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리로 불어날 우포 따오기, 겨울엔 뭘 먹지?

김정수 2015. 0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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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증식까지는 순조로웠지만 서식환경 조성과 방사 이후 관리 난제

전문인력·예산 부족 지자체 역량 한계, “앞으론 환경부가 직접 총괄해야”

 

ibis1.jpg » 경남 창녕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 관람용으로 지어진 사육장 안의 따오기들. 이곳에는 지난해 태어난 따오기 29마리 가운데 10마리가 살아가고 있다. 복원센터는 따오기 복원 사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예약을 받아 이 사육장의 따오기들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사진=우포따오기복원센터


우포늪의 아침은 소란스러웠다. 일찍 잠자리에서 빠져나온 파랑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등 새들의 지저귐,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저음의 황소개구리 울음, 산란철을 맞은 잉어들의 첨벙대는 소리. 다양한 생명들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소리들이 경남 창녕 우포늪의 초여름 아침을 깨웠다.
 

“저길 보세요.” 지난 14일 아침 6시30분께 이인식 우포따오기복원위원장이 카메라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개구리덤’이라 불리는 우포늪 북쪽 개구리 형상 바위를 지나 무성한 물억새와 갈대밭 사잇길로 앞서 가던 그의 카메라 렌즈가 향한 곳에 왜가리와 백로 네댓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모여 있는 건 저곳에 먹이가 많다는 이야기거든요. 중국 따오기 서식지에 가보면 따오기가 저런 새들 사이에 섞여 있어요. 우포늪에서 저런 곳이 따오기 먹이터가 될 수 있는 곳이지요.”

 

ibis2.jpg » 이인식 우포따오기복원위원장이 14일 아침 우포늪 주변을 걷다 늪 서쪽 ‘비밀의 정원’에 도착해 잠시 쉬며 늪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수 선임기자
 

황새목 저어새과의 따오기는 해방 이전까지는 전국 곳곳에서 월동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1980년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춰 경남 창녕군이 2008년부터 환경부 지원을 받아 복원을 추진중이다.
 

이 위원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이날 아침 우포늪 주변 관찰에 나섰다. 해 뜨기 한 시간 전쯤이다. 우포늪 남동쪽 대대제방에서 출발해 늪을 한 바퀴 돌며 사진으로 생태계 변화를 기록하는 일은 그가 5년 전부터 반복해온 일상이다.

 

이렇게 9㎞가량을 걸어 출발지로 돌아오려면 네 시간 남짓 걸린다. 그가 5년 전 가족을 마산에 남겨두고 홀로 우포늪 인근 마을로 들어온 중요한 이유 하나가 따오기 복원이다.
 

“따오기가 우포늪에 살게 하려면 적합한 서식 환경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조사 용역을 하는 사람들은 한자리에서 오래 머물지 않거든요.”

 

우포늪 따오기 서식 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지금껏 이뤄진 바 없다. 날마다 우포늪을 돌며 찍은 사진이 어떤 조류학자의 이론보다도 따오기 복원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이유다. 

 

ibis3.jpg » 다 자란 따오기. 중국에서 들여온 한 쌍이 80며마리로 늘었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사진=우포따오기복원센터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는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우포늪 남쪽 산자락에 있다. 이곳에선 따오기 성조 56마리와 올해 부화한 새끼 31마리가 센터 직원 9명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각각 2008년 10월, 2013년 12월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한 쌍과 수컷 두 마리에게서 늘어난 식구들이다. 3월에서 6월까지인 올해 산란기가 지나면 100마리를 넘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따오기 새끼를 키워내려면 생후 45일까지가 가장 큰 고비다. 이 기간에 복원센터 직원들은 휴일도 없이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두 시간 간격으로 미꾸라지와 새우 등을 갈아 만든 먹이를 아기 따오기들의 목구멍에 밀어넣어야 한다.

 

새끼 따오기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랄 때까지 센터 직원들은 퇴근 뒤에도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가슴이 철렁할 정도의 긴장 상태로 지낸다. 직원들의 이런 정성 덕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공부화한 따오기 54마리 중 폐사한 개체는 단 두 마리뿐이다.
 

따오기 사육 업무를 맡고 있는 김성진 주무관(이학박사·조류 전공)은 “증식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실험자료를 얻기 힘든 따오기의 특성 때문에 최적화된 사육 방법을 못 찾고 있다. 이 때문에 검증도 못한 중국과 일본의 사육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늘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다 3년 전 복원센터에 합류했다.
 

언제쯤 사육장을 벗어나 우포늪 위를 자유롭게 나는 따오기들을 볼 수 있을까? 복원센터 연구관리동에서 만난 이성봉 창녕군 따오기담당팀장은 “2017년 첫 방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다”며 “정확한 시기와 방법은 용역 결과와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05184588_R_0.jpg » 대대제방에서 본 우포늪의 해질녘. 사진=김진수 기자

 

우포늪은 오래전부터 따오기 복원의 최적지로 꼽혔다. 국내에서 황새와 따오기 복원을 처음 추진한 조류학자인 고 김수일 한국교원대 교수는 물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종 복원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안전한 서식처로 삼기엔 여전히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어업 활동을 위한 수위 조작으로 늪이 항상 물이 가득한 저수지처럼 돼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새들의 먹이터가 줄어서다. 늪 주변 논들이 겨울에 양파·마늘밭으로 변하는 것도 논 습지를 주요 먹이터로 하는 따오기 생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다.
 

소속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정부연구기관의 조류 전문가는 “방사될 따오기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먹이터, 휴식처, 번식처 가운데 우포늪에는 이들이 겨울철에 이용할 먹이터가 조금 부족한 상태”라며 “환경부가 우포늪 생태계 보전을 위해 늪 주변에 매입한 논들을 먹이터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특별보호구역이자 습지보호지역인 우포늪과 그 주변에 손을 대 따오기 서식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꾸는 일은 환경부가 나서지 않고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포늪 관리계획에 따오기 서식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환경부 일이다.

 

방사한 따오기를 추적관리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따오기 서식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작업들에는 따오기를 인공부화시켜 키우는 단계보다 많은 전문인력 운용과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기초지자체가 계속 감당하기엔 벅차다. 
 

이인식 우포따오기복원위원장은 “중국과 일본의 따오기 복원 사업은 모두 국가에서 총괄한다. 우리도 멸종위기종 관리를 책임진 환경부가 이를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전문가·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실무 그룹을 만들어 필요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녕/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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