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예물 목걸이 만들려 돌고래 집단 살육

조홍섭 2015. 05. 08
조회수 29544 추천수 0

솔로몬제도 전통 돌고래 몰이 사냥, 2013년 한 철에 1700마리 죽여

돌고래 이 값 급등이 사냥 재개 불러…일본, 페루, 페로스제도 등서도 사냥

 

Omnifilm Entertainment Ltd.jpg » 솔로몬 제도에서 카누를 이용한 몰이사냥으로 돌고래를 잡는 모습. 사진=Omnifilm Entertainment Ltd

 
남태평양 서부에 위치한 솔로몬 제도에서는 전통적으로 돌고래를 잡아왔다. 돌고래 떼를 발견하면 카누 20~30척이 U자 모양으로 둘러싼 뒤 여러 개의 얇은 돌을 포개 만든 짝짜기 같은 도구를 물속에 담가 소음을 낸다.
 
‘소리 그물’에 막힌 돌고래 떼가 유일하게 터진 얕은 해안 쪽으로 도망치면 배에서 창으로 찔러 죽인다. 사냥의 주목적은 돌고래의 이를 얻는 것이다.
 
돌고래 이는 전통적인 화폐로 쓰였고 신부에게 줄 지참금, 장식품 등으로 쓰인다. 최근엔 이의 값이 급등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거나 고기로 팔기 위한 포획도 늘고 있다.

 

m.oremus.jpg » 솔로몬 제도의 몰이 사냥으로 잡은 돌고래에서 채취한 이로 만든 목걸이와 장신구. 사진=Marc Oremus
 
비정부기구와의 합의 아래 한동안 중단된 솔로몬 제도의 돌고래 사냥이 재개되면서 2013년 한 해에만 1700마리 가까운 돌고래가 포획되어 해당 수역 돌고래 집단이 위협에 놓였다는 보고가 나왔다.
 
마크 오레무스 뉴칼레도니아 남태평양고래연구소 컨소시엄 생물학자 등은 2013년 3월 이 섬에서 진행된 돌고래 포획 실태를 조사해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솔로몬 제도 말라이타 섬의 파나레이 마을은 오랜 돌고래 몰이 사냥 전통이 있는 곳이다. 20세기 초에 처음 알려졌지만 훨씬 오랜 기원을 갖는다. 19세기 중반 선교사가 들어오면서 중단됐다가 1948년 다시 시작됐다. 화폐경제의 물결이 밀려든 1960년대에는 이웃 마을들도 돌고래 사냥에 나섰다.
 
비록 전통적인 사냥이지만 사냥 방법이 잔혹하고 동물복지에 문제가 있다고 본 미국의 환경단체 지구 섬 연구소(EII)는 마을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을 하는 대신 사냥을 중단하기로 주민들과 합의했다. 그러나 2012년 사냥 중단 협약을 맺지 않은 마을이 사냥을 재개하자 이 약속은 속절없이 깨졌다.
 
연구자들은 이 값이 치솟은 것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돌고래 이 하나에 2004년 0.14달러 하던 것이 2013년 그보다 5배인 0.68달러로 올랐다.

 

F1_large2.jpg » 파나레이 마을에서 2013년 포획한 돌고래 이의 모습. a 알락돌고래, b 스피너돌고래, c 큰돌고래. 사진=오레무스 외 <왕립학회 공개 과학>
 
연구자들은 2013년 석 달 동안 이 마을에서 포획한 돌고래는 알락돌고래 1500마리, 스피너돌고래 159마리, 큰돌고래 15마리인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문헌 등을 종합하면, 파나레이 마을에서만 1976~2013년 사이에 몰이 사냥으로 1만5000마리 이상의 돌고래를 죽였다. 연평균 포획 개체수는 813마리에 이른다.
 
연구에 참여한 스코트 베이커 미국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이것은 세계에서 기록된 돌고래 사냥 가운데 최대 규모의 하나로 일본에서 벌어지는 더 산업화한 사냥에 버금간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일본 타이지에서는 ‘전통’이라며 대규모로 잔인하게 돌고래를 잡아 논란이 일고 있다. 타이지의 돌고래 사냥 문제는 2010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더 코브>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돌고래 몰이 사냥은 이밖에 페로스 제도와 페루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Erik Christensen -Hvalba_26-08-06_(3).jpg »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에 있는 페로스 제도에서 몰이 사냥으로 잡은 돌고래들. 사진=Erik Christensen
 
그러나 파나레이 마을 주민들은 ‘돌고래 사냥 재개가 마을 사이의 갈등을 잠재우고 평화를 불러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민들도 과잉 포획의 문제는 알고 있지만 대규모 선망 어선의 그물 탓에 잘못 걸려들어 죽는 돌고래가 더 문제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포획 대상인 돌고래가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이 섬에 고립돼 진화한 집단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보전을 위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베이커 교수는 “대형고래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소형 고래 사냥에 대해 관리 조언을 해주거나 할당량을 결정하는 국제기구나 정부간 기구는 없다. 규제도 받지 않고, 종종 기록도 되지 않는 포획이 세계 일부 지역 돌고래 개체군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던져주고 있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Oremus M, Leqata J, Baker CS. 2015  Resumption of traditional drive hunting of dolphins in the Solomon Islands in 2013. R. Soc. open sci. 2: 140524. http://dx.doi.org/10.1098/rsos.14052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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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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