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1000번 독물 발사, 폭탄먼지벌레의 ‘기관총 분사’

조홍섭 2015. 05. 06
조회수 42137 추천수 0

위협받으면 화학물질과 효소를 결합해 폭발시켜, 밸브가 연속폭발 자동 조절

엑스선 화상 이용 산 먼지벌레 분사 촬영 성공, "가장 놀랍고 아름다운 방어 수단"

 

bomb1_arndt1HR.jpg » 핀셋으로 다리를 쥐자 위협을 느낀 폭탄먼지벌레가 독물질과 증기를 단속적으로 분사하고 있다. 사진=Charles Hedgcock

 

어릴 때 잘못 만졌다가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딱정벌레를 본 기억이 난다. 독물질 분사를 마친 딱정벌레의 꽁무니에선 기관총 총구에서처럼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 번 겪으면 다시는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기는 이 딱정벌레를 누구나 방귀벌레라고 불렀다. 영어권에서는 ‘폭격수 딱정벌레’라고 부른다. 공식 명칭은 폭탄먼지벌레다.
 
이 벌레는 사람은 물론이고 새나 개구리 등 다른 포식자들을 물리치는 효과적인 화학무기를 장착해 호기심의 대상이지만, 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조그만 뱃속에서 기관총처럼 빠르게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내연기관의 연료 분사를 향상시키는 새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Brachinus_spPCCA20060328-2821B.jpg » 북미산 폭탄먼지벌에의 모습. 사진= Patrick Coin, 위키미디어 코먼스
 
폭탄먼지벌레가 위협을 느끼면 꽁무니의 분비샘에서 화학물질과 효소를 분비한다. 반응실에서 두 물질이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먼지벌레는 이렇게 생긴 100도 가까운 뜨거운 수증기와 퀴논 계열의 화학물질을 배끝의 노즐을 통해 상대를 겨냥해 단속적으로 내뿜는다.
 
그런데 이 벌레가 화학물질을 어떻게 정확한 비율로 결합해 규칙적으로 뿜어내는지는 대충만 짐작할 뿐 정확한 얼개는 수수께끼였다. 에릭 안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료공학과 박사과정생 등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싱크로트론 엑스선 화상 기법으로 살아 있는 폭탄먼지벌레의 독물 발사 과정을 정밀하게 조사해 그 비밀을 밝혔다.


폭탄먼지벌레의 유독물 분사 MIT 동영상



초당 2000개 화면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촬영으로 알아낸 먼지벌레 반응실에서의 폭발 과정은 이랬다. 먼지벌레가 분비샘에서 반응실에 보낸 화학물질과 효소가 만나 폭발을 일으키면 큐티클로 만들어진 반응실이 팽창하면서 화학물질 투입구를 밸브가 막는다. 증기가 빠져나가 압력이 떨어지면 다시 밸브가 열려 폭발물질이 들어와 폭발반응이 되풀이된다.

 

이런 폭발은 초당 300~1000회까지 일어나는데, 역겨운 화학물질과 증기가 초속 10m의 속도로 수㎝ 거리로 퍼져나간다. 연구자들은 이를 ‘생물학적 펄스 제트’라고 불렀다.

 

bomb4.jpg » 폭탄먼지벌에의 독물 연속 분출 얼개. (A) 평상시 (B) 분출 시작. 반응성 용액이 밸브를 거쳐 반응실로 들어간다. (C) 폭발로 막이 팽창해 밸브가 닫힌다. (D) 폭발이 끝나고 팽창했던 막이 수축해 밸브가 열린다. 이를 통해 새로운 반응물질이 들어온다. (E) 분사 중단. 분사구가 막히고 증기는 반응실 안에 남는다. 그림+아른트 외 <사이언스>
 
기관총을 쏘는 것 같은 이런 분사를 이제까지는 근육의 수축으로 일으킨다고 짐작했으나 이번 연구에서 유연한 막의 팽창과 수축을 통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했다. 폭탄먼지벌레는 반응실의 구조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새로운 근육을 진화시킬 필요 없이 뛰어난 방어장치를 진화시킨 것이다.

 

bomb2.jpg » 반응실을 둘로 나누는 밸브(가운데 보라색)의 전자현미경 사진. 색깔은 입힌 것임. 사진=아른트 외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먼지벌레가 독물질을 이처럼 펄스 형태로 방출하는 이유를 “짧고 빠른 펄스를 내보내야만 먼지벌레의 작은 몸을 폭발 열로부터 지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웬디 무어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폭탄먼지벌레는) 이제까지 기록된 것 중 진정 가장 놀랍고 아름다운 방어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폭탄먼지벌레과에 큰목가는먼지벌레와 꼬마목가는먼지벌레가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ric M. Arndt et. al., Mechanistic origins of bombardier beetle (Brachinini) explosion-induced defensive spray pulsation, Science 1 May 2015: Vol. 348 no. 6234 pp. 563-567. DOI: 10.1126/science.126116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하마 배설물은 강 생태계에 보물일까 재앙일까하마 배설물은 강 생태계에 보물일까 재앙일까

    조홍섭 | 2018. 05. 21

    물고기 주요 먹이지만 건기 오염 축적되만 ‘오염 폭탄’자연스런 현상이었지만 인위적 요인 겹치면 회복 불능몸무게가 1t이 넘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코뿔소와 함께 가장 큰 초식동물인 하마는 밤 동안 초원지대를 돌아다니며 하루에 50㎏에 이르...

  • 바퀴벌레 무서워? 당신 몸속에 ‘곤충 먹는 유전자’ 있다바퀴벌레 무서워? 당신 몸속에 ‘곤충 먹는 유전자’ 있다

    조홍섭 | 2018. 05. 18

    곤충 키틴질 겉껍질 분해 효소 유전자 4종 보유공룡시대 곤충 먹던 흔적, 모든 포유류에 남아곤충은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미래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사람의 곤충 먹기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어서 이미 세...

  • ‘침팬지 침대’는 사람 것보다 깨끗해~‘침팬지 침대’는 사람 것보다 깨끗해~

    조홍섭 | 2018. 05. 17

    매일 나무 위에 새로 짓는 둥지, 세균·벌레 축적 안 돼사람 집은 외부 생태계 차단…침대 세균 35%가 몸에서 비롯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 영장류는 공통으로 매일 잠자리를 새로 만든다.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엮어 받침을 만든 뒤 ...

  • 백두산호랑이 주 먹이는 멧돼지, 겨울엔 절반 차지백두산호랑이 주 먹이는 멧돼지, 겨울엔 절반 차지

    조홍섭 | 2018. 05. 16

    한국표범은 주로 사슴 사냥…두만강 건너 중국 동북부 조사 결과멧돼지와 사슴 주 먹이지만 호랑이는 반달곰, 표범은 수달도 사냥 한 세기 전만 해도 한반도 전역과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에 걸쳐 3000마리 이상이 살았던 아무르호랑이(백...

  • ‘둑중개’는 강마다 달라요…보호종 재지정 시급‘둑중개’는 강마다 달라요…보호종 재지정 시급

    조홍섭 | 2018. 05. 14

    ‘개체수 많다’며 보호종에서 해제…유전연구 결과, 하천별 차이 커보호종 한둑중개는 오히려 유전다양성 8배 높아…생활사 차이서 비롯강원도와 경기도 하천 최상류에 둑중개란 물고기가 산다. 한반도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으로, 한여름에도 수온이 20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