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거대 바다어 붉평치 ‘온혈’ 첫 확인…항온 비밀도 풀려

조홍섭 2015. 05. 15
조회수 48904 추천수 0

가슴지느러미 움직여 열 만든 뒤 0.8㎝ 두께 지방조직으로 감싸

아가미 ‘역방향 열교환’이 비결…더운 혈관이 찬 혈관 감는 얼개

 

NOAA FISHERIES_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_s.jpg » 미국립해양대기국 연구자이자 <사이언스> 논문 주 저자가 연구대상인 붉평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NOAA 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

 
끝없는 대양, 그것도 차고 희미한 빛밖에 들어오지 않는 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런 물고기 가운데 ‘붉평치’(학명 Lampris guttatus)란 종이 있다.
 
길이 2m에 270㎏까지 자라는 이 거대한 물고기는 몸매가 달덩이처럼 둥글며 은색 바탕에 흰 반점이 잔뜩 박혀있고 지느러미로 갈수록 붉은빛이 강하다. 이 아름다운 물고기는 세계의 온대 바다에 두루 분포하는데, 그 생활사와 발달과정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립해양대기국(NOAA) 연구자들은 동부 태평양에서 이 물고기를 연구한 결과 물고기 가운데 처음으로 온전한 온혈동물임을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15일치에 실렸다.

 

NOAA FISHERIES3_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_s.jpg » 연구자들이 동태평양에서 잡은 붉평치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뒤 풀어주고 있는 모습. 사진=NOAA 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온혈동물은 포유류와 조류의 일반적인 특징이고, 이들 동물의 성공요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참다랑어, 백상아리, 악상어 등 일부 물고기들은 근육 등 몸의 일부를 주변 수온보다 높게 유지한다.
 
이런 능력을 통해 더 멀리 빨리 헤엄쳐 먹이를 획득하는 진화의 이점을 누린다(■ 관련기사: 찬 물속 더운피, 백상아리와 참다랑어의 생존법). 그러나 이 연구에서 붉평치는 국부 온혈동물인 다랑어나 상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붉평치는 수심 200~1000m의 대양 중층에서 주로 오징어를 잡아먹고 산다. 이 정도의 수심이라면 수온이 차 포식자들은 느릿느릿 움직이며 먹이를 추격하기보다는 매복해 잡아먹는 전략을 쓴다.

 

NOAA FISHERIES2_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_s.jpg » 붉평치의 커다란 가슴지느러미. 이를 쉬지않고 펄럭이며 추진력을 얻는다. 사진=NOAA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  
 
이들과 달리 붉평치는 커다란 가슴지느러미를 마치 날개처럼 펄럭이며 찬 바다속을 빠른 속도로 헤엄치며 오징어처럼 재빠른 먹이를 쫓아가 잡아먹으며 종종 먼 거리를 이동한다. 그 비결은 바로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붉평치를 낚아올려 곧바로 체온을 쟀더니 평균적으로 두개골 부위 16.1도, 가슴지느러미 근육 13.8도, 내장 13.5도, 심장 13.2도 등이었다. 수온은 대체로 10도 안팎이어서, 체온을 주변 환경보다 부위에 따라 3.2~6도 높게 유지한 것이다.
 
붉평치에 원격 추적장치를 달아 풀어놓은 뒤 측정한 조사에서도 물고기가 50~300m 수심을 유영할 때 체온이 주변보다 4.8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온이 높으면 깊고 찬 깊은 바다에서도 근육과 심장, 눈과 뇌, 소화 기능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opah1.jpg » 갓 잡은 붉평치에서 직접 측정한 부위별 온도 분포(A). 수온은 10.5도였다. 무선 측정기를 단 붉평치의 가슴 근육 온도(붉은색)의 수위별 변화(B).푸른 선은 수온, 검은 선은 수심. 그림=위그너 외, <사이언스>
 
그러나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따른다. 특히 물속에선 공기보다 열전달이 잘 된다. 붉평치가 서식하는 10도 정도의 물속에 사람이라면 1시간만 있어도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붉평치는 두 가지 고안을 했다. 첫째는 대형 가슴지느러미이다. 꼬리지느러미로 추진력을 얻는 대부분의 물고기와 달리 이 물고기는 가슴지느러미를 쉬지 않고 펄럭여 전진한다.
 
