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람사르습지 등록해, 김포를 생태도시로

윤순영 2015. 04. 16
조회수 17396 추천수 0

반세기 군사보호법 묶인 김포가 세계적 생태도시로 거듭날 기회

천혜의 자연과 교통 여건…피해의식 버리고 김포시민 지혜 모아야

 

기변환_CRE_7612.jpg » 한강 하구 습지가 시작되는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주변의 모습.

 

람사르 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의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1971년 이란 테헤란에서 북서쪽으로 약 150㎞ 떨어진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람사르라는 도시 이름에서 열린 '물새와 습지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따 왔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지켜 물새 서식지를 보호하고자 채택했다.

 

크기변환_CRE_7599.jpg » 한강하구 전류리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선들. 이곳이 어로작업 한계선이다. 밀물과 썰물을 이용한 고기잡이가 한강 하구에서 유일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뒤에 보이는 것이 산남습지이다.

 

김포는 머리에 한강하구가, 옆구리에 강화도와 영종도가 있는 반도다. 바다를 접하는 해안에는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고, 내륙에는 산과 평지 한강을 경계로 고양시, 파주시 서해로 강화군와 인천시에 인접하여 굽이치는 긴 한강 줄기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김포.jpg » 김포와 한강하구의 위치. 사진=구글 지도

 

우리는 저마다 물과 인접한 곳에서 살거나 조금만 이동하면 쉽게 물을 만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얕은 물로 차 있거나 물과 접하고 있는 환경을 습지라고 한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L7951312.jpg » 한강하구의 갯벌은 새들에게 먹고 쉴 공간을 제공한다.

 

한강 하구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9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17일 김포대교에서 강화군 송해면에 이르는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강화군의 6만668㎢(1835만평)가 습지로 지정되었다.

 

당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등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비등했지만 그런 피해를 입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크기변환_L8071681.jpg »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의 전체 면적은 6만668㎢인데 이 가운데 시암리 습지는 2만 3000㎢로 면적이 가장 넓다.  

 

환경부에서는 한강하구를 세계 람사르 습지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김포시 하성면과 월곶면 일부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규제를 걱정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60여 년 간 규제해 온 군사보호법은 군 통제보호구역 10~25㎞ 범위 안에서는 집 한 채 지으려 해도 못 짓고 개축을 하려면 군부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크기변환_DSC_0364.jpg » 월동을 끝내고 북상 중에 한강하구와 평야를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는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한강하류 재두루미 도래지가 1975년 천연기념물 제250호로 지정되면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이 지역 주민들은 제대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람사르 습지 등록은 또 다른 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하성면 지역은 군사보호법과 문화재보호법으로 이중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는 것이 한강하구 생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 지역주민에게 재산상의 손실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크기변환_KICX8992[1][1].jpg » 한강하구 철책선은 분단의 아픔으로 60여 년간 지속되고 있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 김포시의 세계적 위상과 함께 친환경 농업과 자연 생태도시의 상징성도 갖추게 된다. 오히려 군사보호법에 따른 규제를 완화시키는 구실도 기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지역 경제에 발전에 기초가 되는 것이다.

 

민통선과 마주한 다른 지자체는 군부대와 협의하여 안보 생태관광과 지역 문화관광으로 경제 활성화를 하고 있는데 대도시 면모를 갖춘 김포시만 유독 규제에 묶여 있다. 누구의 문제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변환_L1032785[1].jpg » 우리나라 최고의 쌀 맛을 자랑하는 김포 평야의 논.

 

가까운 고양시 장항습지도 군사보호법 적용을 받지만 습지탐방시설과 탐조시설이 있다.  파주시, 철원, 연천, 화천, 양구 등 민통선 안에 생태탐방로, 철새 탐조대와 생태학습장, 생태전시관, 생태공원, 생태체험장 등 습지 탐방객을 위한 시설물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람사르에 등재된 순천만, 우포 등에 생태습지가 조성되고 수많은 생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결국 람사르 습지 등록을 반대한다면 현재의 규제도 풀지 못한 채 김포시는 규제의 틀에서 제자리 걸음만 할 뿐이다.

 

기변환_YS2_6487[1].jpg » 한강을 오가며 논에서 먹이를 먹는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특히 김포는 주변도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생태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포시 한강하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하구 둑 없이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이다. 강, 바다, 평야, 철새가 여기서 만난다.

 

비무장지대와 연결되는 생태축의 중추이기도 하다. 16개의 하천과 55개의 지천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도시로 이동 조류들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L1020004.jpg » 한강과 임진강, 염하강과 예성강이 만나 4대강이 합류하는 길목인 시암리 습지.

 

한강하구는 독특한 경관의 생태도시로 탄생할 수 있다. 수도권에 위치해 교통여건이 좋고, 김포와 인천 국제공항도 가까워 국제적인 자연생태 도시가 될 여건을 갖췄다.  

 

크기변환_1SY_2369.jpg » 한강에서 큰 무리를 이룬 잠수성 오리인 흰죽지.
 
환경부가 추진하는 한강하구의 람사르 습지 등록은 김포시가 정부와 함께 생태 관광문화를 적극 실현할 좋은 기회이다.
환경부도 그동안 김포시가 규제에 묶여 주민들이 겪었던 피해를 잘 헤아려야 한다. 람사르 습지보전 관리 방안을 통해 지역주민의 참여와 지역경제가 살아날 대안 제시도 필요하다.

 

아쉬웠던 점은, 정부가 지역 이해 당사자와 교류가 없었고 한강습지에서 가장 크고 우수한 시암리 습지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보전 관련 투자가 장항습지에만 편중됐다는 지역 주민들의 불평을 무겁게 들을 필요가 있다.

 

크기변환_DSC_3773.jpg » 철책이 사라져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의 장항습지 생태탐방로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무조건 습지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출입 규제보다 습지와 사람의 만남이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자연보호는 규제와  접근금지에 급급한 인상이다. 규제도  필요하지만 자연과 인간이 직접적으로 교감하는 장을 만드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120L1064461.jpg » 한강하구 갯벌에서 재두루미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

 

얼마 전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의 공장으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 사례가 언론에 널리 보도되어 큰 충격을 던졌다. 농산물 생산지인 김포시의 추락한 이미지 회복도 생각해 봐야 한다.

 

 크기변환_1유도전체.jpg » 법적으로 한강이 끝나는 지점인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유도, 새들의 천국으로 한강하구의 보석이라 할 만하다.

 

아쉬운 것은 근거 없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규제를 받는다는 말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퍼져있다는 사실이다. 김포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오히려 눈앞에서 보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한강의 철책선 아닐까. 김포시는 한강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이라도 군부대와 협의해 봤는가 묻고 싶다.

 

 크기변환_DSC_0389[1].jpg » 유도에서 번식하는 멸종위기종 1급 저어새.

 

한강하구의 람사르 습지 등록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것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모두가 김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논쟁이다. 자칫 감정적인 지역 분열로 치닫는 일이 없도록 지역 정치인들이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기변환_YSY_7132[1].jpg » 한강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멸종위기종 1급 노랑부리저어새.

 

김포는 생태도시로 경쟁력을 확보할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생태가 김포의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변환_포맷변환_002-1.jpg » 김포 시가지 있는 홍도평으로 해마다 날아드는 재두루미. 세계적으로도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대도시의 면모를 갖춘 김포시가 군사보호법에 묶여 반세기 동안 성장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 김포 시민이 지혜롭게 풀어야 할 때가 아닐까. 김포시에 지속가능한 김포 발전을 위한 시민토론회 개최를 제안한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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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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