이제는 멧돼지도 나타났다. 동물농장이다.

 

YSY_4830.jpg » 두루미 곡간으로 날아드는 청둥오리 무리.

 

YSY_5031.jpg » '이건 꿈일 거야' 참매에 붙잡인 청둥오리 암컷이 너무 놀랐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탄강에 있는 두루미 잠자리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4년 동안이나 먹이를 주었다. 따라서 이들이 두루미 곡간으로 당장 와서 먹이를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 아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길게는 3년 이상 걸릴 거라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먹이를 공급하여 두루미들의 먹이 터로 각인을 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두루미가 곡간을 찾아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성급한 마음이 앞선다.

 

크기변환_곡YSJ_2695.jpg » 두루미 곡간으로 처음 날아드는 재두루미 가족. 왼쪽의 새끼 두 마리가 어미를 따르고 있다.

 

YSJ_7661.jpg » 곡간에 처음 방문한 이 재두루미에게 '곡간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다행히 1120일 재두루미 가족 4마리가 찾아와 황량한 두루미 곡간의 체면을 살려준다. 재두루미에게 '곡간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 시기에 철원군은 이길리 지역의 관광을 활성화한다며 한탄강 두루미 잠자리에 탐조대와 1㎞에 이르는 한탄강 둑에 가림막을 쳐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다. 한탄강에 탐조 관광객과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이 사전 지식 없이 무분별하게 다니고 있다.

 

크기변환_곡YSY_3035.jpg » 곡간 앞을 오가는 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곡YSJ_9295.jpg » 곡간 앞은 두루미들의 길목이기도 하다.

 

지역의 경제 활성화도 좋지만 예민한 야생동물을 탐조하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교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나 프로그램 없이 운영하는 관광 사업 때문에 300여 마리에 이르는 한탄강 두루미의 잠자리에 생태변화가 생겼다.

 

YSY_3852.jpg » 재두루미 곡간 가족의 텃세 소리를 듣고 곡간을 스쳐가는 두루미들.

 

요즘 한탄강 잠자리에서 두루미는 잠을 자지 않는다. 탐조사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두루미 자는 마을'이란 철원군 이길리의 자랑거리가 두루미 쫓는 마을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루 빨리 이길리 주민들은 두루미 잠자리의 교란을 줄이는 방안과 두루미 탐조를 위한 프로그램을 모색해 두루미 쫒는 마을이 아닌 두루미 자는 마을로 다시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

 

YS1_8381.jpg » 한탄강에서 여유롭게 물을 마시며 물고기를 잡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YS3_9993.jpg » 2014년 1월 한탄강 두루미 잠자리, 올해는 잠을 자는 두루미를 많이 볼 수 없었다.

 

특히, 한탄강 잠자리에 모이를 줘 사진을 촬영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것도 생태적으로 문제가 있다.

 

두루미들은 한탄강 잠자리에서 일어나 평야로 나가 낱알을 먹고 목이 마르면 한탄강으로 날아와 목을 축이고 목욕과 휴식을 취한다. 또 단백질이 풍부한 물고기를로 잡아먹곤 다시 평야로 나가는 일상적인 생활 질서를 유지한다.

 

YSJ_2695.jpg » 두루미 곡간에서 바라본 석양 속으로 두루미가 날고 있다.  

 

크기변환_곡YSY_3035.jpg » 두루미 곡간 앞을 지나 한탄강으로 두루미 무리가 날아들고 있다.

 

그러나 사진 촬영의 편의를 위해 한탄강에 곡식류를 공급하고 있다. 자연적인 생태를 인위적으로 바꿔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평야는 먹이 터로, 한탄강은 잠을 자고 또 단백질 공급을 하는 어장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크기변환_곡YSY_4293.jpg » 눈발을 헤치며 한탄강으로 날아가는 두루미.

 

크기변환_곡YSY_5123.jpg » 잠자리 한탄강을 뒤로 하고 토교저수지로 잠자리를 옮겨가는 두루미들.

 

한탄강이 아니라 평야에 지속적으로 먹이를 공급해야 두루미의 월동을 도울 수 있다. 또 두루미를 찾아다니며 무분별한 탐조와 사진촬영을 해 두루미를 방해하는 것을 막는 안정적인 탐조 장소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

 

YSJ_2631.jpg » 두루미 곡간으로 날아드는 두루미 가족.

 

1SY_5337.jpg » 이 두루미에겐 '소란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두루미 곡간의 지명인 '소란'에서 따 왔다.

 

124일 두루미 가족 4마리도 두루미 곡간을 찾아왔다. 두루미 곡간 자리의 지역명은 소란이어서 '소란이'라 이름을 지어 주었다. 빨리 두루미를 맞아들이고 싶은 성급한 마음이 들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곡간에 자리 잡은 재두루미는 두루미 가족을 받아들였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두루미 곡간을 찾아온다. 두루미는 두루미에게 텃세를 하고 재두루미는 재두루미에게 텃세를 한다.

