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으로 가뭄 해결, 왜 거짓말인가

김정욱 2015. 07. 03
조회수 29686 추천수 1

기본목적은 수위 유지, 가뭄 때 빼 쓰거나 홍수 때 가두는 시설 아냐
섬·고지대 상습 가뭄 지역은 빗물 이용, 녹색댐, 저수지 확충으로 풀어야

 

05340443_R_0.jpg » 가뭄과 홍수 문제를 모두 다 해결할 것처럼 큰소리 친 4대강 사업이 끝났어도 가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 강화군 화도면 흥왕리 흥왕저수지가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강화/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올해도 논바닥이 갈라지자 100년 만에 한번 찾아오는 가뭄이 2012년에 이어 또 왔다고 한다. 그러자 왜 4대강에 가득 담아둔 물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때다 하고 4대강 물을 가뭄에 해결할 수 있도록 공사를 하겠다고 1조원이 넘는 예산이 드는 사업계획을 내어 놓았다.
 
그러나 4대강에 담아둔 물을 가뭄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감쪽같이 속은 것이다. 이 물을 가뭄 해결에 쓰도록 하겠다고 또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참으로 뻔뻔한 사기행각에 지나지 않는다. 4대강 물은 결코 가뭄 해결에 쓸 수 있는 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다. 4대강의 댐에 담아둔 물은 흐르지 않기 때문에 호수의 상류나 하류나 수위가 거의 같다. 4대강 공사로 상류 쪽은 수위가 옛날보다 낮아져서 그 물을 끌어다 농업용수로 쓰든지 양어장을 운영했든지 하던 곳은 물이 말라버렸기 때문에 다시 이 수위에 맞추어 물을 끌어가야 했다. 반면에 하류 쪽은 수위가 높아져서 홍수를 막기 위하여 강둑을 더 높이 쌓아 올려야 했다.
 

05336981_R_0.jpg » 4대강 보는 다목적댐이 아니어서 물을 가두는 기능이 미미하다. 따라서 홍수조절이나 가뭄 대비용으론 쓸모가 없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모습. 사진=이정아 기자


그리고 이 수위에 맞추어 발전소니 요트장이니 기타 시설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만약에 이 물을 빼서 수위가 낮아진다면 4대강 사업의 목적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팔당댐같이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댐들은 수변이 안정되어 있어서 식생이 잘 자리 잡아 경치가 아름답지만 소양댐, 충주댐, 안동댐같이 물을 공급하느라 수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댐들은 홍수 때 잠겼던 부분에 벌건 흙이 드러나 풍광이 아름답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4대강에 담아둔 물을 빼 쓰게 되면 물에 잠겼다 드러나게 되는 부분에 시커멓게 썩은 퇴적물과 쓰레기와 죽은 큰빗이끼벌레들이 드러나게 되어 참으로 흉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녹조가 심하게 끼고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수문을 열라고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그 수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절대로 수문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05337887_R_0.jpg » 다목적댐인 충주호 모습. 호수 가장자리는 수위 변화에 따라 헐벗은 구간이 띠모양으로 드러난다. 이번 가뭄으로 바닥까지 드러났다. 사진=이정아 기자
 
수도권 시민들 중에는 팔당에 모아둔 물을 마시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팔당은 일정한 수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팔당에 모아둔 물이 아니라 소양댐과 충주댐에서 팔당으로 흘려보내야만 그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4대강에서 물을 뽑아 쓸 수는 있지만 그 물은 4대강에 모아둔 물이 아니라 그 상류에 이전부터 있던 댐, 즉 소양댐, 충주 댐, 안동댐, 대청댐 등에서 물을 흘려보내야 그 물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즉, 4대강에 담아둔 물은 물을 쓰기 위해서 모아둔 것이 아니라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아둔 물일 뿐이고 가뭄을 해결하는데 쓸 수 있는 물이 아니다.
 
가뭄 해결에 쓸 수 있는 물은 이전부터 가뭄 해소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댐들이 감당할 수 있을 뿐이다. 즉, 4대강 사업과 가뭄해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많은 국민이 깜빡 속았다. 

05338132_R_0.jpg » 4대강이 가뭄 해결은커녕 강의 유속을 늦춰 심각한 녹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녹조가 넓게 퍼진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나루터 앞 낙동강에 17일 한국수자원공사의 모터보트가 녹조 띠를 흩뜨리기 위해 강물 위를 선회하고 있다. 사진=이정아 기자

 

그리고 100년에 한 번 오는 가뭄을 해결해 주기 위하여 펌프장이며 송수시설이며 저수지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대로 쉽게 되기만 하면이야 그렇게 좋을 수가 없지만, 이것도 엉터리고 사기다. 100년에 한번 오는 가뭄에 대비한 시설은 말 그대로 100년에 한번 쓸 일이 생기기 때문에 지금 만들어 봤지 그 시설은 100년을 놀고 있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유지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뭄 대책은 10년에 한 번 오는 정도의 가뭄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10년이나 20년 가뭄에 대비해서 시설을 만들고 그 이상의 가뭄이 오면 물을 아끼고 비상대책을 쓰는데 하물며 농업용수 대책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정 급하면 앞에 열거한 부작용들을 무시하더라도 4대강에 담아둔 물을 빼서 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물을 정말 올해 그리고 2012년에 가뭄이 들었던 지역에 물을 보낼 수는 있는 것인가? 이것도 아니다.
 