이 물고기가 열을 발생시키는 원천은 가슴 근육이다. 가슴지느러미를 움직이는 이 근육은 체중의 16%를 차지한다. 물고기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가슴 근육을 활발히 움직여 만들어낸 열은 잃지 않고 잘 지켜야 한다. 첫 방호벽은 지방이다. 평균 0.8㎝ 두께의 지방조직이 온도가 부위를 감싸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찬물로 열이 솔솔 새어나가지 않도록 할 비책을 이 물고기는 아가미에 지니고 있다. 바로 역방향 열교환이다.

 

opah2.jpg » 붉평치 아가미에 있는 역방향 열교환 부위의 세부 모습. 붉은색은 아가미에서 산소를 받아 몸으로 가는 혈관이고 푸른색은 몸에서 아가미로 오는 산소가 고갈된 혈관이다. 이 두가지 혈관이 반대 방향으로 엇갈려 있고 서로 감싼 모습이어서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사진=위그너 외 <사이언스>
 
이 물고기의 아가미에는 다른 물고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가 있다. 몸속의 따뜻한 피를 아가미로 나르는 혈관이, 물속에서 산소를 흡수한 차고 신선한 피를 몸안으로 나르는 차가운 혈관을 감고 있는 얼개이다.
 
바로 공학에서 말하는 ‘역방향 열교환’ 구조다. 이런 구조는 물고기보다 나중에 진화한 포유류와 조류에서 흔하다.
 
굳이 신발을 신기지 않아도 얼음판에서 노는 개가 발이 전혀 시리지 않은 이유도 발에 이런 열교환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개는 왜 발이 시리지 않나). 남극에서 알을 품는 황제펭귄이나 겨울철새의 발에도 이런 장치가 돼 있다.
 
그 원리는 한 마디로 찬 외기와 접하는 부분의 온도는 몸의 다른 부위보다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찬 바닷물에서 산소를 흡수하는 붉평치의 아가미가 그런 부위이다.
 
몸의 열이 아가미를 통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되 산소를 풍부하게 함유한 신선한 피를 몸 내부에 공급하기 위해 혈관을 교묘하게 배치했다. 몸안에서 아가미로 향하는 혈관과 아가미에서 몸안으로 향하는 혈관이 반대 방향으로 빽빽하게 다발을 이뤄 배치되고, 그 밖을 지방층으로 단열하는 얼개이다.
 
그렇게 하면, 차고 산소가 풍부한 피는 아가미로 향하는 덥고 산소가 적은 혈관에서 열을 얻은 뒤 몸안으로 들어간다. 열손실을 최대한 막는 구조이다. 요즘 기계식 환기장치가 달린 집에서, 외부에서 신선하고 찬 공기를 들여올 때 밖으로 나가는 더럽고 따뜻한 공기에서 열만 얻도록 들어오는 배관을 나가는 배관이 둘러싸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opah3.jpg » 국부적 온혈동물인 날개다랑어(왼쪽)과 붉평치가 낮과 밤 동안 분포하는 수심 비교. 다랑어가 주로 50m 이내에 분포하는데 견줘 완전한 온혈 물고기인 붉평치는 깊은 곳에서 장시간 머문다. 그림=위그너 외 <사이언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니컬러스 웨그너 미국립해양대기국(NOAA) 해양생물학자는 “물고기 아가미에서 이런 구조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멋진 혁신이 이 동물에게 경쟁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우리가 알기 훨씬 전에 물고기는 역방향 열교환을 이미 발견했다.”라고 이 기관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국부적인 항온 기능을 갖는 다른 물고기들은 열대 바다에서 기원해 찬 바다로 활동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부분적인 항온기능을 얻는 쪽으로 적응했다면, 붉평치는 애초 차고 깊은 바다에서 출발해 항온기능을 진화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C. Wegner; O.E. Snodgrass; H. Dewar; J.R. Hyde, “Whole-body endothermy in a mesopelagic fish, the opah, Lampris guttatus,” by N.C. Wegner; O.E. Snodgrass; H. Dewar; J.R. Hyde, Science 15 May 2015, Vol 348, Issue 6236.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a890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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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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