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다리’ 놓아 중국 긴팔원숭이 멸종에서 구한다

조홍섭 2015.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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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마리 남은 황금빛 유인원, 보호에도 번식 안 해 멸종위험 1호

조각난 숲 꼭대기 대나무로 이어 분가 유도, 태풍 등 긴급 대응책도

 

Jessica Bryant.jpg » 인간에 의해 멸종하는 첫 원숭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하이난긴팔원숭이 어미가 수컷 새끼를 안고 있다. 사진=Jessica Bryant, JSL


지구의 포유류 가운데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의 하나가 하이난긴팔원숭이다. 중국 남부의 열대 섬에 살아남은 개체수는 25마리가 전부다.
 
1950년대까지 2000마리가 있었지만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급격히 줄었다. 1980년대 처음 조사를 했을 때 확인한 개체수는 30~40마리에 그쳤다.
 
하이난긴팔원숭이의 수컷은 검은빛이지만 암컷은 황금빛으로 확연히 다르며, 팔다리와 꼬리가 모두 긴 늘씬한 유인원이다. 긴 팔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건너뛰며, 동틀 때 암수가 하는 합창으로 유명하다.
 
이 아름답지만 곧 사라질 위기에 놓인 유인원을 구출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시작됐다. 런던동물원은 최근 하이난 섬에서 보전 전문가와 현지 정책결정자, 주민대표 등이 모인 워크숍을 열고 40여 가지의 시급한 보전대책을 제안했다.

 

Hainan_Black_Crested_Gibbon_area.jpg 

 

gib2.jpg » 하이난 섬의 위치(위 지도). 연도별 분포 지역(아래 왼쪽). 보호구역(붉은선) 안 서식지(검은 테두리). 사진=<국제 하이난긴팔원숭이 보전 계획 워크숍>
 
이 원숭이는 1980년대 이후 보호조처에도 개체수가 늘지 않았다. 벌목과 고무 플랜테이션을 위한 개간으로 숲이 조각난데다 주민과 관광객의 교란이 심해 이들의 서식지는 자연보호구역 한 곳의 15㎢에 한정돼 있다.
 
마지막 서식지에 3개의 무리가 있지만 분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에선가 수컷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려 하지 않는 것이다.

 

gib3.jpg » 하이난긴팔원숭이가 서식하고 있는 바왕린 자연보호구역 전경. 사진=<국제 하이난긴팔원숭이 보전 계획 워크숍>
 
이번 보전대책의 핵심은 무선추적기 부착 등의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과 생태를 정확히 알아야만 생존과 번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 송전선, 농지 등으로 단편화한 서식지를 잇고 넓히는 방안도 제시됐다. 단절된 숲 꼭대기를 이어 원숭이가 먼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 ‘숲 다리’는 나무 꼭대기 사이를 대나무로 엮은 다리로 연결한 형태이다. 원숭이의 자연적인 습성을 고려해 모든 숲 꼭대기를 잇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짧은 단절 구간을 만들어 원숭이가 건너뛸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장기적으론 숲 회랑을 조성해 조각난 숲을 이어주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숲 다리’는 연내에 만들어 이용실태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숲 다리를 통해 수컷이 새 가족을 이루어 퍼져나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개체수가 25마리에 그쳐 큰 태풍이나 산불, 질병 확산, 밀렵 한 번으로 종 자체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고 나서 허둥지둥하지 않기 위해 상황별 대처법을 담은 비상관리계획도 미리 만들어두기로 했다.

 

gib1.jpg » 사람과 교류하는 전설속 동물이자 귀한 한약재이기도 했던 하이난긴팔원숭이가 주민의 참여 속에 보전될 수 있을까. 사진=<국제 하이난긴팔원숭이 보전 계획 워크숍>
 
이곳 마을엔 사람이 원숭이가 되고, 반대로 원숭이가 사람으로 태어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많은 전설이 전해진다. 그만큼 긴팔원숭이와 사람은 문화적으로 관련이 깊다. 그러나 원숭이를 통째로 삶아 한약재로 쓰거나 원숭이 팔뼈로 만든 젓가락을 음식의 독을 가려내는 데 쓰기도 하는 등 더는 허용하기 힘든 관행도 있다.
 
이제 종 자체가 사라질 마당에 이런 식의 이용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건 주민도 잘 안다. 따라서 원숭이와 주민이 상생하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생태관광 등을 통해 주민이 원숭이 보호에 참여하고 일자리와 수익을 얻는 방안도 제안됐다.
 
사업책임자인 런던동물원 사뮤엘 터비 박사는 “하이난긴팔원숭이 보전은 지구의 포유류 보전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다. 당장 제대로 대처한다면 이 놀라운 종을 구출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니다. 이 유인원의 사례가 미래 보전의 모범적인 성공 사례가 됐으면 한다.”라고 이 동물원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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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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