4대강 물을 보낼 수 있는 지역은 이미 관개수로가 다 되어 있고 가뭄이 들지도 않았다. 가뭄이 든 지역은 산골지역과 해안도서 지역들에 흩어져 있는데 이런 지역들은 주로 4대강 상류의 물을 공급하는 광역 상수도도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들이다.
 
광역상수도도 놓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 100년에 한 번 오는 가뭄에 대비하여 농업용수에 쓸 송수관을 놓을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자면, 이번에 가뭄이 심하게 든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의 산간지역에 4대강 하류의 댐들에 모아둔 물을 보낼 수 있겠는가?
 
보통 관개용수는 20m 정도 높이까지는 무리 없이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보낸다. 그러나 강원도의 산간지역에 물을 보내려면 수백 미터 높이까지도 끌어올려야 보낼 수가 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단계로 저수지를 만들고 펌프질을 해야 한다.
 
수돗물도 이렇게 해서 보내지를 못하는데 농업용수를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그림 1의 가뭄지역과 4대강 사업구간을 비교해 보면 전혀 4대강 공사가 가뭄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4-1.jpg » 그림 1 우리나라의 물 부족 지역과 4대강 사업지역 비교.4대강 사업으로 물을 담아 둔 곳은 물 부족 지역과 관계가 없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이 사업이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해결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댐이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해결하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홍수를 해결하자면 댐을 비워놓아야 하고 가뭄을 해결하자면 댐을 채워 놓아야 하는데 둘 중의 하나만 할 수 있는 것이지 둘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항상 둘 가운데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이다가 잘못 짚으면 일이 터지는 것이다.
 
올해는 이렇게 가뭄이 들 줄 예상하지 못하고 녹조도 희석할 겸 댐 문을 열었었는데 가뭄이 들어 물이 부족하게 되었다. 전에는 가뭄을 예상하고 댐을 채워두었었는데 큰비가 오는 바람에 여주를 물에 잠기게 한 적이 있었다.
 
1999년에는 소양댐을 채워두었었는데 예상치 못한 큰 홍수가 와서 댐이 넘쳐 터질뻔하여 <한국방송>이 생중계를 한 적도 있었다. 댐이 가뭄을 조절할 수는 있다. 그러나 4대강 공사는 전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속았다.

 

가뭄 해결한다고 22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 4대강에 많은 물을 모아두었는데 이것은 전혀 가뭄대책이 아니다. 가뭄대책은 실제로 가뭄이 일어나는 그 지역에서 해야 한다.

 

04004813_R_0.jpg »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소규모 저류 시설로 빗물을 관리하여 도시홍수도 대비하고 식수로도 사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공대 건물에 설치된 빗물 저장고에서 직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박승화 기자

 
아마 우리나라에 10만개 정도의 농어촌 마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각 마을에 저수지를 잘 정비하고, 산림이 물을 잘 저장할 수 있도록 녹색 댐을 기르고, 그리고 빗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실제로 도움이 된다.
 
가뭄이 드는 지역은 집집마다 빗물을 받아두는 시설을 만들어야 하고 또 마을마다 마을 단위로 빗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기술은 이미 잘 개발되어 있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가뭄을 해결하고 또 홍수를 막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대책은 4대강 사업에 든 돈의 몇 십분의 일만 있어도 할 수가 있다.
 

04765243_R_0.JPG » 이은수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노원구 공릉동 원룸 건물에 설치한 빗물 저장통을 살펴보고 있다. 정태우 기자

 

독일은 ‘물 부족 국가’란 말을 하지 않고도 거의 집집마다 빗물 다 받아쓴다. 자기 집 마당에 떨어진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면 빗물세금을 내야 한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가뭄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그래서 가뭄에 잘 견디는 농사를 짓도록 연구하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가뭄대책이다. 

 

05307082_R_0.jpg » 지난 5월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 물순환 엑스포에서 태양광 전력과 빗물을 이용해 식수를 얻을 수 있는 빗물 식수 저장 탱크 및 태양광 발전 전력저장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벌이면서 가뭄과 홍수를 해결하고, 물 깨끗하게 하고, 일자리 만들고, 국토를 균형발전시켜서 국운을 융성시킨다는 등 온갖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이고 휘황찬란한 그림으로 국민의 마음을 빼앗아 갔다.
 
노자가 말하기를 ‘진실한 말을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하지 않다(信言不美, 美言不信)’고 하였다. 영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너무 좋은 것은 사실이 아니고 사실은 너무 좋을 수가 없다 (It is too good to be true, it is too true to be good)’. 사기꾼들은 항상 너무 좋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서 내어 놓아 욕심 많은 사람을 꾄다.
 
선거 때만 되면, “길 뚫어 드리겠습니다" "다리 놓아 드리겠습니다" "이런 저런 개발해 드리겠습니다" "땅값 올려드리겠습니다” 이런 공약으로 표를 얻어 가는데, 4대강 사업에서 그 극치를 이루었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은 무슨 개발사업 하나로 국민을 공짜로 부자를 만들어줄 것처럼 꾈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가 없다.
 
정직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 벌어서 정직하게 살도록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발사업의 이득은 국가가 환수해 가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정직해지고 4대강 사업과 같은 사기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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