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2신…슬픔은 계속되고 있다
체르노빌의 눈물…암으로 숨졌지만 인과관계 안 밝혀져
▲남편을 4년 전 암으로 잃은 크레바로치카 라이사(64)가 추모미사에서 흐느끼고 있다.
새벽 1시24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시각입니다.
매년 4월26일 이 시간에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의 여러 곳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미사와 집회가 열립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키예프의 체르노빌 성당 그리고 체르노빌의 소방대원 기념비 또 체르노빌 직원들이 프리퍄티에서 옮겨간 신도시 슬라부티치 등 세 곳에서 열립니다. 슬라부티치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한겨레>에 사흘 연속 실리는 체르노빌 특집의 ‘폭풍 마감’을 하느라 지금 머무르고 있는 호텔에서 가까운 체르노빌 성당으로 갔습니다.
미사는 새벽 1시 좀 안 돼서 시작됐습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와 수사들, 추모객들 그리고 기자들이 각각 30%씩, 나머지 10%가 경찰이었던 것으로 (혼자) 집계했습니다. 사고 초기 방사능에 노출돼 숨진 기념비 앞에서 미사가 집전됩니다. 기념비에 써진, 이들의 태어난 날과 숨진 날을 헤아려보았더니, 대부분은 20대 초반의 나이이고, 그해 5월초에 숨졌더군요. 사고 초기 소방대원으로 투입된 사람들은 건장한 20대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26일 새벽 1시24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체르노빌 희생자를 추모하는 미사가 열렸다.
미사는 정확히 1시24분에 끝났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서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기자들이 달려가 사진을 찍기에, 저도 가서 찍고 봤습니다만(기자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분의 눈물이 궁금해 나중에 따로 여쭤봤습니다.
자신의 남편이 4년 전에 갑자기 암으로 숨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젊을 적부터 수도 키예프에서 살면서 체르노빌에 각종 생필품을 공급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남편의 죽음이 체르노빌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고, 지금도 거의 매달 체르노빌의 성당에 들어가 기도를 한다고 했습니다. 독실하신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체르노빌에서도 유일하게 그 성당에 방사능 낙진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상실의 아픔에 더해 그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체르노빌 주민의 슬픔이 커진다.
할아버지의 죽음이 방사능 때문인지 다른 원인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방사성 물질은 분명히 발암물질이지만, 아주 작은 저선량 노출의 경우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힘드니까요. 호텔로 돌아오면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가 가져다준 피해는 이런 사회심리적 공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아프면 그곳이 떠오르며 공포에 몸서리칠지 모릅니다.
키예프(우크라이나)/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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