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비늘돔의 '마법', 산호 깨뜨려 산호섬 만든다

조홍섭 2015.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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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섬 형성하는 퇴적물의 85%는 파랑비늘돔이 배설하는 산호 부스러기

기후변화 취약하는 산호섬 지키는 효자 물고기, 화려한 무늬로 성 전환도

 

Richard Ling_Bicolor_parrotfish.jpg » 화려한 무늬와 색깔의 수컷으로 성전환한 파랑바눌돔. 산호섬의 유지와 형성에 핵심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Richard Ling, 위키미디어 코먼스   
 
열대와 아열대 얕은 바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물고기의 하나가 파랑비늘돔이다. 초록이나 파랑 바탕에 분홍빛 무늬가 선명한 이 물고기는 색깔이 아름다운 물고기일 뿐 아니라 자라면서 성과 모습을 바꾸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파랑비늘돔은 산호의 건강을 지키는 물고기다. 산호나 바위 표면을 부지런히 깨뜨려 먹는다. 이 과정에서 산호의 증식을 돕고 산호 표면에 조류가 너무 자라는 것을 막는 구실을 한다.
 
이에 더해 파랑비늘돔의 새로운 생태적 기능이 발견됐다. 이 물고기가 배설하는 모래가 산호섬의 주성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호섬을 유지하고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일꾼인 셈이다.

 

Chris Perry2_s, University of Exeter.jpg » 다양한 파랑비늘돔이 서식하는 몰디브 바카루 섬의 산호섬 모습. 사진=크리스 페리, 엑시터 대학
 
크리스 페리 영국 엑시터 대학교수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지질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파랑비늘돔이 산호섬 형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정량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산호섬은 오로지 산호에서 나온 퇴적물로만 만들어진다.
 
연구자들이 인도양에 있는 몰디브의 바카루 섬에서 측정한 결과 파랑비늘돔이 전체 퇴적물의 85% 이상을 만들어냈다. 산호나 암석 ㎡당 5.7㎏의 모래를 형성했다. 이는 파랑비늘돔이 산호 표면을 삼킨 뒤 조류 등 먹는 부분을 뺀 나머지를 배설하면서 나온 것이다.
 
페리 교수는 “산호섬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며 “파랑비늘돔 집단과 서식지를 잘 보호하는 것이 몰디브 산호섬에 퇴적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Chris Perry_s, University of Exeter.jpg » 몰디브 산호섬 주변 해역에서 산호를 부스러뜨려 먹는 파랑비늘돔. 사진=크리스 페리, 엑시터 대학

 
산호는 해양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장소다. 연간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30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광범한 백화현상과 함께 수온 상승으로 인한 질병 확산, 오염과 환경파괴가 겹쳐 5억 인구의 생계가 달려있는 산호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다.

 

Nhobgood_Parrotfish_turquoisse.jpg » 앵무새 부리처럼 생긴 단단한 이를 지닌 파랑비늘돔의 일종. 산호 생태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사진=Nhobgood, 위키미디어 코먼스

 
파랑비늘돔은 전 세계에 약 90종이 있으며 주로 인도양과 서태평양 산호에 다양한 종이 서식한다. 앵무새 부리 같은 이가 달렸고, 대부분이 암컷으로 태어나 수컷으로 성전환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색깔도 처음엔 칙칙한 갈색이나 회색, 붉은색이다가 수컷으로 변신해서는 선명한 초록이나 파랑에 분홍 무늬로 아름다워진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T. Perry, P.S. Kench, M.J. O‘Leary, K.M. Morgan, and F. Januchowski-Hartley, Linking reef ecology to island building: Parrotfish identified as major producers of island-building sediment in the Maldives, Geology, First published on April 27, 2015, doi: 10.1130/G36623.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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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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