 

YSJ_2397.jpg » 두루미가 가족이 재두루미 영역을 침범했다. 왠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한다.

 

크기변환_곡YSJ_8684.jpg » 재두루미 '곡간이' 가족은 두루미 '소란이' 가족을 받아들였다.

 

크기변환_곡YSJ_1040.jpg » 다른 재두루미 무리가 날아와 앉는다. 그러나 잠시뿐 곡간이 가족 텃세에 밀려난다.

 

그래도 곡간이와 소란이가 한탄강으로 물을 먹으러 가면 두루미 곡간이 잠시 빈다. 그 틈을 타 다른 두루미들이 날아와 먹이를 먹는다. 그러나 잠시뿐 한탄강으로 내려갔던 곡간이와 소란이가 올라와 모두 쫓아낸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정말 두루미 텃세는 대단하다. 두루미는 사적 영역과 집단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새다. 자기 공간을 간섭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성격이다.

 

크기변환_곡YSJ_7428.jpg » 영역 침범에 경고하는 어미 곡간이. 새끼가 옆에 긴장한 듯 서 있다.

 

경계심이 많고 낯선 장소에 앉는 것을 꺼리는 두루미에게 두루미 곡간이 선뜻 다가서기 쉬운 곳은 아니다. 곡간의 구조물도 낯설고 처음부터 탐조대와 먹이 터 사이의 거리를 100m 정도로 잡은 것도 너무 짧았다.

 

300~400m 거리를 두고 서서히 앞으로 유인하는 방법이 옳았던 것 같다. 비닐하우스로 지은 탐조대 지붕 위에 형광색 차광막을 친 것이 오히려 눈에 띄어 거부감을 주는 것 같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검은색이 가장 무난할 것 같다. 소리도 덜 들리고 사람의 형체도 보이지 않게 두루미 곡간 주변의 가림막도 높이고 완전한 차폐 가림막 시설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크기변환_곡YSJ_1238.jpg » 여유로운 소란이 가족 왼쪽에 갈색 목의 새끼 두루미 두마리가 보인다.

 

주변에 차량의 움직임이나 사람들의 서성임이 없게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했다. 갈대를 논 주변이나 논둑에 심어 자연적인 은폐물로 하는 것도 안정감을 주었을 것이다.

 

먹이만 주면 두루미가 모여들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큰 착오였다. 두루미는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한 동물인데 쉽게 생각했다. 가장 편안하고 자연적인 두루미 은폐 시설과 안정적인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크기변환_곡YSY_2443.jpg » 석양빛을 받으며 먹이를 먹는 곡간이 가족. 항상 주변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두루미 곡간의 곡간이와 소란이의 텃세가 유독 심했던 이유는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는 눈이 적게 내려 두루미가 먹이를 찾기 쉬웠다눈이 많이 왔다면 먹이를 찾기 힘든 두루미들이 두루미 곡간으로 몰려들어 텃세가 먹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크기변환_곡YSY_3250.jpg » 두루미 곡간 앞을 줄지어 날아가는 재두루미.

 

크기변환_곡YSY_3280.jpg » 두루미 곡간 앞 전경.

 

두루미 곡간은 한탄강 잠자리와 목욕과 휴식을 하며 단백질을 섭취하는 길목에 있다. 천혜의 자리를 잡고도 인간 중심적인 생각에서 두루미에 세심한 배려를 하지 못했음을 새롭게 배웠다.

 

크기변환_곡DSC_0382.jpg » 곡간이 가족과 소란이 가족이 평화롭게 먹이를 먹는 곳에 고라니도 함께 한다.

 

크기변환_곡DSC_0422.jpg » 저녁 무렵 불청객 멧돼지가 나타났다. 두루미 가족들이 경계한다.

 

DSC_0443.jpg » 고라니가 놀라 달아난다.

 

많은 수의 두루미가 곡간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두루미를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야생에서 두루미 생태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야생관찰을 통해 소중한 자료로 축적하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DSC_0563.jpg » 멧돼지가 소리를 지르며 심통을 부린다.

 

 크기변환_곡DSC_0610.jpg » 결국 두루미를 쫒아내는 멧돼지.

 

3월 중순까지 먹이를 3t 이상 주었다. 일반인을 비롯해 학생들의 먹이주기 체험 행사도 함께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기대했던 많은 수의 두루미가 오지 않아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후원을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과 두루미 곡간에서 수고한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지금쯤 우리나라를 떠난 두루미들은 러시아 아무르 강 유역에 도착하여 짝짓지를 하고 둥지 만들기에 한창일 것이다. 그 동안 두루미곡간의 문제점을 보완해 올 10월 곡간이와 소란이가 두루미 곡간을 다시 찾아와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철원/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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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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