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소에 가을이
옥색에서 옥색으로 깊어가는 침목다리 세심교 아래 할미소에 가을이 물씬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놓아준 봄날의 대형 가재는 제 터전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눈엔 보이지 않아도 건실하게 한길 깊이 소의 모퉁이를 틀림없이 차차로 채워 줄 것을 나는 믿습니다.
소 아래 작은 물굽이에 가지와 헤어진 낙엽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큰비가 한번만 오셔도 쓸려 내리는 산돌들로 표정이 매번 달라지는 곳이 계곡형 웅덩이지만, 유독 이곳만은 여리고 작은 생명들을 키워 내기 위해 아주 메워지는 적이 결코 없는 신기한 곳입니다. 꼬리 치레 도롱뇽 이의 은밀한 휴게실인 줄은 저들과 나만이 알고 있습니다. 물밑에 어떤 그림자가 설핏 엿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수수만년을 깎아지고 단련된 물굽이의 독특함 때문에 알밤 철엔 이곳에서 건져 올리는 밤톨이 한 번에 반 되 가량은 충분히 될 정도로 깊이 감춰진 명당이자 보물 창고랍니다.
약간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쉬이 흘러가 버릴 뿐, 그래서 정갈한 모래가 늘 깔려 있는 이곳의 알밤은 특히 흠집 하나 없이 훌륭한 것들입니다. 다람쥐가 잠수한다는 소릴 듣지 못했기에 그들의 것일 순 없을 테고, 학이도 얼음장처럼 찬물에 발 적시길 마다함에 철이 다 지난 지금도 적지 않은 양의 알밤, 길 잃은 튼실한 알밤들이 멈춰 고인