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잠수정 들이받고 비비고, 향고래의 궁금증 해소법

조홍섭 2015. 04. 24
조회수 62253 추천수 0

멕시코만 수심 600m서 무인 잠수정 만난 향고래, 4분간 맴돌아

음향장치나 조명에 이끌린 듯,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잠수 전문가'

 

Ocean Exploration Trust3.jpg » 무인 잠수정 내부를 신기한 듯 들여다 보는 향고래. 사진=해양 탐사 트러스트

 
무인 잠수정을 이용해 깊은 바닷속을 탐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미지의 심해 환경을 조사하고 자원을 탐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애초 탐사 목적이 아닌 예상치 않은 성과가 잇따른다.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던 심해 동물의 신비로운 삶이 무인 잠수정에 의해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산갈치는 서서 헤엄친다, 수수께끼 심해어 정체 드러나, 다리 자르고 도망치는 심해 오징어, ‘악마 낚시꾼’ 심해아귀, 580m 바다밑 동영상 첫 촬영).

 

호기심 어린 향고래와 원격조정 무인잠수정(ROV)의 우연한 만남도 그런 예다. 해양탐사선 노틸러스에 탄 과학자와 학생들은 14일 미국 루이지애나 바깥 바다인 멕시코만에서 무인잠수정이 보내오는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잠수정은 수심 600m 해저에서 메탄이 스며나오는 지층을 조사하고 있었다. 메탄 거품이 솟아오르는 것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갑자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와 고래다!”

 
커다란 고래가 잠수정을 옆을 지나갔다. 그런데 가버린 줄 알았던 고래가 다시 잠수정 쪽으로 돌아왔다. “확대해 봐!” “잠수정에 부닥치려 해!” “우릴 바라보고 있는데?”
 
학생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이, 커다란 향고래는 잠수정을 약 4분 동안 빙빙 돌면서 몸을 부딪치기도 하고 마치 고양이처럼 잠수정 케이블에 몸을 비비기도 했다. 궁금한 듯 잠수정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 같기도 했다.


Ocean Exploration Trust5.jpg » 잠수정에 바짝 다가와 몸에 난 흉터가 선명한 향고래의 모습. 사진=해양 탐사 트러스트 

이 탐사를 진행한 해양 탐사 트러스트가 스테파니 워트우드 박사 등 생물학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 향고래는 수컷일 가능성이 크고 약 10m의 길이로 보아 어린 개체일 것으로 추정했다. 수컷 향고래는 다 자라면 16~20m에 이른다.
 
향고래는 해저에서 먹이를 찾다가 잠수정에 이끌렸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리에 민감한 향고래가 잠수정이 내는 음향장치의 소리를 들었거나 캄캄한 심해에서 잠수정의 환한 불빛을 보고 호기심에서 다가왔을 것으로 보았다.


Ocean Exploration Trust6.jpg » 멀리서 본 잠수정과 향고래. 향고래는 호기심이 많고 영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해양 탐사 트러스트

 

향고래는 바다에 길게 쳐 놓은 유자망에서 낚시바늘에 걸리지 않고 물고기를 떼어먹을 만큼 영리하고 수영능력이 뛰어나다. 수심 500~800m까지 잠수하는데, 한 번 잠수하면 45분 동안 주로 해저에서 반사 음향을 이용해 오징어 등을 사냥한다. 바다 표면에서는 8분쯤 휴식한다.
 
전문가들은 동영상에서 보이는 향고래 머리의 흉터는 오징어가 낸 것이거나 동료 향고래와 장난을 치다 난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 탐사 트러스트는 침몰한 타이타닉 호를 발견한 로버트 발라드 박사 등에 의해 2008년 설립됐으며 해양탐사선 노틸러스호를 이용해 해저 과학 탐사뿐 학생들의 교육활동도 벌이고 있다. 또 <노틸러스 라이브>란 누리집을 통해 잠수정의 탐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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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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